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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그루밍' 심각, 너무 노골적이라 편집하기도"

[이영광의 '온에어' 186] KBS 1TV <시사기획 창> 김도영 기자

22.08.10 08:43최종업데이트22.08.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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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대 중 95.9%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즉 10대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10대에게 온라인 공간은 친근한 장소이며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문제는, 이런 10대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있다. 바로 성인인 성범죄자들이다. 

지난 2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너를 사랑해... 악마의 그루밍'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 랜덤채팅 방에서 성범죄자들이 어떻게 그루밍하는지 과정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너를 사랑해... 악마의 그루밍' 편을 취재한 김도영 기자와 지난 5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사실 이 촬영이 굉장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일단 방송이 잘 나갔으니까 안심이 되기도 해요.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해요. 저희는 방송이 나갔으니까 끝났는데 다큐에 나오는 현실들은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끝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 일상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실태에 대해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아이들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또 아이를 키우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아이들의 문제에 관심 갖게 됐고요. 이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냥 뉴스에 일반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기자가 채팅 한두 번 해보고 (방송을) 내보내는 건 아니다 싶어서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가 저희 모티브가 돼 준 다큐를 보게 됐죠. 그래서 우리도 이걸 한국판으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 예전에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했나요?
"제가 복지 분야 예비 전문기자로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그 전부터 아동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왔었어요. 굉장히 취약한 계층이거든요. 일반적으로 요즘 애들이 풍족하게 큰다고 얘기는 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계층적으로 보면 아동은 사회에서 약자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별것 아니지만 아이의 시각에서는 굉장히 큰 문제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 실험을 위해 배우 지망생들 오디션을 보셨잖아요. 
"이거는 실험 다큐고 일종의 관찰 다큐잖아요. 저희가 최대한 이 과정을 투명하게 시청자들한테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들에게 이 과정을 따라오면서 보실 수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오디션 할 때 어떠셨어요?
"오디션은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처럼 진행이 됐어요. 일단 모집했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게 대본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일종의 실험 다큐라서 배우분들이 어떤 일을 겪으실지 우리도 장담은 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위험성이나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어요. 그 다음에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지 채팅해서 메시지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지, 또 이런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런 것들을 질문해서 생각도 공유했어요."

- 남자 배우도 뽑았나요. 
"남자 배우도 출연시키려고 오디션 과정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저희 제작진이 랜덤 채팅이나 오픈 채팅에서 남자 아동처럼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연락이 안 오는 거예요. 여자 아이들에게 연락이 더 많이 오더라고요. 저희가 2편을 기획하고 있어요. 2편을 방송할 예정인데 거기에는 남자 배우들도 함께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채팅 상대 남성의 성적 발언이 노골적이라 놀랐어요.
"많은 분이 그렇게 반응하시더라고요. 저희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대 남성에게) 최소한의 반응만 했어요. 일부러 그런 대답을 유도하지는 않았고요."

- 실험 중 연기자가 울잖아요. 실제로 아동이 받는 피해는 생각보다 클 것 같아요.
"방송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얘기 저 얘기를 섞어가고 성적인 얘기를 중간중간에 던지면서 굉장히 몰아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취약하게 또 빨리 그 분위기에 압도돼요. 아이들이 받는 피해는 정말 크죠. 겉보기에는 극복하고 성인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속에 상처가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거다 보니까 빨리 발견이 돼서 심리 치료를 받는다거나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 일부 출연자는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했을 것 같아요. 방송 끝나고 어떤 조치가 있었나요?
"방송 들어가기 전에 출연진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사전 교육도 했어요. 어떤 충격이 있을 수 있으니까, 사전 교육도 하고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전문 심리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게 했어요. 개인적인 상담 치료는 법적으로 공개가 안 되게 돼 있거든요. 저희가 기록만 하고 방송에 오픈을 할 수는 없어요. 현장에서도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교수님들이 상주해 계셔서 그분들하고도 이야기했어요. 방송이 나가고 제가 배우들하고 또 통화를 했는데 다들 방송이 잘 나가서 다행이라며 잘 지낸다고 하시더라고요."

- 온라인 그루밍 패턴이 있나 봐요?
"저희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알았는데 교과서 같은 과정이 있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비슷한 부분들이 있으니까. 또 아이들은 아이들 발달 단계에 맞게 비슷하게 자라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저희 방송에 나오는 온라인 그루밍 했던 사람이 딱 그런 단계를 밟아가면서 배우에게 접근했어요."

- 기자님이 (상대 남성과) 만나기로 한 장소 나가셨잖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셔서 좀 당황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멀리서도 오시고. 저희방송 보시면 수원시청역에서 만나잖아요. 저희 KBS 경인 센터 근처에 있는 곳인데 다른 지역에서도 오시고 서울에서도 오시더라고요. 마음이 좀 씁쓸했어요."

- 남성 아동에 대한 성 착취는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가 이번에 남자 아동의 피해 케이스를 직접적으로 만나지는 못했잖아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희 방송에도 나오지만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 초등학생쯤 되는 남자 아동의 피해 비율이 좀 높아요. 10대 후반으로 가면 비율이 좀 낮아지는 걸로 저희도 들었어요."

- 남자 피해자가 나이 들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나요.
"모든 남자 피해자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요. 방송에 보시면 그런 분석이 나옵니다. 이 성범죄는 성적 지향의 문제가 아니고 권력관계의 문제라고. 어쨌든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거거든요. 아주 어릴 때 이런 일들을 당하면 그게 내재화가 돼서 본인이 나이가 들고 약한 사람이 보이면 그런 행동을 하는 거죠. 집단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가해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대안에 대한 고민은 해 보셨나요.
"저희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2편 방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1편 같은 경우에는 현실을 좀 보여주는 데 집중을 많이 했고요.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 '설마 그럴까'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다음 방송 때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이런 문제는 어디서 발생하는지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현실이 더 심각한 것 같아서 놀랐어요. 사실 저희는 예상하고 시뮬레이션하고 들어갔는데도 놀란 면이 있고요. 저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죠. 내가 기자이기 전에 이 사회의 한 어른으로서 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고 이것들을 어떻게 바꿔 나가면 될까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사람들에게 알려서 조금이라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체력적으로 힘들었고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방송보다 훨씬 더 적나라한 현장을 봤잖아요. 저희가 들을 때는 현장에서 모자이크도 안 돼 있고 음성 변조도 안되잖아요. 이런 현장을 보니까 정신적으로도 좀 지치죠."

- 취재했는데 담지 못한 내용이 있나요?
"많이 줄였죠. 방송이 48분 정도 되니까. 일단은 저희는 지상파 방송이잖아요. 지상파 방송이니까 최저 수위의 내용을 골라서 내보냈어요. 촬영 분량은 훨씬 많죠. 온라인의 특성상 저희는 국내 앱을 위주로 했는데 외국 앱으로 소통하고 그런 사례도 많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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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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