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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환호한 '아워바디'... 최희서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BIFF 인터뷰] <아워바디>의 한가람 감독, 그리고 배우 최희서를 만나다

18.10.13 11:50최종업데이트18.10.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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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유성호


영화 <아워바디>는 제목처럼 직관적인 작품이다. 지난 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해 온 자영(최희서) 앞에 우연히 나타난 현주(안지혜)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의 소유자. 몸과 마음이 지친 자영에게 현주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건강한 몸과 자신 넘치는 정신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자영은 현주를 따라 서울 곳곳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 한 줄기 빛이었던 현주조차도 실은 오랜 시간 등단을 준비해 온 작가 지망생이었다. 영화는 제도권 사회에서 아무 존재감도 보이지 못하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에게 어떤 환기를 선사한다. 23회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앞서 토론토영화제에서 초연 후 관객의 환호를 받은 바 있다. 이 이야기를 품고 영화로 밀고 나간 장본인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영화아카데미 33기 신예 감독인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를 영화제 기간 중 만날 수 있었다.

절실함의 결과물
 

마침 GV(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막 끝내고 돌아온 뒤였다. 한창 드라마 <빅 포레스트> 촬영 중이었지만 "가장 처음 하는 GV와 마지막 GV 행사는 꼭 참여하고 싶어 다시 부산에 내려왔다"며 최희서가 환히 웃어 보였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가람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가 딱 영화제 기간이었다. 그때 <죄 많은 소녀>도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출신들이 많이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를 잘 만들어서 부산이 마치 유토피아인 것처럼 내년에 부산에 잘 가져가 보자고 우리끼리 다짐하던 게 기억난다(웃음)." (한가람 감독)

"내년이면 제가 데뷔 10년 차가 된다. 10년 동안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아워바디>를 통해 20대에 고민했던 걸 자영이라는 인물로 다시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 5년 전엔 아시아영화아카데미 행사로 부산에 왔었다. 멀찍이서 선배님들 영화도 보고 그랬는데 올해 작품으로 부산에 올 수 있어서 한가람 감독님과 잠깐 울컥했다." (최희서) 


분명 여동생이 있는 자영, 그리고 자신만만한 현주 등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지만 <아워바디>를 여성주의 영화 틀에 가두긴 좀 찜찜했다. 남성 캐릭터로 끌고 갔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보편적 이야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가람 감독이 이 캐릭터를 여성과 몸으로 치환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저도 여성 영화를 노리고 한 건 아니었지만 주인공이 여성이었으면 했다. 강함이 있고 자신감을 얻길 원했다. 제가 딸이다 보니 살면서 엄마에게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여성 캐릭터로 해야 자영의 고민이 잘 나올 것 같더라. 또 제가 언니가 있다 보니까 자매 이야기를 좋아한다." (한가람 감독)  

"저는 또 여성 배우다 보니 생각이 좀 달랐다. 한국의 장르 영화에서 여성 배우가 제한적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고, 그런 캐릭터가 존재할 수밖에 없잖나. 이 작품을 통해 30대 여성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쳐다보고 싶었다. 굳이 여성영화로 규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필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 수가 적다 보니까..." (최희서) 


<아워바디>와 최희서 인연은 각별했다. <박열> 개봉 직후 한창 홍보할 때 최희서는 서울 홍대입구 부근에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찾아가 본인의 프로필을 돌렸다. 지인이 마침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있었기 때문에 문을 열어 달라 부탁해 10부를 '예비 감독' 책상에 각각 놓은 것. 

"그게 인연이었다. 근처에 여러 영화사들도 있었지만 전 딱 아카데미만 찾아갔다. 아카데미의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꼭 하고 싶었다. 노트북에 <장례난민>(감독의 전작 단편)이라는 제목이 깜빡거리더라. 또 한가람이라는 이름이 평범하진 않잖나. 거기에도 제 프로필을 놨다(웃음). (최희서)

"프로필 사진이 너무 좋았다. <아워바디>를 쓰고 난 뒤 보니 최희서 배우가 자영이와 매우 닮아있더라. 겉으론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면에 강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박열>에 출연하신 걸 모르고 있었는데 친구가 '이젠 최희서씨가 (너무 유명해져서) 네 영화에 출연 안 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동안 그 프로필을 갖고만 있고 연락을 못 드리다가 후회를 남기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중에서야 연락했다." (한가람 감독)


그렇게 인연이 됐다. 시나리오를 받아 든 최희서는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단번에 출연하겠다고 감독에게 직접 연락한 것. 서로의 절실함이 통했다고 할 수 있다.

온몸으로 겪은 이야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유성호


한가람 감독은 방송국 입사를 꿈꾸던 지망생이었다. 비정규직으로 5년간 방송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아워바디> 속 자영에 담겨 있었다. 최희서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이 엄청 많은 생각을 하면서 쓴 것 같았다"며 한가람 감독의 속마음을 대신 전했다. 

"아카데미 단편 과정 때부터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데 단편으로 하기엔 길다는 생각이 있었다. 20대 후반일 때 주변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더라. 취직한 친구들이 운동을 시작하며 사회적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 같이 운동을 해봤다. 왜 하는지 알겠더라. 백수 시절이 길었고, 시나리오를 계속 쓰면서도 영화 한 편 제대로 못 만들 때의 그 심리를 영화로 풀어보고 싶었다.

일단 제목 자체는 시놉시스 때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요즘 운동 관련 프로그램이 되게 많잖나. 바디라는 단어 자체가 옛날과 다르게 사회적 의미가 들어간 것 같더라. 몸이 좋으면 그 사람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한국에서 특히 바디라는 단어에 어떤 다른 느낌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한가람 감독)


삶의 목표를 상실한 자영을 최희서가 온몸으로 품었다. 실제로 최희서는 20대 초반부터 연기자를 꿈꿨을 정도로 목표의식이 분명했고, 자존감 또한 스스로 높여온 쪽이라 자영과는 많이 다른 사람일 수 있었다. 이런 질문에 최희서는 현답을 내놓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자영을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 모든 사람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후 자영이의 특별함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스스로 가둬둔 게 많더라. 8년 고시생 생활로 눈빛, 태도, 말투 등이 그녀의 특별함을 감싸는 것 같았다. 엄마나 친구에게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영화에선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좋아진다는 설정이라 저 역시 실제로 몸을 만들어 갔다. 평범했던 자영이가 조금씩 건강해지면서 말투에도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현주에겐 일관됐지. 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마치 좋아하는 언니나 선배에게 하는 말투가 나왔다. 엄마나 동생에게 하는 말투가 또 달라야 했고, 여러모로 고민하면서 표현할 부분이 많았다.  

제가 자영이에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주변에 자영이와 닮은 친구들이 많아서였다. 영화에 나오는 자영의 친구 민지 같은 친구들도 있었다. 민지처럼 취직해서 대리가 된 친구들은 일은 하고 있지만 매일 피로 때문에 꿈을 잊고 살고 있었고, 취직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친구들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제게 자영이는 옆 동네 사는 자취하는 그런 친구 같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할 것 같은, 숨이 차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사람. 제가 표현할 어떤 결이 있을 것 같았다." (최희서)


삶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힘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유성호

 
이른 시기 연기자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온 최희서, 반면 20대에 영화를 찍진 못했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온 한가람 감독은 서로 다르면서도 통하는 본질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1985년, 1986년생 또래인 두 사람은 함께 <아워바디>를 준비하고 토론토영화제를 다녀오면서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감독님에게서 이야기에 대한 고민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교육과정을 겪었고, 고민도 비슷하다. 이준익 감독님이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제 입장에선 이준익 감독님을 떠난 후 첫 현장이다 보니 그만큼 의미가 컸다." (최희서)

두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을 물었다. 배우가 느낀 대로 한가람 감독은 벌써 장편 시나리오를 세 편 정도 갖고 있을 정도로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주로 사람들에게서 얻는다"며 한 감독이 말을 이었다.

"영화에서 자영이가 현주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잖나. 저도 호기심이 생기면 파고든다. 선배든 주변 사람이든 말이다. 제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위로와 위안이라는 가치를 좋아한다. 지금 정확한 소재나 아이템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한가람 감독)

"자영이처럼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가 고3 무렵이었다. 공부에 치여 무기력했다. 그러다 대학 때 연기 동아리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맛 봤지.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연극 연기를 하며 뭔가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저 역시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또래 배우들, 영화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최희서)

그리고, 최희서가 영화 속 자영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그간 <동주> <박열> 등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마치 손글씨 쓰듯 꾹꾹 눌러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예전에도 제가 주체적으로 작품을 고를 입장이 아니기에 <아워바디>라는 작품은 제게 들어온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영이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게 가장 안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드라마든 영화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것 같은데 동시에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질문을 던지는, 또 제겐 도전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빅 포레스트>는 코미디 드라마인데 얘기만 들어도 웃음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코미디 장르가 참 대단하다 느끼고 있다. <사도>에서 송강호 선배가 초반에 익살스럽게 하시는 부분이 마지막에 비극과 대조되며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코미디는 노련함이 필요한 것 같다. 저도 마침 도전해보자 하는 생각이다." (최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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