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니앨범 <괴물>을 발표한 가수 박시환이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년은 박시환에게 노래하는 기쁨과 함께 연기의 즐거움도 알게 한 해였다. 박시환은 최근 종영한 JTBC <송곳>에서 이수인(지현우 분)과 함께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푸르미 마트의 직원 남동협 역을 맡기도 했다.ⓒ 이정민


지난 2013년 <슈퍼스타K 시즌5>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까지만 해도, 박시환은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을 이룬 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꾸밈없는 목소리의 그는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의 품을 벗어나 가수로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고, 그런 그에게 가요계는 또 다른 전쟁터였다. '<슈퍼스타K5> 출신'이라는 일종의 프리미엄도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이전과는 다른 삶이 시작됐지만,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음악이 좋아서, 좋아하는 것만 마음대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울러 대중의 취향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만 잘해서 성공한 이들도 물론 있지만, 그러기에는 힘들다는 것도 느끼게 된 박시환은 드라마로, 뮤지컬로, 조금씩 자신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JTBC 드라마 <송곳>은 박시환에게 의미 있는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볼 줄만 알았지 연기할 줄은 몰랐던 그는 <송곳>에서 푸르미 마트 직원 남동협으로 분했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박시환은 동협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분출해냈다. 연기하면서도 '짐이 되진 않을까?' 걱정했던 그는 어느 순간, 이수인 역을 맡은 지현우의 말처럼 "동협이의 최고 변호사"가 되었다.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감정적인 남동협을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 감독님이 화를 내보라고 해서 화를 냈더니 '분노의 단계가 너무 낮다'고 하시더라.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지현우 형, 현우 형, 예성이 형에 마트 여사님 역을 맡은 선배님들, 과장님들도 다들 도와주셨다. 처음엔 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갈수록 동협이가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절함 담은 목소리 토해내기까지



드라마 속 모습과 달리 지난 11월 23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괴물>을 들으면 과거 수줍어하고 조용했던 박시환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절제된 감성의 '단 한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를 토해내는 듯한 '괴물'을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것도 의외다. 박시환은 '굳은살로 덮인 피부가 내 삶을 말하고'라는 가사에 유난히 끌렸다고 고백했다.

"버텨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내용의 가사를 듣고, 마치 데뷔 전 나 같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손에 남아 있는 굳은살을 보게 되더라. '괴물'에는 강한 처절함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괴물'에 '단 한 사람', '이별거리'까지 앨범에 기본적으로 깔린 주제는 슬픔이다. 이를 기반으로 창법과 장르를 바꿔보고,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보려고 했다."

이번 앨범에는 에디 킴이 프로듀싱한 'Ups & Down(업스 앤 다운)'도 담겼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이 곡을 두고 박시환은 "지금 부른 것보다 더 가볍게 부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평소 라디나 주영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그는 "처음에 들었을 때, 가이드에 담긴 허밍이 바람 소리처럼 들렸다"면서 "처절하게 부르는 발라드도 있지만, 편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불안 극복하기 위해

 새 미니앨범 <괴물>을 발표한 가수 박시환이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환은 지난 2013년 <슈퍼스타K5>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간 담백한 목소리로 발라드를 불렀던 그는 새 미니앨범 <괴물>에서 목을 긁으며 거친 소리를 토해낸다. 이는 한없이 순해보이다가도 얼굴에서 표정을 싹 지우면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박시환 자신을 닮았다.ⓒ 이정민


그간 박시환을 둘러싼 정서는 '불안'이었다. 스스로 입지에 대한 불안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속사를 옮기면서 불거졌던 잡음 등 때문에 팬들 또한 그의 현재를 불안해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박시환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9살의 박시환은 스스로 뿌듯할 수 있는 30대를 맞이하기 위해 더욱 바쁘게 뛰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부분도 있다. 서른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뭔가를 이뤄봐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열심히 달리지 않을까. 때로는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오히려 더욱 바쁘게 지내려고 한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내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연기에 뮤지컬도 하지만, 자신을 연기자나 뮤지컬 배우로 칭하기는 아직 어색하다는 박시환. 그는 "어떤 분야건 노력하는 내 모습, 충실한 내 모습을 봐주시면 좋겠다"면서 "드라마와 뮤지컬의 캐릭터로, 노래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나는 대중에게 감성으로 다가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박시환은 "좋은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노래를 계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죽을 때까지 노래하려면 들어주는 분들이 있어야겠더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누군가 나를 이야기할 때, 기분 좋게 소개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한 번쯤 들어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랄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새 미니앨범 <괴물>을 발표한 가수 박시환이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환은 최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앨범을 내고, 뮤지컬 무대에까지 서게 된 그는 "내년이면 서른"이라면서 "당분간은 앞만 보고 달리면서 기반을 다질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민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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