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야>에서 가수 지망생 이진호 역을 맡은 그룹 인피니트 멤버 호야(본명 이호원).

영화 <히야>는 이호원의 첫 주연 데뷔작이다. 가수 지망생 이진호 역을 맡은 그는 실제 자신의 경험 일부를 인물에 녹여갔다. ⓒ 권우성


그룹 인피니트 멤버로서 무대 위에서 화려함을 뽐내던 호야(본명 이호원, 25)를 기억해본다. 자신감 있게 노래와 안무를 선보이며 달리는 동안 그는 내로라하는 아이돌 스타가 됐다. 데뷔 이후 6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내달리는 것도 좋지만, 문득 아득해진 출발점을 떠올리며 현재의 자신을 점검할 때도 필요한 법. 지난해 인피니트가 발표한 미니앨범 <리얼리티(Reality)>가 호야에게 그런 의미였다면, 최근 상영 중인 영화 <히야>는 인간 이호원에게 그런 의미였다.

15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만난 그는 "초심을 기억하고 돌아보게 한 작품"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단순히 영화 속 그의 캐릭터가 가수 지망생이라서가 아니다. 가족 및 주변 이웃과 갈등하고 부딪히는 이진호(극중 이름)는 이호원이 지나온 삶의 궤적 일부기도 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그가 애틋하게 작품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동생이자 형

 영화 <히야>의 한장면

영화 <히야>의 한장면. 영화에 나오는 안무는 이호원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극중 로드킹 멤버들에게 이호원은 "이왕 할 거면 잘 하자"고 독려해가며 연습을 주도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연습실에 모여 이들은 종일 연습했다. ⓒ 메이저타운

삼형제 중 둘째인 이호원은 엄격하면서도 당돌하다. 무슨 말이냐고? 연년생인 친형과는 사춘기 때 한창 싸우다가 근 5년 간 얼굴을 안 보고 지내기도 했고, 다섯 살 터울인 동생에겐 따뜻한 말을 던지기 보단 무섭고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히야> 속 형 이진상(안보현 분)을 증오하며 마음을 열지 않는 모습과 얼추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형과는 많이 싸웠고, 고등학교 올라갈 무렵부턴 어색해졌죠. 그땐 제가 서울에 올라가 있던 시기(이호원은 창원 출신)라 연락할 일도 없었고요. 그러다 형이 군대를 다녀왔는데 좀 유해졌더라고요. 지금은 나름 잘 지내요.

동생은 또 꿈이 연기자예요. 제가 고1 때 자퇴를 했는데 동생도 그때 자퇴하더라고요. 막연하게 생각 없이 절 따라만 하는 거 같아서 많이 혼냈어요. 진지하게 연기를 생각하는지 보려고 매일 숙제를 내줬죠. 하루에 책 한권, 영화 한 편을 보고 감상문을 매일 제출하도록 했는데 그걸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지금 동생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고 뮤지컬도 하고 있어요. 기특하죠. 마음으로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그러면 또 엄하게 조언할 사람이 없을까봐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이번 영화 오디션에 동생을 추천했다. 기존 배우 중 두 명이 이탈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그 기회를 제안한 것이다. 형의 마음이 통한 걸까. <히야> 속 아이돌 그룹 로드킹 멤버 중 하나가 그의 동생 이호준이다. 게다가 또 다른 로드킹 멤버 중 한 명은 이호원과 부산에서 함께 춤추며 공연하던 지인이다.

꿈 많던 소년의 자퇴

이호원의 과거로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애초 연출을 맡은 김지연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쓸 때 이호원을 떠올리며 썼다고 고백한 바 있고, 이호원은 여러 차례 감독을 만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캐릭터 상당 부분이 그의 구술에 기반으로 한 셈이다.

"꿈을 위해 자퇴를 했다"고 그가 대뜸 고백했다. 편견은 버리자. 문제를 일으키거나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 아니었다. 영재시험을 볼 정도로 중학교 때까지는 이호원의 학업 성적이 우수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영화 <히야>에서 가수 지망생 이진호 역을 맡은 그룹 인피니트 멤버 호야(본명 이호원).

춤에 있어서 그는 철저하다. "그간 국내 영화에서 나오던 댄스 장면에 아쉬움이 많았다"며 이호원은 "초보가 아닌 전문가처럼 춤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 권우성

"심리학자, 축구선수, 액션배우 등 하고 싶은 게 진짜 많았어요. 아마 창원시에 있는 학원을 다 다녔을걸요(웃음).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할 건 다 해봤죠. 그런데 한 달을 못 넘겼어요. 변덕이 심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고등학교 때 춤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제가 가장 처음 꿨던 꿈이거든요. 교복 안에 이어폰을 넣은 채 음악을 들으며 팝핀 등을 연습하곤 했는데 성에 안 차죠. 학교에 댄스 동아리가 있었지만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퇴해서 더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부모님은 물론 반대했죠. 다만 어머니는 제가 어려서부터 식당일을 도왔고, 식당이 끝나면 거의 매일 함께 심야영화를 봤거든요. 저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문제였죠. 자퇴 후 일주일 만에 걸려서 아버지께 엄청 혼났답니다(웃음)."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된다는 건 핑계"

그는 극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봤던 첫 영화 <쥬만지>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성공해서 엄마를 위해 영화관을 차려주겠다"고 외쳤던 그 다짐 또한 잊지 않고 있었다. 그때의 천진난만함과 꿈에 대한 열정이 바로 지금의 이호원이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하는 동력이었다.

자퇴 이후 검정고시와 연극영화과 합격에 이를 때까지 이호원은 습한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인터뷰 전날인 14일에도 저녁을 먹고 바로 춤 연습을 하다 급체했다"는 사연을 전하며 그가 웃어 보였다.

"제가 고등학생 때 자퇴를 안 했다면 지금 뭐하고 있을까 상상하곤 하는데, 아마 친구들처럼 회사원이 돼 있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에 계속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아닌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니까요.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끌리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 있는데 그 분이 제게 재능이란 건 딴 게 아닌 관심도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타고난 발성, 운동 신경 등이 재능이 아니라 얼마나 그 분야에 관심 있느냐가 재능이라는 뜻이죠."

이 말대로라면 이호원은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에 많은 재능을 갖고 있다. 관심이 있으면 움직이는 법. 여기에 삶에 대한 그의 태도 방식 하나를 옮긴다.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된다고 말하는 건 핑계"라고 그가 강조했다. "본인이 열심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며 이호원은 "핑계를 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내 한계를 넘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수로서는 예전부터 하고 다닌 말이지만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이 있어요. 배우로서는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믿음을 주고 싶고요. 현실적으로 제가 넘어서야 할 것들이 있는데 한계를 깨가면서 진심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영화 <히야>에서 가수 지망생 이진호 역을 맡은 그룹 인피니트 멤버 호야(본명 이호원).

이호원은 인터뷰 전날 급체해서 다음날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지친 기색이었지만 인터뷰 당시 만큼은 마음을 열고 임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진짜 프로란 이런 것이다. ⓒ 권우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