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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배상 판결 번복한 영진위, 결국 항소 포기

[단독] 22일 9인 위원회 통해 의결... "윤 정부 방침에 반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22.06.22 15:29최종업데이트22.06.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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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배상 판결에 항소한 것을 번복하고 결국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22일 영진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9인 위원회가 해당 판결에 대한 항소 인지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을 의결했다.  

인지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항소 포기를 뜻한다. 지난 9일 영진위는 해당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9인 위원회 및 영화계의 반발이 있었고, 논란 직후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또한 지난 10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배상 판결의 취지는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실상 일부 문화예술인을 지원 사업에서 배제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임을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인 시네마달로 대표되는 독립영화인들은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작성하고 실행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여러 국가 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는 등 손해를 봤다며 1억 9000여만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고 정부와 유관 기관인 영진위가 함께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판결 이후 정부와 영진위가 즉각 항소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영진위가 블랙리스트 사건을 사과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신임 박기용 영진위원장과 의사 결정 기구인 9인 위원회에 대한 성토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영진위 내부 관계자는 "지난주에 바로 항소 포기를 결정하지 못한 건 영진위 내부에서도 정부의 항소 방침을 어기는 것에 부담을 갖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22일 항소 포기를 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인지를 붙이지 않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의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국내 영화인들을 초청해 만찬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으나 블랙리스트 배상 판결에 이미 항소해놓고 이런 말을 한 건 결국 전시 효과를 노린 빈 발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일었다.
 
영진위는 지난 3년간 이뤄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대한 영화인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자, 지난해 12월 '블랙리스트 피해 회복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한 바 있다.

해당 위원회를 맡고 있는 원승환 공동위원장은 "피해자를 고려한 항소 취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영진위 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블랙리스트 시행 건을 인정한다면 마찬가지로 항소를 취하하는 게 마땅하다. 최근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법원의 화해 권고를 정부가 수용한 만큼 그런 결정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도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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