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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에피소드가 극장판으로... 팬들은 열광했다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번외편] <기동전사 건담 쿠쿠루스 도안의 섬>

22.10.05 17:29최종업데이트22.10.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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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유니버스'의 지속력과 그 이유
 
리얼로봇물의 창세기를 열었던 건담 시리즈의 최신판이 돌아왔다. 1979년 43회차 TV 시리즈로 출발한 '기동전사 건담'은 이후 40여년째 생명력을 유지하며 예전 '철인28호'와 '마징가Z' 등의 '슈퍼로봇물과 대비되는 '리얼로봇물'의 시조가 되었다.

그리고 팬들은 정통여부 시시비비를 따지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오리지널 건담으로 간주할지, 정사와 외전의 구분기준은 어떻게 정해야할지, 패러랠 월드 형태의 평행세계관은 어느 선까지 용인해줘야 되는지 건건이 모두 논란이 됐다. 팬층은 과열된 논쟁으로 사분오열되어 머리가 아프지만 그 격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작자가 참고해 활용할 건수는 늘어만 갔다.
 

▲ "기동전사 건담 쿠쿠루스 도안의 섬" 스틸 영화 스틸 이미지 ⓒ (주)디스테이션

 
'건담 유니버스'의 지속력과 그 이유 역시 이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강력한 동력은 초기부터 스폰서가 되었다 이제는 본말이 전도되듯 건담 시리즈의 사실상 '주인'이 된 프라모델 제작사 '반다이'의 의지일 테다. 그리고 마치 한국의 90년대 x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체험의 장으로 건담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인기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뛰어넘는 세대공감의 아이콘이 되었다. 일본 현지에선 해당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의 대사나 제스쳐 하나하나가 '밈(인터넷 밈(Internet Meme) 또는 줄여서 밈(Meme)이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 퍼져나가는 여러가지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화'되어 널리 공유되고 재해석되는 중이다. 그야말로 '현상'이라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다. '뉴타입'이라는 설정상의 개념은 애니메이션 속에서 대중문화 키워드로 등극한다.
 
리얼로봇물로서 건담의 가치는 기존에 유소년층 위주로만 어필되던 팬층이 이전보다 확장된 세계관을 소화하면서 현실 역사/사회 이슈와 연동할 수 있는 소스를 통해 확대됐다. 건담의 팬덤은 세부적으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다. 애니메이션의 팬이 있고 로봇 메카닉 팬이 있고 인기 캐릭터의 팬, 역사 매니아처럼 세계관과 설정에 흥미를 가진 이들, 고증과 재현에 집중하는 프라모델 제작층까지 서로 전혀 상이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끊임없이 유입되어 합종연횡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시간의 축적과 함께 자연스럽게 팬덤의 세대도 갈렸다. 초창기 팬들은 환갑 전후가 되었고 그들의 2세 3세가 새롭게 팬덤에 편입되었다. 다른 세대의 팬들이 상정하는 '건담'이란 존재는 도저히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지만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도저히 이뤄지기 힘든 조합을 이루기도 했다. 흔히 우주세기 vs 비우주세기라 일컫는 초창기 세계관 위주와 이후 새로운 설정으로 시작되는 신세대 작품들의 세계관들 중 우열을 가리는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건담 시리즈의 초반 주역이던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의 (당시) 신진 작가들은 68운동의 영향을 짙게 받은 자신들의 세계관과 철학을 상업 애니가 용인할 수 있는 경계선까지 밀어붙였고 이런 지점은 끊임없는 제작사와 작가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한편 리얼로봇 건담에 열광하는 골수 팬들도 생겨났다. 그런 여러 이점의 조합이 마치 지층처럼 퇴적되어가면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전설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렇게 거대 프라모델 메이커에게 마르지 않는 샘처럼 세대를 초월한 판매를 이끌어낸 건담 컨텐츠는 이제 스스로의 의지로 중단하거나 종결될 수 없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새로 제작될 애니메이션 등장 로봇 디자인에 반다이의 승인을 거쳐 '건프라'라는 명칭으로 특화된 프라모델 생산 문제가 연동되는 건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다. 그리고 원 소스 멀티 유즈 정책 또한 일반화되었다.
 
그저 지나치는 존재였던 '외전' 에피소드의 재탄생
 

▲ "기동전사 건담 쿠쿠루스 도안의 섬" 스틸 영화 스틸 이미지 ⓒ (주)디스테이션

 
건담 시리즈가 스폰서의 입김에 좌우되면서 좀비처럼 수명연장이 이뤄지는 상황을 썩 탐탁찮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이제는 다들 체념한 상황에 가깝다. 우려스러운 건 이제 광맥이 고갈될 지경이 되다 보니 과거엔 정통으로 취급되지 않던 다양한 컨텐츠가 부활되고 있는 것.

건담 시리즈의 최신판인 <기동전사 건담 쿠쿠루스 도안의 섬> 또한 그저 그 내키지 않는 일부로 여길 소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퍼스트 건담 TV 시리즈 43회 중 15회에 해당되는 에피소드는 이후 티비 방영분을 재편집한 극장판 1-3에 단 한 장면도 포함되지 못했고, 주요 작가들은 이 에피소드를 없는셈 치곤 했다. 하지만 기이하게 15회는 소수의 열광적 팬을 구축하며 끊임없이 회자되었다. 그리고 인생역전처럼 아예 단독 극장판이 탄생하고 말았다. 대체 이 업둥이 취급받던 에피소드에는 무엇이 숨어있던 걸까?
 
퍼스트 건담의 팬들에겐 익숙한 내용이지만 본 작품으로 처음 건담을 접하는 이들에겐 원래 전체 시리즈의 번외 편 외전 격에 해당하는 <쿠쿠루스 도안의 섬>은 생소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다. 간략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대강 이런 내용이다. 근미래, 인류는 우주로 진출하면서 지구연방정부를 출범시키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는 자세로 서력 대신 '우주세기'를 시작한다. 70여 년의 우주세기 동안 지구의 과밀인구 다수가 달이나 우주공간에 세워진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인공 거주구역에서 생활하는 데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혁신에도 불구하고 우주이민은 강제성을 띠고 빈곤층 위주로 진행되었고, 지구에 남은 부유층은 특권화 되었다. 그리고 수적으로도 다수인 데다 경제권을 차지한 우주이민자들을 통제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연방군이 식민지를 통제하듯 각 콜로니에 주둔해 분리운동을 감시하는 데 이른다. 기존의 이념 대립은 지구 거주자('어스노이드') vs 우주 거주자('스페이스노이드')의 대립으로 변형되고 콜로니 집단은 '사이드'란 명칭으로 1-7까지 건설되어 사실상 자치정부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이중 가장 지구에서 떨어지고 중공업이 발달한 사이드3이 '지온공국'을 건국한 뒤 독립전쟁을 표방하며 벌인 게 퍼스트 건담의 배경인 '1년 전쟁'이다.
 
하지만 1년 전쟁을 선제적으로 개시한 지온공국은 스페이스노이드의 권익 옹호에서 우생학적 논리를 끌어들여 나치독일의 닮은꼴이 되어가고, 무차별 학살을 저지르며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지온이 초기에 우세를 차지한 인간형 로봇병기를 지구연방군도 급히 개발하는 데 그 대표적인 실험기체가 바로 '건담'인 것이다. 전세가 교착 상태에서 대대적인 연방군의 지구 내 반격작전이 준비되는 상황. 건담을 포함한 독립기동함대에 작전 기동로를 방해할 위험이 있는 알레그란사 섬을 소탕하란 임무가 부여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섬에는 상관의 민간인 학살에 반대해 탈영한 쿠쿠루스 도안이란 지온 군 출신 로봇 파일럿이 자신의 기체를 숨겨두고 있었고, 또 다른 비밀도 숨어 있었다. 건담 파일럿 아무로 레이는 쿠쿠루스 도안과 복잡한 관계에 놓이게 되고, 아무로를 구조하러 온 화이트베이스 독립기동함대와 도안이 소속되어 있던 지온 군 서던 크로스 부대가 섬의 비밀을 놓고 각축을 벌이게 되는 게 줄거리를 이룬다.
 
원래 건담 첫 번째 TV 시리즈는 부족한 예산과 스태프들의 과로 때문에 종종 작화가 붕괴되거나 전체 줄거리와 동떨어진 '뜬금포' 에피소드가 남발되곤 했었다. <쿠쿠루스 도안의 섬>도 딱 그런 격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기존의 활용 가능한 내용은 뽑아내려는 풍조가 각광받으면서 쿠쿠루스 도안의 에피소드는 짙게 드러나는 반전주의나 작은 섬이라도 전쟁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어른들의 사정을 잘 그려냈다. 

여기에 더해서 아날로그 시대의 작화를 보완하는 컴퓨터 그래픽의 조화는 1979년 TV 버전이던 때 상상도 못했을 비주얼 신세계를 체험하게 해준다. 그렇게 재탄생한 '쿠쿠루스 도안의 섬'은 올드팬에게는 퍼스트 건담에 대한 향수를, 신세대 팬에게는 밀리터리 설정이 뛰어난 독자적 단품으로 흥미로운 부활을 거치는 중이다.
 
상업적 의도와 팬덤의 요구가 어우러진 확장 세계관의 매력
 
총괄 감독을 맡은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건담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파트너이자 당대 일류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본 만화계에선 대표적인 좌파 지향과 역사의식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젊을 시절 급하게 만든 퍼스트 건담 설정을 가다듬어 재설정하는 '건담 Origin'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그 연장선에서 자신들이 흑역사로 치부해 온 쿠쿠루스 도안의 섬을 새롭게 퍼스트 건담 전체 스토리라인과 연동시키는 과업을 완수했다.
 
작가들의 이야기 완결을 향한 욕구는 스폰서이자 저작권자가 되어버린 거대 프라모델 메이커 반다이에게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자동수명연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기존 프라모델을 찍어내는 원판이 잔뜩 쌓여 있는 퍼스트 건담 시리즈의 금형을 활용할 수 있는 초대 건담 바리에이션 시리즈는 우려내고 또 우려낸다는 비아냥 속에서도 사골의 저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그런 상업성의 확보는 씁쓸하긴 해도 시리즈의 신작이 계속 등장하게 만드는 기본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원작자의 설계를 넘어 다양한 세대의 팬들이 집단지성을 작동시켜 설정의 빈 구멍이나 논리적으로 미완성된 부분을 메운다. 반세기가 곧 다가오는 건담 시리즈 역시 가장 기원에 해당되는 <쿠쿠루스 도안의 섬> 에피소드의 극장판 완성을 경유해 앞으로 또 다른 10년을 이어갈 야망에 불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진행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볼 생각이다.
 
<작품정보>
 
기동전사 건담 쿠쿠루스 도안의 섬
Mobile Suit Gundam Cucuruz Doan's Island,
機動戦士ガンダム ククルス・ドアンの島
2022|일본|애니메이션/SF
2022.10.05. 개봉|109분|12세 관람가
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주연 후루야 토루(아무로 레이 (목소리) 역),
타케우치 슌스케(쿠쿠루스 도안 (목소리) 역)
출연 나리타 켄(브라이트 노아 (목소리) 역), 후루카와 토시오(카이 시덴 (목소리) 역),
한 메구미(세이라 마스 (목소리) 역), 아라이 사토미(미라이 야시마 (목소리) 역),
후쿠엔 미사토(프라우 보우 (목소리) 역)
원작 야타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배급 (주)디스테이션
수입 (주)에스피오엔터테인먼트코리아
공동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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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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