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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리화가>의 배우 수지가 20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 여류 판소리꾼 진채선 역의 수지는 자신의 연습생 시절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며 몰입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승을 찾는 과정,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며 느꼈던 고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이정민


걸그룹 미쓰에이가 아닌 배우로서 수지는 그간 몇 번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 드라마 <드림하이>(2011)를 시작으로 <건축학개론>(2012)을 거치며, 사람들은 연기자로서 수지의 가능성을 엿봤다. 그리고 영화 <도리화가>가 오늘 개봉한다. 마치 답안지를 제출한 학생의 심정일 법도 하건만,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차분했다.

전작과 비교해보자. <건축학개론>의 서연은 대중이 수지에게 품고 있는 판타지에 어느 정도 호응하는 캐릭터였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충분했다. 이에 비해 <도리화가>의 진채선은 수지가 품고 있는 내면의 에너지를 드러내서 대중을 설득시켜야 하는 인물이다. 타인이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자칫 겉모습만 그럴싸한 조화에 불과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이 바로 생화로서 자신을 증명할 때임을 수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즉, <도리화가>는 관객에게 수지가 제출하는 일종의 중간보고서인 셈이다.

관객 3명 앞에 섰던 8인의 춤꾼들

 영화 <도리화가> 속 한 장면.

영화 <도리화가> 속 한 장면. 진채선은 여성으로서 소리꾼이 될 수 없었던 조선시대를 온몸으로 부딪혀야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자체가 노래와 꿈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수지의 장점이 녹아들만 하다. 일단 닮았다. 역사 속 진채선은 조선 최초의 여류 판소리꾼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에 영화는 시대적 억압을 이기고 자신을 증명한 승부사 기질을 인물에 입혔다. 그간 수지는 제작보고회와 언론 시사회에서 진채선이 자신과 닮았음을 수차례 말해왔다. "소속사 연습생으로 있을 때 많은 눈물도 흘렸고, 혼자 소리도 많이 질렀다"고 말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초등학생 때부터 몰래 학원을 전전하며 춤을 배우러 다녔고, 중학교 땐 교내 힙합 동아리에 사정사정해 겨우 연습부원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사실을 상기시키니 "그때 동아리가 사설 학원이 아니었기에 누굴 키우는 그런 환경도 아니었는데 그만큼 진짜 춤을 추고 싶었다"고 그가 받았다.

"힙합동아리였는데 일단 들어가 놓고 부모님에게 통보를 했어요. 걱정 많이 하셨죠. 딸이 춤춘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든 믿음을 주고 싶었고 정 못 믿겠으면 한번 보러 오시라고 했는데, 진짜 연습을 몰래 보고 가셨더라고요. 나중에 공연을 하게 됐을 때 정식으로 초대했어요."

8명의 댄서가 관객 3명 앞에 섰던 조촐한 공연이었다. 수지가 초대한 부모님까지 더하면 총 5명. 그 공연으로 수지는 부모의 마음을 얻었고, 결국 지금의 소속사 JYP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막상 소속사에 들어갔지만 짜증이 났어요. 그때까지 광주에 살았기에 주말에만 올라가서 연습할 수 있었거든요. 다른 아이들은 매일 연습하는데, 난 한 시간 반만 수업 받다니... 서울과 광주를 오가는 시간에도 차에서 계속 연습했어요. 이번 영화를 하는데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신분의 한계에 부딪힌 채선이 만큼 전 심각하진 않았겠지만,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한 걸음씩

 

데뷔당시를 회상하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판소리로 넘어갔다. 국악인 박애리 명창에게 수업을 받던 그는 "판소리엔 온음과 반음만 있는 게 아니라 반에 반음, 더 세밀하게 음이 나눠져 있더라"며 "발성도 평소와 달라 여러 버전의 노래를 녹음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진짜 그때 피 한 번 토했어야 했는데!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이었는데! 피는 안 토했어요(웃음). 판소리는 그렇게 하나씩 익혀갔어요. 본래 소설 <진채선>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따로 읽진 않았어요. 이야기가 완전 달라서 감정 잡기 애매할 거 같기도 했고요. 또 <서편제>와 <천년학> 등 판소리 명작이 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했어요. 진채선의 성장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거기에 집중하려 했죠. 사실 <서편제>를 살짝 보긴 했는데(웃음). 아주 다른 작품이더라고요. 그것처럼 박진감은 없어도 우리 영화엔 잔잔한 감동이 있답니다."

작품 이야기에 수지는 "만에 하나 <도리화가>가 흥행이 안 된다고 해도 후회는 없다"고 조용히 말했다. 영화의 흥행 여부는 철저히 관객의 몫인 법. 수지는 벌써 이를 깨달은 걸까? 바로 이어 그가 덧붙였다. "나중에 날 돌아봤을 때, '참 잘 선택했구나, 억지스럽게 뭔가를 만들어오진 않았구나'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걸 최선을 다해서 한다.' - 이게 지금 수지가 품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이라고 했다. 마냥 발랄해 보이는 수지지만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서 철저하고 진지해 보였다. 또 채찍과 당근에 대해 명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두 가지 일화를 여기에 옮긴다. 그를 스타덤에 올렸던 드라마 <드림하이> 때 PD가 헤드셋을 던지며 수지에게 "네가 무슨 주인공이냐"라고 혼냈던 일, 그리고 소속사 대표이자 프로듀서 박진영이 "(노래에) 애절함이 없다"고 타박한 일까지. 그때 수지는 일기장에 "연기를 다시 할 거다, 영화도 찍을 거다"라고 적었다.

"억지로 뭔가 만들어내진 않으려고요"

 주연을 맡은 배우 배수지가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도리화가> 언론시사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무대 위로 오르고있다.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 여자 소리꾼을 소재로 하고 있고, 11월 25일 개봉한다.

가수로서 정상을 경험한 그지만, 판소리는 전혀 생소한 영역이었다. 생소한 발성과 호흡법을 익혀야 했지만 한 여성의 성장담이라는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희훈

"혼나기도 많이 혼났죠. 사실 전 칭찬하면 잘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혼나면 오기가 생겨서 이를 악물기도 해요. 칭찬과 꾸중이 서로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울기도 많이 울면서 해왔죠. 일기? 일기는 지금 잘 안 써요. 많이 줄었어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사실 절 채찍질 할 때, 혹독하게 빽빽하게 살 때 이야긴데, 지금은 그게 또 아닌 거 같아서요. 조금은 물러나서 절 바라보고 있어요. 일기를 쓴다고 해도 한 문장 정도예요. '날씨가 우울한 게 참 좋다'라든가. 제 감정을 순간순간 기록하는 거죠."

곧 나올 수지의 개인 화보집엔 그런 수지의 개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마냥 밝고 발랄할 것처럼 사람들이 날 바라봐왔고 거기에 부응했다면, 이젠 억지와 자연스러움을 잘 구분하면서 살고 싶다"고 그가 말했다.

"물론 이 직업 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실제로 즐거워지기도 하고요. '다만 내가 진짜 즐거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 없이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내가 누구인가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제 직업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그런 혼란이 온 건데, 그래서 잘 구분하면서 사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일도 그렇고 목표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하는 건 좋지만, 억지로 뭔가 만들어 내진 않으려고요. 인간관계도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그래도 남는 건 간절함이다. <도리화가>의 주제 의식도 자신의 꿈을 찾으려 했던 한 여성의 간절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지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한때 심리학도를 꿈꿨고, 대학교에 입학해 캠퍼스의 낭만과 포장마차의 재미를 누리고 싶었던 그다. 이 말을 건네니 한바탕 웃는다.

대입 대신 연예 활동에 더 집중하기를 택한 지금, 간절히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수지는 답을 보류했다. "물론 연기와 노래라고 답할 수도 있는데, 정말 간절함에 대해서 생각할 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도리화가> 이후 한 뼘 더 성장할 수지가 그려졌다.

팔색조 매력 수지 관계자들이 수지를 설명할 때 적극적인 그의 성격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곤 한다. 학창시절엔 '배나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 "목표가 생기면 도전하는 모습은 충분히 그렇죠, 하지만 모든 걸 억지스럽게 하고 싶진 않아요"라고 그가 말했다. 배우로서 그가 보여줄 다양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 팔색조 매력 수지관계자들이 수지를 설명할 때 적극적인 그의 성격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곤 한다. 학창시절엔 '배나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 "목표가 생기면 도전하는 모습은 충분히 그렇죠, 하지만 모든 걸 억지스럽게 하고 싶진 않아요"라고 그가 말했다. 배우로서 그가 보여줄 다양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정민



○ 편집ㅣ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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