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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었다" BTS의 고백, 아미가 전하고 싶은 말

방탄소년단의 개별활동을 응원하는 이유

22.06.15 15:43최종업데이트22.06.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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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은 방탄소년단의 팬인 아미들에게는 축제기간이다. 그들의 데뷔일인 6월 13일을 방탄의 생일로 삼고 매년 6월 1일부터 데뷔일 당일까지를 페스타기간이라 부른다. 이 기간에는 그 해의 연도를 붙인 20OOFESTA라는 해시태그를 단 각종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이 콘텐츠들이 거의 매일 촘촘하게 올라오기에 팬들 사이에선 페스타 기간엔 약속도 잡아선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올해도 예외 없이 6월 1일부터 멤버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날을 기념해 멤버들이 함께 찍은사진을 가족사진이라 부른다)이 올라오고,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연습 녹화 영상이 차례로 올라왔다. 마침 이번에 나온 앨범이 9년간의 활동을 톺아서 선별한 앤솔로지(선집) 앨범이었기에 잘 어울리는 페스타 콘텐츠라고만 생각했다.

또 페스타 기간에는 멤버들이 개인 곡작업을 해서 들려주곤 했는데 올해는 막내 멤버인 정국이 아미를 위한 노래를 써서 6월 13일 0시가 되는 순간에 들려주었다.

'제가 여러분들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 감정들이 너무 벅차서 가끔은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면, 혹은 꿈이라면 어떡할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라며 곡을 쓰게 된 배경을 알려주는 편지를 써서 올려주기도 했다(팬들과 소통하는 위버스 앱).

데뷔 후 9년, 그룹으로 활동해 온 BTS
 

정국이 인스타에 올린BTS ARMY Forever ⓒ 인스타갈무리

 
제목이 'My You'인 이 곡은 편지에 담은 마음이 오롯이 담긴 팬 헌정곡이었다. '나의 아미 사랑합니다'라고 마무리 지은 그의 편지처럼,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에게 가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정국은 팬들을 '나의 아미'라고 불러줬다. 

매년 축제 기간에 올라오는 방탄의 영상 콘텐츠가 있는데 페스타 기간이 끝나도록 올라오지 않았다. 공개되는 날짜는 조금씩 달랐지만 6월 13일을 넘겨서 올라오는 일은 없었기에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

마침내 6월 14일 '찐방탄 회식'이라는 콘텐츠가 공개되었을 때 그 이유를 알았다. 9년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앨범을 낸 이유, 연습 영상이 그렇게 과거의 곡부터 올라오는 이유, 멤버 정국의 편지 속 말들 모두가 한 줄에 꿰어졌다.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큰 평수의 아파트를 7명이 함께 쓰기 위해 설치했던 가벽 등등을 원상복구해 놓은 숙소에 모여 이제 그들의 숙소 생활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더불어 팀으로서의 활동 휴식기에 들어간다는 것도.

데뷔 이후 햇수로 8년간 트위터의 팀 계정만으로 소통해왔던 그들이 2021년 말 개인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고 다른 가수의 곡에 프로듀싱을 하거나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조금씩 개인의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였던 것, 7월 말에 제이홉이 미국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 참여한다는 소식, 멤버 뷔가 평소 친하게 지냈던 배우들과 찍은 여행 예능이 7월에 공개된다는 소식 등이 큰 그림 속 퍼즐 조각처럼 맞춰졌다.

팀을 위주로 데뷔 후 9년을 꼬박 채워 활동해 온 그들이었다. 취향도 다양하고, 하고 싶은 일도 서로 다른 7명이 개인적인 욕심은 일단 접어두고 팀으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멋진 퍼포먼스와 곡에 담아 전하는 것만 오롯이 9년째 해온 것이다.

그렇게 팀으로서 이루어 온 것들이 점점 거대해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고갈되어 갔던 것 같아서 팬으로서 미안했다.
 

리더의 진심 ⓒ 2022페스타영상 갈무리

 
"우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지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며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뭔지 모르겠다. 나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몰랐다"라고 리더 RM은 말했다.

사실은 2020년 2월 초 'ON'을 내면서 그동안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하고 팬들을 만나며 월드투어를 한 후 방탄소년단의 1챕터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계획이 어그러졌다고도 했다.

그동안 멤버들이 '코로나 기간에 힘들었다, 붕 떠버렸다, 억울하다'라고 했던 말들이 이해가 되었다. 팀으로서의 활동만으로 채워온 시즌 1을 대규모 월드투어와 함께 아름답게 마무리하려 했는데 그 계획이 좌절되었으니 말이다.

항상 앨범을 통해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해왔던 그들이 영어 싱글 곡을 내게 된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숙소 생활이 끝났다는 얘기에 괜히 조금 서운하고,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에 조금 눈물이 났지만 그들의 입장이 되어 하나하나 짚어보니, 그들은 2년 동안 이런 말을 터놓지 못하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한 사람인데 이제 팀으로서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낀다는 리더의 고백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 나는 이런 팀을 좋아하고 있었지'.

2018년의 월드투어 뒷모습을 그린 그들의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에서 RM은 '어떻게 하면 내 괴로움을 토로하면서도 팬들에게 상처 주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라고 인터뷰했다. 같은 해 나온 동명의 무비에서는 또한 방시혁 PD가 그들과 회의를 하며 이런 말을 한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팬에 대한 감사는 절대 잊으면 안 된다.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행복할 방법을 좀 찾아봐야 되지 않을까? 나는 너네가 이런 식으로 계속 살면 너무 불행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 음악이 행복해서 시작했던 것뿐인데."

뒤이어 나오는 내레이션은 이렇게 덧붙인다. 

"행복해져야 한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고 위로를 받고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의 메시지는 거짓이 될 테니."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었다

지금도 기다려주는 팬들을 생각하면 안무를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또 그렇게 활동하는 것도 막상 하면 재미있게 하고 잘 할 것 같지만 이런 마음으로 계속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하는 마음이 2018년 다큐를 찍을 때의 그 마음과 같음을 느낀다. 그 메시지를 그들은 여전히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신곡 'Yet to come'에는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었다'라는 가사가 있다. 2018년에 그 말을 하던 RM과 2022년 팀으로서의 활동을 잠시 멈추고 오래 방탄소년단으로 남기 위해 개인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하는 RM.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었다.

나는 2017년에 빌보드 소셜아티스트 부문 수상 뉴스를 통해 그들을 발견했고 그 후로 쭉 그들의 팬이었다. 그동안 그들은 거대해졌고 위상에 변화는 많았지만 내가 아는 한 팬들과 음악과 퍼포먼스를 향한 그들의 진심엔 변함이 없었다. 

10년 가까이 정글 같은 연예계를 헤쳐 나온 멤버들이 언제까지나 숙소생활을 하고 팀으로서만 활동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마음 한 구석에서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른 팀들처럼 멤버들이 개인활동을 하는 시기가 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때에 한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동반 입대, 남아있는 멤버들로 유닛 활동 등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지만 이렇게 개별활동을 할 가능성은 생각지 못했다.

방탄이 완전체 활동을 하는 올해에는 투어가 재개되기만 하면 미국 투어를 보러갈 거라고, 월드투어 공지 언제 나오냐고, 나도 휴가 계획을 잡아야 하지 않겠냐고 투덜대던 어제의 나는 이제 멤버 각각의 활동을 응원하려면 더 바빠질 테니 정신줄을 잘 붙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제이홉의 솔로 앨범이 가장 먼저 나올 예정이고 다른 멤버들도 각각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팀을 응원하면 되었던 지난날들보다 더 바빠질 게 분명하다.

이제는 멤버 개인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 원하는 것을 하며 원래부터 가졌던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기를 응원한다.
 

찐회식 영상 공개 후 멤버 V가 위버스에 올린 편지 ⓒ 위버스 갈무리

 
개별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7명이 함께 찍는 자체 예능 <달려라 방탄>은 놓지 않을 거라고 하니 반갑다. 작지 않은 위로가 된다. 기사나 공지가 아니라 울먹이는 목소리의 취중진담으로 활동중단 소식을 전해준 그들에게서 팬들을 향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활동이 괴로우면서도 기다려주는 아미를 생각하면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던 리더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인데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멤버들 모두 방탄소년단의 누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그대들의 방탄소년단 여정을 따라 나도 오래 아미로 남을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아미를 믿으라고.

겨울 끝 언 땅을 파내고 심은 튤립 모종이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을 알 듯 그대들이 다시 모일 것을 안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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