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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 세력에 과징금 많이 부과해야"

[이영광의 '온에어' 175] KBS 1TV <시사기획 창> 송수진 기자

22.06.28 17:54최종업데이트22.07.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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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국내 첫 디자인 속옷 브랜드 '좋은사람들'이 설립되었다. '좋은사람들'은 당시 인기 방송인이었던 주병진씨가 경영을 맡으며 1999년엔 주가가 9만3000원까지 올랐다. 당시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은 이 브랜드는 동종업계 3위로 올랐다. 하지만 현재 '좋은사람들' 주식은 거래정지됐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1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코스닥 개미귀신'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속옷 기업인 '좋은사람들' 사례를 통해 무자본 M&A 세력이 어떻게 기업의 알맹이 가져가는지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취재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지난 24일 '코스닥 개미귀신' 편을 취재한 송수진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송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일단 이 아이템을 준비하고 제작까지  7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래서 과연 끝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순간이 있었는데 잘 마무리가 돼서 기분이 좋고요. 무엇보다도 지금 유튜브에 영상 올라간 이후 댓글들을 쭉 한번 봤거든요. 보니까 저희가 보도한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됐다는 반응들이 많아서 많이 보람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후속 보도까지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국내 첫 디자인 속옷 브랜드 주식회사 '좋은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무자본 M&A 세력의 생존법을 다루셨는데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좋은사람들' 기사는 몇 번 나온 적이 있어요. 주로 어떻게 보도가 됐냐면 '노조는 이렇게 주장한다'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말에 저희가 제보 받은 건 저희가 이번에 다뤘던 이종현 대표와 '좋은사람들'의 내밀한 자금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었어요. 그다음에 이종현 대표가 사채업자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같은 게 있었거든요. 이것은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에요. 그걸 보니 이종현 대표가 아무리 작은 중소기업 CEO라고 하더라도 정말 CEO답지 않은 행동들을 계속했던 게 고스란히 드러나더라고요. 그래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도입부를 자연다큐처럼 시작하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무자본 M&A를 저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거든요. 무자본 M&A를 기본으로 깔고 이야기가 진행돼야 하는 아이템인데 무자본 M&A 개념을 설명하려면 시간이 걸리죠. 또, 말로 설명해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또 사람들마다 경제에 대한 지식수준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무자본 M&A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이미지화 시키면 가급적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이미지는 잔상이 오래 남잖아요. 무엇보다도 무자본 M&A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 다큐를 쓰게 됐어요."

- 방송 못 보신 분들 위해 무자본 M&A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무자본 M&A는 자기 자본 없거나 자기 자본이 굉장히 낮은 비율로 고리의 사채를 빌려서 기업 인수한 다음에 그 기업의 자산을 여러 형태로 빼내는 극단적인 차입 매수의 한 형태라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나요?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어디에도 무자본 M&A라는 얘기는 없어요. 그런데 이 무자본 M&A가 문제되는 이유는, 기업을 인수해서 기업의 자산을 최대한 많이 빼내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부정행위들이 뒤따를 수밖에는 없다는 데 있어요. 왜냐하면 기업의 가치를 지금보다 훨씬 더 키워야 내가 빼내 갈 수 있는 자산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어떤 식으로 기업 키울 것인가를 봤을 때 크게 두 가지 방법인데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 수를 늘려서 회사 규모를 뻥튀기하는 방법 하나가 있을 수가 있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주가를 부양시켜서 전체 시가총액을 늘리는 방법이 있거든요. 시가총액 키우려면 주가가 많이 올라가야 하고요. 그렇다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 소규모 작은 코스닥 회사의 호재들이 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시기에 호재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래서 인위적인 시세 조정 작업이 들어가야 되는데 이 인위적인 시세 조정은 자본시장법에서 부정행위로 못을 박고 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형법상 업무상 횡령 배임도 들어갈 수 있고 그다음에 자본시장법에서 규제 중인 부정거래 행위도 들어갈 수 있고요.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정행위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요."

- '좋은사람들'이 1999년 주가가 9만3000원까지 갔지만 지금은 거래 정지된 상태죠. 
"회사 주가가 9만3000원대까지 올라갔던 때가 1999년이었거든요. 1999년은 사실 코스닥 시장이 개장하고 2년이 지난 시점이에요. 지금보다 거품이 많이 끼어 있던 상태이기는 했거든요. 그리고 이때만 하더라도 방송인 주병진씨 주가가 높던 시절이었어요. 주병진 프리미엄도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었던 것 같고요. 그다음에 디자인 속옷이라는 콘셉트 자체도 워낙 신선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주병진씨가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고 속옷 시장도 다양해졌잖아요. 예전에는 BYC, 쌍방울, 그다음에 좋은사람들 그리고 여성 속옷은 비비안 정도였다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속옷까지 다 만들어내니까 그때와 지금은 시장 환경이 다르죠.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긴 한데 그럼에도 '좋은사람들'이 지금 상황까지 악화된 데는 이종현 대표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죠."

- 이종현 대표가 2019년에 '좋은사람들'을 맡았잖아요, 그 당시에 '좋은사람들'은 어땠나요?
"주병진씨가 2007년 정도까지 '좋은사람들'을 경영했었어요. 그 이후로 새로운 경영자들이 있었고요. 꽤 많았는데 제가 '좋은사람들' 최대 주주를 뽑아서 취재를 해보니 이종현 대표 이전에도 무자본 M&A 세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이 정도까지 회사에서 자산 빼내고 경영을 못 할 수준으로까지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 이종현 대표가 오고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 것 같아요. 그게 회사 차원에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 건가요, 아니면 회삿돈을 횡령하기 위해서 그런 건가요?
"이건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보통 한 회사에서 일이 진행될 때 기획 부서가 있을 수 있죠. 예를 들어서 기획부서에서 새로운 브랜드 론칭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이 내려진다면 정상적인 회사의 경우 어떤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서 연구하죠. 그리고 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가 가진 장단점 같은 걸 세밀하게 분석해서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이게 또 실행됐을 때 어떤 이득이 있고, 이윤이 남을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접근하잖아요.

이종현 대표 같은 경우 새로운 사업으로 손 소독제 그리고 마스크도 있었고 그다음에 연예기획사도 있었거든요. 근데 그런 과정이 없고 예를 들어서 손 소독제 해야겠다고 하고 업체는 A로 하자고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통보해요. 마스크나 연예기획사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됐고요. 이것 자체가 사실 제대로 된 업무 추진 방식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새로운 업무 계약을 가장해 놓고는 알고 봤더니 뒤로는 예를 들어서 15억 정도 마스크를 우리가 공급받겠다고 했으면서도 실제로 마스크를 공급받은 실제 금액은 15억에 한참 못 미치는 거죠. 나머지 돈을 현금으로 자기 측근의 계좌로 다시 송금하게 한다든지 해서 자기 주머니를 찬 셈이거든요. 그러니까 새로운 영역 확장과는 다르죠. 경영적 판단이나 영역 확장을 가장한 회사 공금에 대한 개인적 유용이 크다고 저희는 봤죠."

- 이종현 대표가 앞서 인수한 기업도 끝이 좋지 않았는데요. 이종현 대표는 어떤 인물인가요?
"부친이 대기업의 최고위직 임원으로 2010년 무렵 퇴직했어요. 부친이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많이 받으셨거든요. 그래서 부친과 사업을 했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기업을 인수하고 또 기업 경영권을 매각하는 행동들을 반복했는데 저희가 확인한 것만 최소한 3곳이에요. 근데 공교롭게도 3곳의 경영 성적이 너무 안 좋은 거죠."

 - 이종현 대표가 '좋은사람들' 인수할 때 자기 자본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던데요. 어떻게 가능하죠?
"100억은 라임 펀드의 주범 중 한 명으로 현재 도피 중인 이인광한테 빌렸고 50억은 윤 모 회장한테 빌렸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좋은사람들' 현재 공시에도 나오지 않은 내용인데요. 이종현이 '좋은사람들' 인수 전에 경영에 관여했던 회사를 이인광 측에 매각했어요. 이 말인 즉슨 그 이전부터 두 사람은 알고 지냈단 것이겠죠. 그런 데다가 이 대표 부친의 명성이 있어서 사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좋은사람들' 주식은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데요. 
"주식 거래가 정지된 건데요. 회사가 망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1450개 정도의 오프라인 매장은 잘 운영이 되고 있고 지금 회생 신청을 법원에 냈거든요. 그래서 회생 여부가 결정이 될 예정이죠. 제가 취재할 때 '좋은사람들' 쪽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지금 이종현 때문에 굉장히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다시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중이거든요. 금융당국도 사법당국도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저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거라고 봐요. 그만큼 '좋은사람들'은 다시 예전의 '좋은사람들'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의가 강하죠."

- 무자본 M&A 세력은 잡기가 어려운가요?
"무자본 M&A의 라이프 사이클이 있어요. 회사 가치를 키운 다음 커진 가치를 빼내고 회사는 완전히 껍데기만 남아버리죠. 그런데 이게 생각해 보면 결과론적인 얘기거든요. 모든 일들이 진행이 된 후에야 경영자가 진짜 나쁜 무자본 M&A 세력이라는 게 드러나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너무 늦은 거죠. 이미 회사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직원도 주주도 희망이 없는 상태가 돼서야 최대 주주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비극적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다음에 무자본 M&A에서 여러 가지 부정행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잖아요. 그러나 예를 들어 횡령 배임의 경우에는 이게 형법이니까 혐의 입증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법 적용을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려요.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이종현 대표의 경우도 마스크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계약서도 썼고, 기안문도 썼고, 해당 회사로 돈이 나간 증빙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돈을 회사 밖으로 내보낸 다음에 다시 돈을 송금하게 해서 돌려받는 형식을 취했어요. 이런 걸 명확하게 적발하기 위해서는 계좌 추적이 필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금감원은 통신 조회까지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사실 무자본 M&A 세력이 봤을 때 내가 몇 년 동안 만들어낼 수 있는 이득이 벌금보다 훨씬 많은데 이걸 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거죠. 이렇게 과징금 얼마 나오기 전에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행정적인 조치로 과징금을 많이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먼저 말씀을 드리면 사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나름 생각해요. 이번 취재를 하지 않았으면 주식시장과 무자본 M&A에 대해서 전혀 몰랐을 거잖아요. 그다음 탐사 보도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제가 7개월 동안 이거 하나 취재를 했는데요. 이렇게 장기 취재를 할 수 있고 또 그에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된 언론사가 과연 우리나라에 몇 개가 있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몇 개 없을 것 같아요.제가 정말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어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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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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