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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너무 심한 프로... " 백종원이 담당 PD 걱정한 이유

[현장] 백종원의 미식 방랑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자간담회

18.04.20 18:29최종업데이트18.04.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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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경험은 얼마 안 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백종원)

20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에서는 백종원의 미식 방랑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백종원은 내내 "사업가의 눈으로 봤을 때 사업성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낭비가 심한 프로"라며 웃었다. 하지만 옆에 앉은 박희연 PD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미 숱하게 만들어진 백종원표 먹방·쿡방과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차별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총망라된 백종원의 음식 지식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백종원과 박희연 PD. ⓒ CJ E&M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집밥 백선생>을 통해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 박희연 PD와 백종원의 새로운 미식 프로젝트다. 백종원이 세계 방방곡곡에 숨겨진 길거리 음식을 찾아다니며, 음식과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낼 예정. 백종원은 "방송을 하지 않을 때, 공부를 위해 외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고 해석하곤 한다"면서, "그동안 출연했던 프로그램들 중 가장 편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희연 PD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백종원'이었다. <집밥 백선생> 촬영 도중, 윤두준이 콘서트 때문에 해외에 간다고 하면 '그 나라에 가면 이 음식 꼭 먹어야 한다', '이 식당은 꼭 가보라' 이야기하고, 회식할 때 남상미가 '저는 이 맥주만 마시면 코가 간지러워요' 하면 '이 맥주에는 꽃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그렇다'고 답하는 백종원의 모습에서 "음식과 재료에 대한 백종원의 풍부한 지식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는 것이다.

박 PD는 "백종원은 음식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고, 음식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면서, "그저 음식에 대한 '맛' 이야기만이 아닌, 음식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다.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음식 동화를 보는 것처럼 그림과 이야기가 풍부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다.

백종원은 "보통 먹방 프로그램은 빨리빨리 여러 음식을 찍어야 하다 보니 무리해서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처음 계약할 때부터 '평상시 먹는 대로, 평상시 외국에서 자료조사 하러 다니는 대로 드시라'는 조건을 걸더라"고 전했다.

보통 해외 촬영의 경우 하루 동안 촬영한 내용을 2~3편에 나눠 내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4~5일을 찍어 한 편을 만들었다고. 백종원은 "박 PD가 배부른 상태에서 먹을 때랑, 진짜 먹고 싶어서 먹을 때랑 다르지 않냐면서 내 내면의 세계를 찍겠다더라"며 웃었다.

화려한 영상에 담긴 길거리 음식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백종원. ⓒ CJ E&M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메인 먹거리는 '길거리 음식'이다. 앞서 <집밥 백선생>으로 '집밥' 열풍을 일으킨 두 사람이 길거리 음식을 주제로 새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도 궁금했다.

백종원은 우선 "<집밥 백선생>의 '집밥'은 어머니의 '집밥'이 아니"라고 했다. 어머니의 정이 듬뿍 담긴 '집밥'이 아니라, 나가 사 먹지 말고 집에서 해 먹어라, 만들어 보면 음식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거다, 라는 의도의 '집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밥'과 '길거리 음식'은 단지 장소의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음식"이라고 했다. "길거리 음식은 자극적인 맛이라 먹을 때만큼은 환하게 빛나지만, 뒤돌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희연 PD는 "한국인들도 길거리 떡볶이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들이 있는 것처럼, 각 나라의 길거리 음식에도 그들의 사는 방식과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길거리 음식에 담긴 스토리를 담아내기 위해 박 PD는 막대한 물량을 쏟았다. 백종원이 "낭비가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혀를 내두른 또 다른 이유다.

백종원은 "촬영팀이 50~60명이 붙었다"면서 "내가 먹는 모습을 찍는 팀, 풍경과 경치만 찍는 팀, 재료만 찍는 팀이 다 따로 있었다"고 했다. 촬영 내내 PD에게 "이렇게 돈 많이 들여서 뭐 할 거냐고 물었다"는 그는, 시즌제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결과 봤는데 별로면 국가적인 낭비니까 그만하자고 할 거고, 잘 나온다면 CD로 구워 보관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며 웃었다.

백종원 자신도 "있는 지식 없는 지식 총동원했다"고. 방송에서 나갈 이야기들은 현지 인맥과 교수진에게 팩트체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음식에 관심 있는 분들, 직접 해외에 가서 음식 공부하고 싶지만 못 가신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일 것"이라면서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만약 시청률 잘 안 나오면 제작진이 (회사에) 욕 많이 먹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사유리 부러웠던 백종원, 이번엔 '소원 성취'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백종원. ⓒ CJ E&M


직업 때문에, 또 방송 때문에 온 세상 맛있는 음식을 다 먹고 다니는 백종원. 그에게 더 이상 새로운 식재료, 놀라운 음식이 있을까? '먹방'보다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이라지만, 낯선 해외 음식을 보고 시청자들이 '먹고 싶다', '궁금하다'는 감정을 느끼려면 백종원의 생생한 맛 표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 '백종원표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그의 입맛이 대중들에게 '맛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크지 않을지 궁금했다.

백종원은 "타사 프로그램이지만 <삼대천왕>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말을 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하는 식당들은 모두 작가들이 고생해서 골라낸 곳이지만, 사람 입맛이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 본인 입맛과 맞지 않을 때도 많다고. 백종원은 "나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해서 그런 곳은 맛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담백한 맛집은 나와 맞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백종원은 "철저하게 내 입맛대로 표현한다"면서도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곳들은 대부분 유명 맛집이다. 내 입에 맞지 않더라도 왜 이 식당이 인기가 많은지, 왜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지 고민하면서 표현한다"고 했다.

백종원은 "사유리가 부러웠다"고 했다(기자 주: 사유리는 MBC <금요와이드>의 맛집 탐방 코너 '사유리의 식탐 여행'에서 솔직한 맛 표현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백종원은 "사유리는 맛 없으면 식당을 나가버리지 않느냐"면서 "그동안은 한국에 있는 식당들이라 그렇게 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엔 외국이라 솔직하게 표현했다. PD도 맛없으면 뱉어도 된다고 해서 진짜 마음대로 했다"며 즐거워했다.

백종원은 "PD가 실제 자료 조사하러 다닐 때처럼 하라고 해서 섭외된 식당 외에도 마음대로 들어가고 맛없으면 나오기도 했는데, 덕분에 담당 카메라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며 머쓱해 하기도 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희연 PD. ⓒ CJ E&M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선명한 색상으로 담긴 외국 길거리 음식과 식재료,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다. 제작진은 "그동안 예능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촬영 기법을 사용했다"면서 기대를 부탁했다.

백종원은 "혼자 음식을 먹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이 음식을 집에서 만드시려면~' 하고 습관처럼 이야기하게 되더라"고 했다. 제작진은 계속 그런 백종원에게 '다큐멘터리처럼 찍는 거니까 무게 좀 잡아달라' 부탁했다고. 

박희연 PD는 "백종원이 출연하기 때문에 (백종원이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이 떠오르실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식재료에 담긴 이야기를 깊이감 있게 다루겠다"며 차별화 전략을 이야기했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백종원의 미식 방랑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트>는 오는 23일 월요일 오후 11시 첫 방송 된다.

백종원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스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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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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