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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못찾겠다"가 찾아낸 유년의 기억

[리뷰] 영화 <일식: 소리는 알린다>

22.07.11 11:00최종업데이트22.07.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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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은 지구 위에서 경험하는 가장 압도적인 경험이다. 태풍이나 해일 등 다른 무시무시한 자연현상이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에 속해 있다. 반면 일식은 지구 위에서 목격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위대한 존재로 인식된 지구 너머의 태양과 달의 합체 혹은 침해를 의미하기에 최종적 불가해성이 된다. 태풍이나 해일이 몸을 때린다면 일식은 영혼을 갉아먹었다. 천체물리학이 일식의 발생 구조를 해명함으로써 고대인처럼 전율하고 공포에 떠는 일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것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경험을 찾기는 힘들다.

과학기술이 입증한 바에 따르면 지구를 기준으로 개기일식은 약 18개월을 주기로 한 번씩 발생한다. 서울 등 특정한 장소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적으로 약 370년에 한 번꼴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일식은 압도적인 자연현상이자 특별한 경험인 셈이다.
  

'일식' ⓒ 조애리

 
두 가지 슬픔의 성장기

 
조애리 감독의 '일식, 소리가 알린다'(The Eclipse: Recognized by the Sound)는 비(非)극영화이자 비(非)상업영화이다. 예술영화라는 분류가 가능하지만 예술영화 중에는 극영화도 있고 상업영화도 있다.

현대 미술과 영화가 만나는 자리인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 함께 열리는 올해 칸 예술영화제(AVIFF)에 '일식'이 초대받았다. 작가정신이 뚜렷한 예술영화가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칸 예술영화제에서 올해는 28개 작품이 공식 상영작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한국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조애리의 '일식'이 이름을 올렸다. 일단 예술영화라는 분류로 받아들여도 무방하겠다.
 

'일식' ⓒ 조애리

 
한국어 제목은 '일식, 소리가 알린다'인데, 'The Eclipse: Recognized by the Sound'의 번역어로 무난하고 조성상 불가피해 보이지만 '소리로 지각된' 혹은 '소리를 통해 인지하게 된'이란 수동태의 의미가 원제에 들어있음을 기억하는 게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싶다.

일식이 그렇듯 침식은 수동태이다. 물론 침식하는 주체에 맞추면 능동태이지만, 문제적 상황은 실존주의에서 상투적으로 활용하였듯 수동태이기 마련이다. 작품 '일식'에서 소재 일식은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무엇보다 기억의 통로로 활용되며 작품 전반에 '일식스러운' 분위기를 드리운다. 수동태의 기억이다.
 

'일식' ⓒ 조애리

   

'일식' ⓒ 조애리

 
아마 감독 자신인 듯한 성인 여성의 과거 응시와 함께 영화가 시작한다. 남동생과 같이 찍은 탁자 위 액자 속 사진은 영화가 하려는 얘기의 절반 이상을 맡는다. 주인공에게는 동생의 죽음과 애완견의 상실이란 두 가지 슬픔이 중첩되어 성장기를 채우고 있는데 어린 날 소녀로 돌아간 주인공이 이 두 가지 사건과 마주 대한다.

설명이 없고, 플래시백 같은 기존 영화문법의 장치가 없어 마치 누보로망처럼 시제가 혼용되고 주체가 뒤섞이게 된다. 세 개의 화면을 동시에 쓰는(Three Channel Video) 비디오 아트의 형식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현재와 과거, 시공간이 레고처럼 결합한 가운데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다. 관객이 스토리를 따라잡기 힘든 제작이다.

스토리를 따라잡지 못해도 크게 상관은 없겠다. 조 감독에 따르면 실제 자신의 경험이 작품이 많이 투영됐다고 한다. 일식이 일어난 순간에 운명한 동생, 동생과 같은 나이로 개장수에게 잡혀간 남매의 개가 중요한 모티브이지만, 작품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제작자가 관객에게 배경을 일일이 들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관객은 감독의 설명을 알고 감상하든 모르고 감상하든 모두 가능하다. 감독의 개인사 지식 없이 텍스트 자체만을 수용해 독자적인 해석을 도출하는 관객이 있다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조용필의 "못 찾겠다"
 
일종의 수미상관 구성이다. 처음에 성인인 주인공이 액자 속 남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마지막엔 어린 소녀인 주인공이 성장한 남자와 마주 선다. 문맥상 그 남자는 동생일 것이다. 살짝 변용한 수미상관으로 주제의식을 꿰어낸다. 개를 기억하면서는 실사와 회화 기법이 미디어 아트 속에 결합한다.
 

'일식' ⓒ 조애리

 
제목에 '사운드'란 말이 들어간 만큼 음향과 음악이 중요하다. 자연의 소리와 인위적인 소리, 음악을 적절하게 배합하였으며, 흥미롭게 조용필의 가요 '못찾겠다 꾀꼬리'가 특정한 문맥에 동원된다. 결말의 "못찾겠다 꾀꼬리"는 "못찾겠다"를 반복하며 잦아든다.

환상 속에서 동생과 재회한다. 그것도 동생은 성인, 자신은 소녀라는 역전된 방식으로 얼굴을 서로 바라보지만 배경음악은 "못찾겠다"의 되돌이표이다. 외국 관객이 조용필의 "못찾겠다"를 자막 없이 배경음악으로 들으면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I can't find you nightingale nightingale nightingale"이란 마지막 장면의 자막은, 꼭 "못찾겠다"의 되돌이표와 일치하지는 않는 듯하다. "못찾겠다"가 생략된 주어 나(I)를 강조한 것이라면 자막은 목적어를 강조한 형식이 된다. 또한 '너=꾀꼬리'라는 추가적인 의미생성이 목격된다. 의도하였듯 하지 않았든, 한국어 소리와 영어 자막이 보완하는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일식' ⓒ 조애리

 
촬영장소는 서울, 제주, 런던이다. 세 개의 화면을 아래와 위의 검은 여백을 두며 사용한다. 화면이 하나만 사용되는 때가 있다. 어느 맥락에서 화면을 줄였다가 다시 세 개로 돌아갔는지를 살펴보며 감상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되겠다. 성장소설처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특별한 경험을 15분 미만의 시간 안에 풀어놓는 데에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조 감독은 영국 런던 슬레이드 스쿨 오브 파인아트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선 예술학(미술교육)을 공부했다. 회화 외에 영상과 공연 예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했다. 그래서인지 감독이란 호칭보다는 작가라는 호칭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일식'은 칸 예술영화제에서 상영된 것을 포함해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초청작으로 상영됐다.
  

'일식' ⓒ 조애리

 
<수상 및 상영 목록>
2022 Winner of The Best Silent Film, New York International Film Awards
Finalist, Best Director short, New York International Film Awards
Winner of Best Experimental Film, ARFF Berlin, Around International Film Festival
Award Winner Best Director of an Experimental Film, Best Actor & Director Awards - New York
Award Winner Best Cinematography Short Film, Onyko Film Awards, Ukraine
Finalist, Oniros Film Awards, New York
Nominee Best Experimental Film, Beyond the Curv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Paris
Official selection of 'AVIFF' Cannes Art Film Festival, Cannes, France
Official selection of Vesuviu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2, Italy
Official selection of Asia Film Art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2, Hong Kong
Official selection, 4th Dimension Independent Film Festival, Bali
Official selection, 2022 ARFF Barcelona // International Awards, Barcelona
Official selection, 8 & Halfilm Awards, Rome 8 & Halfilm
 
글 안치용, 사진 조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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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춤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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