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앨빈의 죽음 토마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만큼, 앨빈의 죽음을 전해들은 토마스는 앨빈의 사인을 알지 못한다. 토마스는 앨빈에게 물어보지만, 앨빈은 끝내 답하지 않는다. "작년에도 생각 많이 했는데, 저는 앨빈이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에 친구한테 두들겨 맞고, 뺏기고 다리에 올라섰을 때 같은 게 아닐까요. 사고사. 앨빈은 자살할 친구가 아니거든요." ⓒ 이정민


토마스 위버의 친구 앨빈 켈비는 마을 책방을 지킨다. 이 순수하고 감수성 풍부한 남자는, 어렸을 적 학교 핼러윈 파티에서 자신의 분장을 유일하게 알아봐 주고 손을 내밀었던 토마스를 잊을 수 없다.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됐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이였다. 아니, 앨빈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앨빈은 토마스가 자신과의 추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는 게 전혀 싫지 않았다. 토마스에게는 기술이 있으니까. 토마스가 대학교에 붙고, 문학을 공부하고, 유명한 작가가 된 걸 앨빈은 자랑스러워 했다. 책방에서 토마스의 생일 선물로 <톰 소여의 모험>을 선물해줬을 때부터 앨빈은 토마스가 작가가 되기를 바랐으니까. 비록 토마스가 자신의 편지에 답장하지 않아도,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고향에 놀러 오지 않아도, 도시로 올라오라고 제안했다가 그걸 일방적으로 취소해도 화내지 않았다.

하지만, 앨빈 아버지의 장례식 날은 너무 끔찍했다. 앨빈은 아버지의 송덕문을 자신의 베스트프렌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토마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는 대신, 다른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송덕문을 대신하려 했다. 그 시가 영미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시라고 하더라도, 그건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토마스에게 부탁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앨빈은 토마스 대신, 직접 아버지의 이야기를 조문객에게 전한다. 그리고 헤어진다.

그것이 토마스가 앨빈을 본 마지막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앨빈은 얼어붙은 강 위의 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만다. 지난 2016년 12월 6일 개막하여 오는 2월 5일까지 관객을 맞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아래 <솜>)는 앨빈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 끙끙거리는 토마스의 머릿속으로 앨빈이 찾아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처럼 순수한 앨빈을 연기하는 세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배우 홍우진이다. 지난 5일, 서울 백암아트홀 근처 카페에서 배우 홍우진이 연기로서 써나가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풀어 놓았다.

"나에게 정말 감사한 작품"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언젠가 하고 싶은 작품 "특별히 없는데…. 아! <맨 오브 라만차>는 하고 싶어요. 10년 후, 아니 작년에 얘기했으니까 9년 후에는 돈키호테를 하고 싶어요. 아, 그런데 (신춘수) 대표님한테 한 번 얘기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들으시는 것 같았는데…. (서운)" ⓒ 이정민


지난 2016년 9월 3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제1회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의 소극장 무대를 기억한다. 당시 배우 홍우진은 "당분간 무대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장르의 도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말로 연극 <사이레니아> 이후 무대에서 배우 홍우진을 볼 수가 없었다. 잠시간 무대에는 오르지 않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 <솜>의 앨빈으로 다시 한번 합류했다. 오디컴퍼니의 부름에 즉각 응답한 이유가 뭘까.

"제가 노래를 엄청 잘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난번(2015~2016) <솜>에 캐스팅되고, 되게 연습 많이 했어요. 노래 레슨도 받고, 진짜 많이 노력했는데도 아쉬움이 크게 남더라고요. 그때 워낙 잘하려고 열심히 했던 게 있어서 작품에 애착이 많았는데, 애착만큼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컸죠. 그러던 차에 이번에 다시 제안이 왔어요. 그때 노래를 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에 좀 씻으려고 했던 게….

아니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이 작품 자체를 워낙 좋아해서요. (웃음) 사실 작품이 진짜 재밌잖아요? 하는 배우에게도 엄청 재미있는 작품이거든요. 거기에 저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당연히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다 드러내지 않는 앨빈 "<로기수>의 로기진은, 나오면 화내고, 나오면 소리질러야 하니까 소모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앨빈은 완전히 달라요. 화낼 일도 없고, 조금 웃다가, 조금 슬펐다가…. 그 슬픔을 다 드러내면 안 되거든요." ⓒ 이정민


<솜>은 마니아를 양산할 만큼 따뜻하고 좋은 작품이다. 보기에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배우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게 어떤 뜻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솜>이 정말 감사한 작품인 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울증이 생겼었어요. 제가 성격이 엄청 밝거든요. 아버지 장례식장에 와 준 친구들한테도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냐, 왜 이렇게 우냐'고, '나 괜찮다'면서 밝게 다 챙기고 했었는데…. 어느 날 데이트를 하는데 오전 11시에 만나서 저 공연하러 가기 전까지 6시간을 여자친구한테 계속 화만 냈어요. 다행히 여자친구가 다 받아줬는데, 그러고 공연 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왜 이러지?'하고 고민했어요. 제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우울증이었죠.

그게 2014년 10월이었으니까, 그 후로 1년 가까이 저도 너무 힘들었고, 제가 주변 사람들도 엄청 힘들게 했어요. 굉장히 공격적이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2015년 말 <솜>에 처음 캐스팅되고 연습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 송덕문 읽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어요. 자꾸 아버지 생각나서 많이 울고 그랬는데…. 사람이 또 반복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괜찮아졌어요. 외면하려고 했던 그 감정과 정면으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게 생기더라고요. <솜>을 통해서 제가 회복됐어요. 이제는 진짜 괜찮아요. 송덕문 장면에서 아버지 생각해도 엄청 울음이 나지도 않고…. 그래서 솜이 저에게 더 고마운 작품이었죠."

'힐링극'으로 꼽히는 작품,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나는 작품 중 하나인 <솜>. 관객에게 눈물과 치유를 선사했던 이 작품이, 하는 배우에게는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나 보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고, 아버지 때문에 울고, 그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작품 그리고 노래.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면 역시….

"지금도 'I Didn't see Alvin'을 부르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를 그 장면이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많이들 그러고 살잖아요. 하루하루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하죠. '아 왜 그랬을까'하고요. 그 장면에서 토마스는 깨닫고, 앨빈은 아버지 송덕문을 낭독하고…. 또 그 장면 멜로디가 진짜 아름답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가 가슴에 크게 와 닿아서 후회와 안타까움을 만져줘요. 그 장면은 누가 해도, 어떤 톰이 하더라도 상관없이 참 마음에 크게 와 닿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과 토마스가 느끼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명확히 전달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홍우진, 노래하는 홍우진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홍우진의 두 얼굴 "(앨빈과 로기진 중) 앨빈에 가깝죠. (웃음) 장난을 엄청 많이 치고요. 진지한 걸 못 참아요. (웃음) 술 마시고 진지한 얘기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데, 술 마시고 제정신도 아닌 것들이 자꾸 진지한 얘기하고! (웃음) 그런 자리에서 계속 장난쳐요. 저는 성향이 어두운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이정민


배우 홍우진의 연기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 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오경필 상등병이나 <로기수>의 로기진처럼 강하고 억척스러운 캐릭터도 발군이지만, <유럽블로그>의 석호나 <솜> 속 앨빈처럼 천진난만한 인물도 잘 연기한다. 특히나 홍우진의 앨빈은 다른 앨빈보다 조금 더 어리고, 순박한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관객의 취향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홍우진의 앨빈을 최고의 앨빈으로 꼽는 이가 나오는 것도 홍우진만의 앨빈 소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연기하면서 특별히 만들어둔 게 있는 걸까.

"앨빈을 연기할 때 굳이 무엇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제가 머리가 좋지가 않아서…. (웃음) 억지로 뭘 만들려고 해봤자 잘 안 돼요. 대본 봤을 때 느껴지는,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연출과 절충점을 찾아서 만들어가죠. 이번엔 이렇게 가 봐야겠다 하고 노선을 의도적으로 생각하지도 못해요. 대신 연습해가면서 자연스럽게 제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거든요. 새로운 걸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끄집어내는 편이에요.

최근에 하나 깨달은 게, 공연할 때 내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장면에서 굉장히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쏟아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니까, 정작 쏟아낼 때 더 쏟아내지 못하는 거예요. 완급조절을 하면서 공연 끝까지 체력 안배를 제대로 잘해야 하는데, 그걸 초반 한두 달에 다 써 버리니 막 죽을 것 같거든요. 이미 체력은 다 소진했는데 남은 기간은 있고…. 그러니까 공연 후반부 가면 연기로 아쉬운 게 나오고…. 그런 부분에서 좀 미련했던 것 같아요. 하필 <솜>은 또 암전도 없고, 퇴장도 없어서…. (웃음) 이건 요령도 못 부려요. 전혀 안 돼요."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자기만의 기준을 넘을 때까지 "변(희석) (음악)감독이 리뷰 엄청 보거든요. 가끔 막 저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제가 '뭔데, 얘기해 봐' 그러면 ‘아오! 안타까워서 그러지!’하면서 얘기해줘요. 제가 제 기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걸 아니까요. 어쨌든 제 기준에는 만족할 만큼 해야죠." ⓒ 이정민


그런 홍우진도 '만능'은 아니다. 배우 홍우진의 베이스가 연극인 것도 있지만, 대체로 연기에 대한 호평에 비해 노래에 관해서는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다. 본인 스스로 "노래를 잘 못 한다"고 밝힐 만큼.

"저 진짜 옛날에는 노래 잘했거든요. 특히 대학교 때까지. 노래방 가면 절대 마이크 안 놓는 정도였는데, 제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몸을 너무 막 사용했거든요. 목도 그렇게 썼어요. 그러다가 제대하고 공연을 하는데, 노래가 안 되는 거예요. 예전에는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고, 내고 싶은 소리 내고 그게 마음대로 됐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이게 왜 이러지? 그 벽이 엄청 높아졌어요. 조금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제가 생각했었던, 제가 했었던, 제가 해냈던 기준에도 못 미치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잘한다'의 기준에는 진짜 한참 못 미치니까. 자신감이 몹시 떨어졌어요. 노래방도 안 가게 되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지 않게 되고, 그런 시간이 쌓이던 와중에 덜컥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노래하는 게.

사실 지금도 이 작품에서 제일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제 노래예요. 저만 노래를 잘했더라도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제 기준이 또 워낙 확고해서요. 제가 스스로 정해놓은 '잘한다'의 기준이 있으니까, 일단 이 기준에는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도 계속 노력해요. 보러 와주시는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항상 가지고 있고…. 그런데 뭐, 일단 대표님이 뽑아주셨으니까. (웃음) 또 제가 노래 안에 싣고자 하는 감정을 알아봐 주시고 지금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관객분들께는 너무 감사하죠."

배우로서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 "올해 장가를 갈 계획이에요. 계획만…. (웃음) 내가 노력하고 연기하는 게 온전히 남고, 전달되는 매체 연기의 재미도 느꼈고, 공연 무대도 좋고…. 계속 고민 중이라서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생활의 문제도 있고요." ⓒ 이정민


연기에 대해서도, 노래에 대해서도 더 하고 싶은 게 많은 배우이지만, 홍우진은 정말로 배우를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바로 '현실' 탓이었다.

"사실 작년에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가장이 되니까 '도저히 못 해 먹겠다!'고요. 예전에는 형이 생활비를 조금씩 지원해줬거든요. 그런데 형이 이직하면서 월급이 많이 깎였어요. '미안하다, 지원을 해주기가 어렵다'고 하니 '뭐, 어떻게든 해볼게'하고 얘기를 했는데 막상 생활이 너무 '빡센' 거예요. 적금을 다 깼어요. 모아놓은 돈도 거의 다 쓰고…. 저축하고 결혼 준비도 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연기도 하면서 계속 산다? 답이 없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쓰고 숨만 쉬어도 한 달에 최소 250만 원씩은 깨지는 거예요. 와, 미쳐버리겠다. 어떻게든 벌면서 버텼는데, 연극 <사이레니아> 끝난 후로 제가 가진 것도 진짜 딱, 끝났어요. '와, 큰일났다. 어떡하지? 그만둬야 하나. 진짜로 장사를 해야 하나'하고…. 연기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인 연기학원 일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서른일곱 먹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나는 왜 이렇게 살았는지 후회도 조금 됐고요. 다행히 영화도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일도 들어 와서 간신히 유지가 됐죠."

놀랐다. 2005년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은 이 배우가, 고정 팬덤도 있고 눈에 띄는 필모그래피도 여럿 쌓은 그가 '생활'의 문제로 연기를 접을 생각을 했었다는 게. 홍우진 정도 되는 배우마저 이렇다면, 대체 다른 배우들 생활은 어느 정도라는 걸까.

"양극화가 정말 심해요. 그저께 극단 회식을 했거든요. 밖에 담배 피우려고 나왔는데, 대학로 정말 작은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들 포스터가 쫙 붙어있었어요. 그걸 보다가 '아, 나도 이렇게 먹고살기 힘든데, 이분들은 대체 어떻게 먹고 살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20대 때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던가 생각해보고…. 다들 진짜 힘드실 거예요."

그런데도, 그 고민을 접고 계속 배우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토록 팍팍한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음에도, 계속 배우를 하게끔 하는 추동력이 대체 뭘까.

"결국, 내 성격에 맞으면서, 그나마 돈을 벌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건 연기밖에 없더라고요. 연기 재밌어요. 물론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웃음) 내가 무대 위에서 얘기하고 있을 때 내 눈을 봐주면서 '이 사람은 내 얘기를 듣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배우를 만나면, 그 배우의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그 순간이 되게 행복해요. 이 보석 같은 사람들 덕분에 그날의 두 시간 공연이 즐겁게 마무리되어요. 배우들만 아는 즐거움이지만, 또 보는 관객들도 알거든요. 관객분 중 몇 분이라도 내가 느낀 그 즐거움을 알고 가시면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오늘 성공이다!'라고 말하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그 생각하니까, 아…! 결국 이거 해야겠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배우가, 작품이 행복하기에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부담 "자꾸 사줘야 돼서, 그게 부담이네요. 제가 사주는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절대 안 사줘요!" ⓒ 이정민


보석 같은 사람과 함께 반짝이는 그 순간. <솜>이 그런 작품 중 하나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럼 조금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파트너인 토마스로 활약하는 네 명의 배우 중 누가 가장 홍우진의 눈을 바라봐 주는 보석 같은 사람인지.

"(고)영빈이 형이랑 할 때! 다른 관객분들도 감사하지만, 영빈이 형이랑 저랑 할 때 보러 오는 분들은 더 감사해요. 형이랑 하면 너무 행복하거든요. 내가 말할 때 저 사람 표정이, '아! 이 사람 내 말 듣고 있네!' 그게 있거든요. 아, 그게 말로 하기가 좀 그런데. 아무튼, 연기하면서 너무 행복해요. 제가 그때 무대에서 느끼는 행복함이 보는 분들한테도 행복함으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러기가 다른 공연할 때는 되게 쉽지 않아요. 관객들께서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런데 이건 특히나 2인 극이니까, 감정을 나눌 사람이 무대 위에 한 사람밖에 없잖아요. 거기서 내가 느끼는 기쁨, 슬픔, 같은 감정들이 다른 곳에 분산되지 않고 관객분들에게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연기로는 영빈이 형이라면, 노래로는 (강)필석이 형. 필석이 형이랑 할 때는, 형이 노래를 리드해줘요. 절 되게 귀찮게 하거든요. (웃음) 목 풀거나 소리 내면, 형이 계속 가르쳐줘요. 작년에도 도움 엄청 많이 됐어요. 그걸 계속시켜요. 올해는 조금 덜 시키던데…. 이제 날 포기한 건가…. (웃음)

어제 강필석 형이 '나비' 부르는 걸 들으면서…. 오! 필석이 형이 (팔을 펼치면서) '날아 올라가~! 워~!!!!!'하는데 뒤에 앉아 있는데도 그 노래에 담긴 모든 게 전달이 되는 거예요. 소름이 막 돋으면서 속으로 '와, 와...' 그랬어요. 혼자 '아니, 강필석이 이 정도인데 대체 홍광호는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웃음) 와, 진짜 지붕 뚫는 줄 알았어요. 나도 저렇게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죠. 부러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노래 제일 잘하는 사람인데도 아직 엄청 노래를 공부하면서 파요.

필석이 형이 노래할 때 기분이 진짜 좋아요. 잘하는 사람과 함께하니까, 필석이 형이 잘하니까 그쪽으로 따라가려고 노력하게 되고요. 형과 엔딩 곡 부를 때나, 함께 노래할 때면 형이 눈으로 계속 말해줘요. '여기서는 작게', '지금부터 크게' 이런 식으로. 필석 형의 노래를 듣는 것도 너무 행복한데, 함께 노래할 때는 '되게 되게' 행복해요."

 뮤지컬 배우 홍우진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18년의 우정 "제가 내후년이면 마흔인데. 우리 (강)필석 형도 불혹…. 늙어가지고…. (웃음) 어저께도 얘기하다가, 형이 22살 때 저를 만난 거예요. 그니까 서로 만난 지 18년 된 거죠. 아, 징그럽더라고요. '18년이나 됐다고? 와, 언제 이렇게...'" ⓒ 이정민


인터뷰하면서 배우가 이 작품을 참 많이 아끼고 있음을, 그리고 연기하는 본인도 굉장히 행복해하고 있음이 조금은 전해졌다. 관객을 웃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결국 따뜻한 온기 한 줌씩 지닌 채 백암아트홀을 나설 수 있게 하는 건 바로 이 연기하는 배우의 행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조성윤(조강현)이 연습실에서 '아, 이렇게 매년 겨울마다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좋을 것 같아요. 매년 반복하는 게 사실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자칫 안일해질 수 있거든요.

저는 팬들한테 선물보다 편지를 많이 받는 편인데요. 작년에 감동적인 편지가 있었어요. 이 작품을 초연이 끝난 후에 알았고, 계속 영상으로만 접하다가 삼연 때 저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편지를 처음 쓴다고. 그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놨었는데, 며칠 전에 사진첩 정리하다가 다시 발견해서 읽고는 '아,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보는 분들한테 혹시나 안일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공연 중반 지났지만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공연 기간 더 열심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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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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