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자리한 13미터 크기의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

1976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를 테마로 한 체험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개장했다. 태권브이의 기지처럼 꾸며진 센터 내 격납고에서는 13m 크기의 마스터 태권브이를 볼 수 있다. ⓒ 이희훈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자리한 13미터 크기의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

마스터 태권브이의 제작비는 약 10억 원으로, 100여 명이 1년 반 동안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이희훈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자리한 13미터 크기의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

실제 애니메이션 속 태권브이는 키가 62m로 설정돼 있다. 민병천 감독은 "요즘 대세는 트랜스포머 같은 변신로봇이지만, 태권브이는 대형로봇이라 변신이 어렵다"며 "그 정체성을 갖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이희훈


로보트 태권브이가 불혹이 되어 집을 장만했다. 무려 한강 조망권의 3층짜리 저택(?)이다.

2016년 탄생 40주년을 맞는 로보트 태권브이를 테마로 한 체험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15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 고덕동에 자리잡았다.

브이센터는 태권브이의 탄생부터 출격까지를 총 10개의 섹션을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코코몽의 아버지'로 알려진 민병천(48) 총감독 등이 3년의 준비기간을 통해 완성했다. 3층 구조의 내부는 태권브이의 기지처럼 꾸며져 있다. '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75) 감독이 일하던 작업실을 재연한 공간과 아시아 최대 규모의 4D 영상관(가로 21m, 세로 13m) 등이 마련돼 있다.

3층까지 관통하고 있는 격납고에서는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13m 높이의 마스터 태권브이를 볼 수 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3층은 태권브이와 작품 속 캐릭터들의 피규어 약 80종을 전시해 포토존으로 꾸몄다.

하루 전날인 14일 열린 개관식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김청기 감독을 비롯해 민병천 총감독,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이자 배우 안성기가 참석했다. 브이센터가 서울 고덕동 강변가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원로 영화인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브이센터의 하이라이트, 13m 마스터 태권브이

브이센터를 먼저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입장하자마자 애니메이션 속 군인의 복장을 차려입은 요원들로부터 태권브이가 새겨진 동전 하나를 받았다. 수집품으로서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으니 잘 간직하라는 행사 관계자의 조언에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주머니 깊숙이 보관했다. 이 동전은 센터 내부에 있는 게임기를 사용하는 데 쓸 수 있다.

4D 영상관의 움직이는 좌석은 6m를 급강하할 수 있게 설계돼 성인들도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날 상영된 5분짜리 입체영상은 화면과 사운드에 문제가 생겨 원래보다 4배쯤 어두운 상태로 공개됐다. 진동하는 의자에 앉아 비행하는 듯한 느낌은 짜릿했지만, 적과 격렬히 싸운 우리의 시점이 태권브이인지 누구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일부 안전바는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아 점검이 더 필요했다.

가장 야심차게 공개한 마스터 태권브이에 대해 민병천 총감독은 "제작에 10억 원 정도 들어갔다"며 "하지만 100명 정도가 1년 반 동안 공을 들였기에 값으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스터 태권브이는 움직이기도 한다. 민 감독은 "목과 팔 등 일부 관절이 움직이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자리한 13미터 크기의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

마스터 태권브이가 놓인 격납고는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난간으로 연결돼 있으나, 아직 관람객이 출입할 수는 없다. ⓒ 이희훈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옥상 위에태권브이들이  설치 되어 있다.

브이센터의 옥상인 3층에는 태권브이와 다른 캐릭터의 피규어 80종을 전시, 포토존으로 꾸몄다. ⓒ 이희훈


태권브이가 태어난 해가 1976년이니, 현재 40대인 민병천 감독은 전형적인 '태권브이 키드'다. 어릴 적 태권브이를 보고 환호하던 아이가 불혹의 연배가 되어 태권브이의 집을 지어준 셈이다. 민 감독은 "1976년 김청기 감독님이 애니메이션을 만드셨을 때부터 좋아해 물건을 수집하기도 했다"며 "태권브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브이센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해 시작이 됐다"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함께 자리한 김청기 감독은 무엇보다 태권브이 테마파크가 생겼다는 것 자체에 벅찬 모습이었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한 김 감독은 "후배들의 열정 덕분에 이루어진 센터가 완성된 모습을 보니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까지 나려고 했다"며 "마치 큰아들의 성공한 모습을 본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브이센터) 디자인 자문만 했을 뿐, 제작과정은 터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청기 감독님께 태권브이에서 뭐가 제일 아쉬우시냐고 여쭤봤더니, 5분짜리 트레일러를 잃어버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동화 등 태권브이 관련 자료를 하나도 안 갖고 계셨어요." (민병천 감독)

결국 <로보트 태권브이>의 트레일러을 새로 만들기 위해 그 당시 레이아웃을 복원해 3천장을 그렸다. 김청기 감독도 원동화 30여장을 그리기 위해 오랜만에 연필을 들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일반화 된 지금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2D 셀애니메이션을 작업할 마땅한 곳이 없어 일본 스태프들의 힘을 빌렸다. 이번에 그린 원동화는 브이센터에서도 볼 수 있다.

 <로보트 태권브이> 김청기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강동구 브이센터에 설치 된 대형 태권브이 앞에 서 있다.

<로보트 태권브이> 김청기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강동구 브이센터에 설치 된 대형 태권브이 앞에 서 있다. 김 감독은 브이센터가 만들어진 모습을 보고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고 고백했다. ⓒ 이희훈


 애니메이션 '코코몽아버지' 민병천 브이센터 총감독이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옥상에 설치 된 태권브이 사이에 서 있다.

민병천 브이센터 총감독이 브이센터 옥상에 설치된 태권브이 사이에 서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냉장고나라 코코몽>과 영화 <유령> <내츄럴시티> 등을 연출했다. ⓒ 이희훈


변신로봇이 대세인 시대, 62m 대형 로봇의 귀환

그런데 지금은 2015년이다. 온갖 최첨단 로봇에 둘러싸인 시대에 1976년생 태권브이가 어필할 수 있을까?

민 감독도 이 점을 고민했다. 그는 "가장 고민을 한 건, 트랜스포머처럼 변신로봇이 대세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세라고 억지로 껴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15m 이하여야 변신이 가능한데, 태권브이는 62m로 설정돼 변신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퍼시픽림>처럼 대형로봇에 대한 매력이 있기에, 태권브이의 정체성을 갖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청기 감독은 좀더 유연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캐릭터의 기본적인 모습은 고수해야겠지만, 고집을 하기보다는 관객들의 호응도를 보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징가Z 표절 논란이 따라다니기도 했지만, 태권브이는 일본 애니메이션밖에 볼 수 없었던 1970년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안겨준 최초의 로봇 만화영화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한, 태권브이를 보고 자란 세대 중 광팬들도 적지 않아 꾸준히 명맥을 잇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민 감독은 "우리나라도 (애니메이션) 부흥기 때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있었는데 다 소멸됐다"며 "(태권브이를 포함해) 충분히 한국형 어벤져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고 내다봤다.

15일부터 공식 개장한 브이센터의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이용요금 성인 25000원, 아동~13세 20000원.

 태권브이

브이센터 입구에 놓인 대형 태권브이 조형물. 태권브이의 주먹이 향한 곳에는 한강이 펼쳐져 있다. ⓒ 이희훈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는 다양한 로보트 태권브이가 전시 되어 있다.

브이센터에는 다양한 버전의 로보트 태권브이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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