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미모는 그대로였고, 안무할 때의 몸동작에선 세월의 흔적이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 노래 실력은 전보다 발전한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막상 옛날 모습 그대로 노래하는 S.E.S.를 보니 울컥했다. 팬이었느냐, 아니었느냐를 떠나 그들의 귀환은 '그때의 나'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14년 만에 다시 뭉친 S.E.S.가 16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리멤버, 더데이>란 이름의 이 공연은 데뷔 2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하나로 2016년의 마지막 30일~31일 양일을 따뜻하게 수 놓았다.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이들의 기자간담회와 콘서트 현장을 전한다.

'너무 너무 너무' 행복한, 돌아온 세 요정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 SM엔터테인먼트


"S.E.S.가 해체한 후에도 이런 날을 늘 꿈꿔왔어요. 팬들과 다시 만나는 자리요. 오늘 이곳을 꽉 채울 팬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요." (유진)

"셋이서 다시 뭉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희 노래 'Dreams Come True'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

"함께 작업하면서 너무도 행복했고 오늘 많은 분과 같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때 그 시절처럼요. 아마도 묘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슈)

콘서트 2시간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연을 여는 소회를 밝힌 S.E.S.는 한 마디로 최고의 행복에 젖어있었다. 모든 것이 꿈인 것처럼, 아니 현실에서 꿈이 실현된 황홀한 순간 속에 있었다. 2시간 후, 실제 콘서트가 시작됐을 땐 애초에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특별하고 감동적인 시간이 펼쳐졌다.

간담회에서 유진은 새 앨범을 준비하며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너무 즐거웠다"고 답했다. 과거에 활동할 때는 '과연 이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실력이 전보다 늘어야 할 텐데' 등의 부담감으로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번 앨범에선 그런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유진은 "S.E.S.의 앨범이 나온다는 것 자체를 기뻐해 줄 팬들이란 걸 알기 때문에, 그들이 우릴 얼마나 반겨줄까 생각하며 준비하니까 매 순간이 즐겁기만 했다"고 말했다. 슈의 반응도 똑같았다. 그는 "녹음하고, 계속 작업 이야기하며 몰두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엄마란 사실도 순간순간 잊을 정도였다"고 했다.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SM엔터테인먼트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녹슬지 않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S.E.S. ⓒ SM엔터테인먼트


슈와 유진은 각각 노란색, 분홍색으로 머리를 탈색했다. 슈는 "아이들이 제 머리 색깔을 보고 "엄마 왜 머리 노래?" 하고 물어서 "왜, 이상해?"라고 되물으니 "아니 예뻐"라고 말해줬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공연 중간, 토크 타임 땐 라희 혹은(?) 라율이 무대에 올라와 엄마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혹은'이라는 단어를 쓴 건 끝까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쌍둥이 둘이 함께 있으면 구별하는 데 이렇게 혼자 있으면 모르겠더라"며 거듭 "라희예요? 라율이예요?"하고 물었다. 부끄러운 듯 당사자는 끝까지 자신이 누구인지 답하지 않았다.

이날 콘서트는 이렇게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토크 타임이 특히 재미있었다. 대본 없이 자유롭게 멤버들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어색한 기운이 없었고 편안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런 점이 아닐까. 신비한 요정에서 친근한 인간(?)이 되어 돌아온 것. 세 명의 멤버는 "저희가 너무 말이 많죠?"라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팬들에게 격의 없이 말을 걸어왔다. 대화에선 세 멤버가 그동안 얼마나 돈독하게 지내왔는지도 묻어났다.

드림스 컴 트루, 오랫동안 준비해온 순간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SM엔터테인먼트


S.E.S. 세 멤버는 언제가 다시 뭉쳐 활동할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유진은 "저희가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에 서로 안 본 게 아니라 만나왔고, 만나면 언제 다시 활동을 재기할까 하는 주제로 늘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오랫동안 이렇듯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는 S.E.S.는 언젠가 적절한 타이밍이 올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바로 2016년이 '그날'이었던 거다.

콘서트가 시작된 후 첫 멘트에서 세 멤버는 "꿈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감격했다. "로봇이 되자"(절대 울지 말자)고 서로 약속했지만 바다가 가장 먼저 그 약속을 깨버렸다. 간담회에서 바다는 울컥하더니 결국 새 앨범을 소개하는 타이밍에서 눈물을 흘렸다. "수록곡 모두 너무 좋아서 들을 때도 눈물이 났다"며 "S.E.S.를 위해서 많은 분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단 게 느껴졌다"며 방금 울컥한 이유를 밝혔다. 새 앨범인 '데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은 오는 1월 2일 발매된다.

유진 역시 새 앨범을 준비하며 걱정했던 바를 털어놨다. "20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인데 '좋은 곡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이수만 선생님조차도 '너희도 알겠지만 좋은 곡을 받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함께 걱정했다"고 말했다. 좋은 곡을 못 찾으면 예전에 나온 곡으로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자는 말까지 했는데, 다행히 좋은 곡 만나서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리멤버'와 '한 폭의 그림'이 더블 타이틀곡이다. 이날 콘서트에서 이들은 두 곡 모두 선보였고, 그 밖에도 이수만 원곡을 리메이크한 '그대로부터 세상 빛은 시작되고'와 '산다는 건 그런 거 아니겠니', 'My Rainbow' 등 신곡들을 팬들에게 개시했다.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탄탄한 노래 실력을 갖춘 바다. ⓒ SM엔터테인먼트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통통 튀는 성격이 매력적인 슈. ⓒ SM엔터테인먼트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여전히 아름다운 유진. ⓒ SM엔터테인먼트


S.E.S.는 이날 콘서트에서 여성미와 에너지를 동시에 보여줬다. '꿈을 모아서', '감싸 안으며', '느낌', 'Kiss' 등을 부를 땐 '요정미'를 뿜었다면 히트곡 '오 마이 러브', '아임 유어 걸', '저스트 어 필링'을 연이어 부를 땐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나와 '걸크러쉬' 매력을 뽐냈다. 이 세 히트곡을 연달아 부른 시간이 이날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였다. 팬들을 일으켜세운 S.E.S.는 열정을 불태웠다.

"녹음과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 옛날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포가 제 몸에서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

"멤버들이 그동안 각자 인생을 살아왔잖아요. 그때는 몰랐고 이번에 알게 된 게 있는데, 우리는 각자의 빛을 가진 보석인데, 셋이 모여 있을 때 가장 빛난다는 것입니다." (슈)

"'우리 목소리가 이렇게 잘 어울리구나', '이 목소리가 S.E.S.의 목소리구나'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어요. 저희가 활동하던 예전 5년 동안엔 못 느꼈던 것들을 이제 와서 느끼고 있어요." (유진)

이날 앙코르 곡으로 '너를 사랑해'와 새 앨범의 주제곡 '리멤버' 등을 부른 S.E.S.는 "팬분들이 기다려주신 덕분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며 팬들을 향한 애틋하고 진실한 마음을 전했다. S.E.S.는 오히려 과거보다 지금이 더 좋아보였다.

S.E.S. S.E.S.가 1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다시 뭉친 바다, 유진, 슈는 2016년 12월 30일~31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들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S.E.S.는 1990년대 활동 당시의 히트곡부터 새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6년 만의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행복한 소통을 한 S.E.S. ⓒ SM엔터테인먼트



S.E.S. 바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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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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