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극 <비(BEA)> 공연 사진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엄마와 딸 지난 11월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눈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이다. ⓒ (주)아이디어랩


대중문화의 매력 중 하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고민거리를 딱딱하지 않게 던져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덕분에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소설 <도가니> 덕분에 아동 성폭행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무대도 다르지 않다. 연극 <프라이드>는 억압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성 소수자라는 정체성 탓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아픔을 풀어냈고,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가진 자들의 위선을 폭로한다.

지난 11월 11일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하여 11월 30일에 폐막한 연극 <BEA>도 위에 열거한 작품들과 궤를 같이했다. 논쟁적 화두를 던짐으로써 관객들에게 토론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선 탁월하다. 그 메시지의 전달력을 유지하면서도 극의 완성도 역시 훌륭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원작자 믹 고든이 쓴 대본의 힘도 크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영민해지는 김광보 연출의 터치가 빛을 발휘한다. 경험의 차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그는, 기존의 자신이 보여주던 무대와는 다른 매력을 시도한다. 백지원, 전미도, 이창훈 배우의 연기는 더하고 뺄 것이 없다. 대학로에서 정식 공연으로 빨리 만나고 싶을 정도로. (주인공 '비'를 연기한 배우 전미도는 이 작품으로 2016 스테이지톡 오디언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연극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비, Bea, Be a, Bee

연극 <비(BEA)> 공연 사진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침대 위를 뛰어다니는 비 비는 기본적으로 밝은 성격의 사람이다. 그 밝은 성격이, 이 침대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의 상황과 대비되며 독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 (주)아이디어랩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본명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비'라고 불리는 걸 좋아한다. 이 밝고 화사한, 자유분방한 성격의 주인공은 혼자서 눕기엔 조금 넓은 듯한 침대를 방방 뛰어다닌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자신의 욕구를 발산할 곳이 없다. 변호사로 일하는 엄마 캐더린마저 집에 잘 없는 터라 비의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래서 비는 새로 온 간병인 레이가 퍽 마음에 든다. 레이는 섬세하고 다정하며 재미있는 사람이다. 북부 아일랜드 출신의 이 독특한 간병인이 캐더린은 석연찮지만, 비의 강한 고집 덕분에 결국 레이를 고용하기로 한다. 비는 캐더린에게 쉽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을 레이와 공유하며, 이 침대라는 감옥 속 일상을 살아간다.

프로그램 북이나 예매 페이지에 나와 있는 시놉시스를 살펴보지 않은 관객은, 비가 어떤 상황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배우 한 명의 연기를 통해 드러나는 반전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만큼 비의 정신세계와 실제 육체 상태의 간극이 크다. 이처럼 발랄한 주인공을 옭아매는 정체불명의 병은, 그를 침대에 누운 채 아무것도 할 수 없게끔 한다. 말하기조차 쉽지 않은 육신과 활달한 영혼의 차이는 그만큼의 낙차가 되어, 극도의 절망으로 돌아온다.

대소변도 못 가리고, 누군가 쑤어준 미음을 간신히 받아먹을 수밖에 없다. 8년 동안 그는 침대에 누워서 방 안의 모든 작은 디테일들을 헤아리며 기억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을 때 침대에 있는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상태가 아주 좋은 날에는 귀고리도 만들 수 있지만, 그게 다다. 그조차도 다 끝낸 후에 남는 건 없다. 그 외에 모든 건 고통이다. 병이 주는 고통, 약이 주는 고통. 가장 끔찍한 건 이 고통을 견딘다고 해서, 호전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병은 낫지 않는다. 지난 8년간 몸 상태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진 적이 없다. 이미 예정된 끝을 위해 왜 이토록 힘들게 버텨야 하는가. 비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연극 <비(BEA)> 공연 사진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전하지 못했던 말 레이를 통해 비는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직접 쓸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직접 말할 수도 없으니까. 레이는 다 쓴 그 편지를 전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비가 캐더린에게 편지를 보여준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하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아플 수밖에 없는 그 말을. ⓒ (주)아이디어랩


비를 유일하게 살도록 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엄마. 자신이 떠나고 나면 엄마가 너무 슬플까봐. 그 하나 때문에 어떻게든 아등바등 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지만, 그마저도 늦어버렸다. 아빠도 떠났는데. 엄마와 아빠는 아직 서로를 잊지 못하는데. 그저 나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한 엄마가 비는 너무 안쓰럽다. 그래서 결국 엄마에게 권한다. 이 의미 없는 고통에 종지부를 찍자고.

"나는 덫에 걸렸어요, 엄마. 이제, 해방되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도 해방됐으면 좋겠어요."

베아트리체의 이름은 왜 비(Bea)였을까. 비는 그저 평범한 한 명의 사람(Be a)이기를 바랐다. 예쁜 옷도 입고, 데이트도 하고, 학교도 다니며, 수다도 떠는 그 나잇대의 평범함. 대단한 특별함을 꿈꾼 것이 아니었음에도, 마치 <넥스트 투 노멀>처럼 그에게는 그 평범함이 너무 멀리 있는 무언가였다.

비는 또 꿀벌(Bee)과 발음이 똑같다. 붕붕 나는 꿀벌의 노래를 좋아했던 비. 캐더린이 '붕붕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비. 비는 레이를 처음 만난 날, 레이에게 물어봤다. 제피(Zephyr)라는 말이 무엇이냐고. 그런 말이 있는지 레이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비와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 레이는 그 질문에 답을 한다. 그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에서 따온 말이라고. 그렇게 이 좁은 침대에 갇혀 있던 작은 꿀벌은, 서풍을 타고 훨훨 날아간다.

제피로스는 세상 모든 식물의 꽃을 틔우는 여신 플로라의 남편이다. 제피로스의 도움으로, 이 꿀벌은 자기만의 꽃을 찾아간 것일까. 그곳에서 비는 행복할까. 미친 듯이 웃으며 온 방 안을 휘젓는 비의 뒤로, 남은 캐더린은 침대에 주저앉아 서럽게 오열한다. 캐더린의 어원은 여신 헤카테, 죽음을 관장한다.

연극 <비(BEA)> 공연 사진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안녕, 붕붕이 좁은 침대에 갇혀 있던 비는, 자신의 소원대로 죽음을 통해 해방된다. 서풍을 타고, 작은 꿀벌은 날아갔다. 하지만 남겨진 자의 슬픔은 어찌할 것인가. ⓒ (주)아이디어랩


누구도 남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든가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지'와 같은. 그러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죽음보다 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대꾸하면 뭐라 답할 텐가. 에밀리아 클락(루이자 역)과 샘 클래플린(윌 역) 주연의 영화 <미 비포 유>를 본 사람이라면 '안락사'에 대해 제3자가 쉽게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윌이 유일하게 눈 뜨는 이유는 루이자 때문이지만, 이렇게 사는 게 괜찮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그것이 자기 인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을 너무도 사랑했던 그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그래, 아마도 공감에는 한계가 있나 봐. 지리학적으로, 비행기가 어디 뭐,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추락했다고 해봐. 누가 신경이나 써? 정말로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레이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린 모두 마음 장님이야."

연극 <비>는 공감에 대한 작품이다. 장애는 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마음에도 장애가 있다. 우리는 모두 사실, 상대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장애를 가진 '마음 장님'들이다. 이 마음 장님들은 서로를 자신의 기준에 끼워 맞추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다. 캐더린은 죽음을 택하려는 비를 처음에 이해하지 못한다. 비의 상황을 체험도 해보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비와 캐더린의 가교 구실을 해주는 것이 바로 새로 온 간병인 레이이다. (이 극을 열고 닫는 노래가 마돈나의 'Ray of Light'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말투나 행동에 대해서 그리고 성 정체성에 대해 갖은 편견과 핍박에 시달렸을 그이기에, 그래서 더더욱 서로를 사랑함에도 온전히 자기 얘기를 하지 못하는 모녀를 연결해 줄 수 있었다. 마지막 비의 생일 파티, 세상에 다시는 없을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세 사람은 보낸다. 서로의 아픔에 대해 이해하게 된 이들은 결국 선택한다. 비가 원했던 그 선택지를.

연극 <비(BEA)> 공연 사진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마지막 생일 파티 캐더린과 비 그리고 레이의 마지막 파티. 다시는 없을 세 사람의 파티이기에, 그들은 누구보다 밝고 신나게 논다. 다가올 슬픔을 애써 모르는 척, 그 큰 우울을 덮고 남을 기쁨을 만들기 위해서. 그래도 어쨌든 이별만큼은, 웃으면서 하기 위해서. ⓒ (주)아이디어랩


연극 <비(BEA)> 공연 사진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욕망 그리고 쾌락 레이와 비의 관계는 특별하다. 그러니 레이가 비에게 해주는 행위도 특별한 것이다. 간병인으로서, 진심으로 비가 행복하기를 바라서. 비가 아직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존재였다면, 그래서 그 순간 행복할 수 있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 (주)아이디어랩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읽어주다가 열정에 휩싸였던 레이와 비. 만약 그때 비가 쾌락을 느꼈다면, 내 몸이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픔만이 아니라 기쁨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이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는데 레이라는 친구를 얻은 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 비를 붙잡고 있는 캐더린이 이기적인 만큼, 캐더린을 놓고 떠나려는 비도 이기적인 건 아니었을까. 연극 <비>는 이런 물음표들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존중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안락사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논쟁적 사회 문제에 대해 정답과 오답이, 옳고 그름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편에 있는 이 그리고 정작 그 처지에 있는 당사자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이 상식적인 진리를 <비>는 재확인시켜준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여러 가지 선택지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완벽하지 않기에, 누군가의 가슴에는 크나큰 구멍을 남길 수밖에 없는 선택지. '해방'된 두 모녀를 보며 눈물이 나는 건 그 때문이다.

안락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국가에서 그것도 상당히 제한적인 형태로 허용될 뿐이다. '웰빙'을 넘어서 '웰다잉'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면서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가 되었을 때, 죽음을 택한 사람에 대해서 혹은 남는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을 이 작품을 말해준다. 그때가 올 때까지, 우리가 이 작품을 되새겨야 할 이유이다.

연극 <비 BEA> 포스터 지난 11일, 서울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의 드레스 리허설 사진.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만 누워 있는 베아트리체. 신체는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발랄한 정신은 언제나 활개치며 마음껏 수다를 떤다. 그랬던 그녀에게 새로운 간병인이 찾아오고, 베아트리체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지만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었던 말을 꺼내려고 한다. 안락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감성적으로 터치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극. 전미도, 이창훈, 백지원 등. 오는 30일까지.

▲ 연극 <비 BEA> 포스터 연극 <비 BEA>는 믹 고든의 원작 대본에 김광보 연출이 참여한 라이선스 작품이다. 이 연출, 이 멤버 그대로 대학로에서 보다 오래 보고 싶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 (주)아이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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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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