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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사회적 비용 들여서라도 치료해 줘야"

[이영광의 '온에어' 178] MBC < PD수첩 > 공동 취재한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

22.07.12 18:13최종업데이트22.07.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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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가 됐다. 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2014년 9000명 수준이던 마약사범은 6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량은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심에 최지은(가명)이라는 탈북 여성이 있다. 최지은은 어떤 인물일까?

지난 5일 MBC < PD수첩 >에서는 '하얀 악마와 소문의 여자' 편이 방송되었다.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와 공동 기획한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4월 1일 한국으로 송환된 동남아 마약 여왕으로 불리는 최지은에 대해 다뤘다. 어떻게 그녀가 마약을 국내에 반입했는지, 현재 한국의 마약 거래 실상은 어떤지 파헤쳤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하얀 악마와 소문의 여자' 편을 공동 취재한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와 지난 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홍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 > '하얀 악마와 소문의 여자' 편 공동 취재하신 거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떤가요?
"영향력이 있는 방송사 통해서 마약의 위험성과 우리나라의 마약 범죄가 악랄하고 치밀하게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 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 < PD수첩 >과 협업해 보니 어때요?
"확실히 제가 기사를 썼던 것과는 약간 다른 포인트에서 PD님들이 흥미를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특히 제가 기사 썼던 최지은(가명)이라는 마약상에 대해서 좀 더 부각시킨다는 점이 색달랐던 것 같고요. < PD수첩 >이 굉장히 오래된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래서 방송 만드는 스킬도 탁월하다더라고요. 배울 게 많았습니다."

- 최지은(가명)이라는 탈북 여성이 어떻게 마약계 거물이 될 수 있었던 건가요?
"저는 <뉴스타파>에서 2020년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이 퍼지는 과정을 취재하고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전현직 마약상들을 접촉했고 그들에 대한 법원 판결문이나 수사 기록들도 많이 봤어요. 그 과정에서 최지은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처음 발견하게 돼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2020년 당시 왜 마약에 주목하시게 됐어요?
"그 당시 황하나씨 관련 마약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때 마약상 바티칸 킹덤과 일명 '마약왕' 전세계라는 사람에 대한 논란이 있었어요. 당시 제가 취재해서 마약상 전세계가 누구인지, 그리고 텔레그램을 통해 퍼지는 마약이 얼마나 심각한지 취재해서 보도했습니다."

- 박상철(가명)의 아들인 박광수(가명)가 마약 택배를 박상철씨 집으로 보냈잖아요. 박광수씨는 마약인 걸 몰랐을까요?
"일단 본인은 그렇게 주장을 하시고요. 최지은씨가 택배를 받아주면 돈을 준 데서 했다고 하지만 그걸 검찰과 법원은 전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이분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까지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 왜 아버지 집으로 보냈을까요?
"사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 마약 보낼 때 한 곳으로만 보내고 잡히면 다 뺏기잖아요.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분산해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 마약을 2kg 보낸다면, 1kg는 A지점에 나머지 1kg는 B지점에 보내는 거죠.  만약 A 지점이 잡혔더라도 나머지 지점에서는 마약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에도 그래서 본인만 받지 않고 아버지까지 받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 과정에서 경찰과 혈투가 있었다고 하는데. 
"마약을 한국에 받았는데 박상철씨는 마약 사범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마약을 누가 가져가서 다시 뿌려줘야 될 거 아니에요. 박상철씨 집으로 가서 마약을 회수해 오라고 최지은이 남자 두 명을 보낸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경찰이랑 한 명은 싸우고 한 명은 차에 대기하고 있다가 경찰이 나오니까 경찰을 차로 친 거죠."

- 박광수씨는 거기 안 왔나요?
"박광수씨는 당시 이미 경찰에 잡혔던 걸로 알고 있어요. 박광수씨가 이미 잡혔기 때문에 경찰이 그 사실을 알고 잠복해 있을 수 있던 거죠."

- 아버지인 박상철씨가 신고해서 온 게 아니군요.
"이미 한국으로 국제 택배를 보낼 때 세관에서 검사하잖아요. 이미 세관에서 걸렸어요. 그래서 세관이 바로 경찰한테 알렸고 그 경찰이 수취 장소를 알아내서 잠복한 겁니다."

- 마약을 보내는 방법도 기발한 거 같아요.
" 코로나 전에는 해외여행이 많았으니까 그때는 사람의 몸에 넣어서 많이 가져왔거든요. 그걸 마약 세계의 용어로는 '지게'라고 불러요. 나무 지게 이런 거 있잖아요. 장애인을 시켜서 휠체어 안에 넣게 한다든지 하는 거죠. 왜냐하면 장애인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검사가 덜하니까요. 아니면 목발 사이에 넣게 한다든지, 신발 깔창 밑에 넣어 보낸다든지. 그런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여행을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때부터 국제 택배가 흥행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국제 택배를 마구잡이로 뿌려서 계속 퍼지게 만드는 거죠."

- 박광수씨는 최지은씨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박광수씨가 마약과 상관없이 다른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간 적이 있는데 감옥에 같이 있던 감방 동기가 '너 밖에 나가서 할 거 없으면 나한테 연락해라'라고 해서 출소한 다음에 연락했어요. 그랬더니 '너 용돈벌이하게 해줄게'라고 하면서 최지은씨를 소개시켜줬다는 겁니다."

- 최지은씨는 마약 세계에선 상당히 알려진 인물인가봐요. 탈북 여성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됐을까요. 
"한국에 2011년 넘어왔는데 넘어올 때도 이미 마약 관련해서 일했던 사람이라고는 알려져 있어요. 근데 그때는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 본인이 한국 사회에서 마약 사업에 눈을 뜬 거죠. 그러고 나서 한국 감옥에 들어가요. 보통 향방이라고 하는데 특히 미결수의 경우 마약 범죄자와 비마약 범죄자를 분리해서 수용해요. 최지은씨가 마약 범죄자들만 있는 향방에 간 거죠. 그리고 거기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인맥도 넓히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 마약 전달 수법이 기발한 거 같던데.
"보통 던지기라고 하죠. 제가 마약을 A라는 사람한테 전달해야 되는데 서로 만나서 주면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잖아요. 만약 A가 잡혔을 때 경찰에 진술하면 제가 잡힐 위험이 크죠. 그렇기 때문에 비대면 거래를 하는 거죠. 내가 만약에 '충무로역 3번 출구 앞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 밑에 놔뒀다. 가져가라'라고 하면 구매자가 와서 가져가는 거죠."

- 그럼 그 과정에서 사기도 많이 발생하겠네요?
"맞아요. 또 이게 범죄다 보니 신고를 할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사기를 치는 사람도 많아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고 거래 사이트 사기 계정들을 신고하는 사이트가 있잖아요. 텔레그램 마약방에도 '이 아이디는 사기꾼입니다'라는 식으로 신고하는 게 있어요."

-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사실 경찰이 수사하면 대부분 잡히기는 하더라고요. 근데 어쨌든 텔레그램이라는 곳이 우리나라 SNS가 아니고 해외에 있고 거기 회사의 방침이 세계 어떤 수사기관과도 협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상 판매자를 잡았는데 판매자가 휴대폰에서 텔레그램 다 지워버리면 곤란해지는 거죠. 텔레그램 회사에 대한 압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지은씨는 마약 정보를 활용해서 잘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어쩔 수 없기도 한데요. 마약 사건이라는 게 피해자가 없는 사건이잖아요. 왜냐하면 마약 판 사람도 범죄자인데 마약 사서 한 사람도 범죄자니까요. 그래서 경찰이 마약 사건을 인지해서 수사하기가 되기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마약 사범을 잡으면 '너 나한테 다른 마약사범의 정보를 주거나 다른 마약사범의 범죄 사실을 알려주면, 너 재판받을 때 법원에 네가 수사에 도움을 줬다고 알려줄게'라고 해요. 마약 수사에서는 이게 법적으로 허용돼요. 최지은씨는 이걸 적극 활용한 거죠. 자기가 아는 많은 정보를 줘서 실제로 형을 짧게 살고 나오는 거죠. 자기는 도망쳐서 더 큰 범죄자가 된 거죠."

- 마약 중독 치료는 가능한가요?
"마약 중독 치료는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죠. 담배 끊는데도 주변 가족 친구 심지어는 병원에서도 도움 주잖아요. 마약도 혼자 끊는 게 아니라 전 사회가 도와줘야 끊을 수 있는 거죠."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우리나라에 마약과 관련해 공부할 만한 자료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왜냐하면 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단 높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도 마약 관련 논문이나 책을 많이 찾아보기는 했는데 심도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료나 기록이 되게 부족하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일 어려웠던 건 마약 사범들과 얘기를 하면서 그분들한테 증언을 얻는 과정이었어요. 어쨌든 그분들 입장에서는 굳이 기자한테 얘기해 줄 필요가 없잖아요. 제가 그분들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이야기를 끌어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어렵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다면.
"마약 범죄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시더라고요. 근데 마약 사범은 재범률이 되게 높습니다. 거의 3분의 1이 넘어요. 그러니까 감옥에서 나와도 다시 마약을 하는 거죠. 이 마약 사범을 치료해주면 다시는 범죄를 안 일으킬 수 있잖아요. 우리가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서 마약 사범을 치료하는 게, 방치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마약은 절대 혼자 힘으로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많은 분이 좀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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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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