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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사기꾼, 비틀스 앞에 나타난 빌런

[비틀스의 수업시대] '매직 알렉스'의 등장과 비틀스 수업시대의 마감

22.08.07 19:39최종업데이트22.08.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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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리시가 어떤 젊은 여성과 무분별하게 행동했고, 그가 얼마나 불한당이었는지에 관해 알렉시스가 했던 진술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증거나 정당성 따위는 하나도 없이 전부요. 알렉시스 본인이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분명했고, 무엇보다도 그는 비틀스도 떠나기를 바랐어요. 존과 조지가 처한 정신 상태는 본인들을 완전히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신시아 레논)

비틀스 팬들 사이에서 "매직 알렉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졌던 그리스 출신의 전자기기 발명가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비틀스가 아슈람을 떠나게 만든, 그리고 리시케시에서의 비틀스 수업시대를 끝내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였다. 중간에 아슈람에 합류한 그는 짧은 체류기간 동안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에 관한 성추문을 퍼뜨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그들의 영적 스승을 떠나도록 부추겼다. 비록 알렉시스 마르다스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를 신뢰했던 존 레논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슈람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아테네의 텔레비전 수리공에서 출발해 훗날 애플 일렉트로닉스의 대표자리에까지 오르는 인물로서, 비틀스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했다. 비틀스가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앨범 발매 이후 그리스 여행을 갔을 때나, 조지 해리슨이 샌프란시스코 헤이트-애시버리의 히피 성지를 방문할 때도 그가 동행했다. 또 비틀스와 마하리시가 처음 만난 런던 힐튼 호텔 명상 강연에도 참석했고, 영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에도 출연했으며, 나중에는 새빌 로에 있는 애플 본사 지하 녹음실인 '애플 스튜디오'를 설계하는 책임을 맡기도 했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의 등장
 

애플 일렉트로닉스 홍보 영상에 출연한 알렉시스 마르다스 ⓒ APPLE CORPS LIMITED

 
이처럼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비틀스 내부 그룹에 합류하는 과정이나 멤버들의 신임을 얻게 되는 과정 등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그는 굉장히 사교적이었으며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데 천재적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기꾼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롤링 스톤스의 1967년 유럽 투어 때 사용된 '사이키델릭 라이트 박스' 같은 여러 전자기기를 만들어 존 레논의 신뢰를 얻었다. 마술사 같은 그의 천재성에 반한 나머지 존 레논은 그룹 미팅에서 알렉시스 마르다스를 "나의 새로운 구루"라고 소개했다. 

"어느 날 존이 우리 집에 와서 '이 사람이 나의 새로운 구루, 매직 알렉스야'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요. 그리고 나는 '오,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폴 매카트니)

존 레논의 신임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1966년 복스(Vox)사가 자신을 위해 특별히 제작해준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기타이자, 조지 해리슨이 '아이 엠 더 월러스'에서 연주하고 본인이 '헬로, 굿바이' 뮤직비디오에 들고 출연했던 기타를 알렉시스 마르다스에게 생일선물로 주었을 정도였다. 알렉시스 마르다스가 리시케시 명상원에 온 것도 존 레논이 원해서였다. 또한 인도에 다녀온 이후인 1968년 7월 알렉시스 마르다스가 결혼식을 올렸을 때에는 존 레논이 식장에서 그의 들러리를 서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존 레논이 오노 요코와 사귀게 된 후 아내였던 신시아 레논을 떠나려 할 때, 이번에는 알렉시스 마르다스가 존 레논을 위해 악역을 맡았다. 마르다스는 신시아 레논을 만나 "당신과 이혼하고 (아들) 줄리안을 당신에게서 떼어낼 것"이라는 존 레논의 충격적인 메시지를 그녀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 정도로 둘 사이는 매우 가까웠다. 하지만 리시케시에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존 레논의 관심을 독차지하자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마하리시를 질투하여 함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실패로 돌아간 작전
 

다큐멘터리 <비틀즈: 겟 백>에도 등장하는 알렉시스 마르다스 ⓒ Walt Disney Studios

 

애초에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명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마하리시를 경쟁자로 여기면서 오직 존 레논과 마하리시 사이를 멀리 떨어뜨리는 데에만 신경 썼다. 그런데다가 그는 아슈람 분위기를 흐리는 주범이었다. 금지품인 술을 인근 마을 데라둔에서 밀반입하여 숙소에서 매일 밤 비밀리에 다른 여자 참가자들과 와인 파티를 벌였다. 그러던 어느날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미국 뉴욕에서 명상을 배우러 온 교사 출신의 여성 로잘린 보나스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얼마 전 개인 면담 때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자기를 껴안으려고 했다는 증언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즉시 소문을 내는 동시에, 마헤시 요기를 옭아맬 함정을 생각해냈다. 우선 그는 로잘린 보나스에게 다음 개인 면담 때 만약 마하리시가 껴안으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 알렉시스 마르다스를 포함한 다른 몇 명의 목격자들이 창밖에 잠복해 있다가 현장을 덮치기로 한 것이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이 계략을 전해 듣고 하나같이 만류했으나,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방안에서는 아무런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대신 잠복중이던 알렉시스 마르다스가 부스럭 대는 소리를 내면서 그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작전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음에도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마하리시가 로잘린 보나스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증언, 그리고 미아 패로를 추행하려 했다는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놓고 밤새 토론했다. 조지 해리슨은 알렉시스 마르다스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의 말에 화가 났지만, 알렉시스 마르다스는 사악한 마하리시가 흑마술로 괴롭힐지 모르니 다들 즉시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하나둘씩 그의 주장이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 여기면서 설득당했다. 몇 년 후 존 레논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마하리시가 미아 패로나 다른 여성에게 접근했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모여서 밤새 사실인지 아닌지 토론했어요. 그때 조지가 어쩌면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조지가 의심할 정도면 분명 무언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 나는 소문이 진짜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알렉시스 마르다스의 말만 듣고 다음날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를 찾아갔다. 

존 레논: "우리 떠납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떠나다니? 왜요?"
조지 해리슨: "제가 간다고 했잖아요. 저는 인도 남부로 갈 겁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존 레논: "당신이 우주와 통하는 분이라면 우리가 떠나는 이유를 알지 않을까요? 당신은 분명 그 이유를 아시겠죠."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아뇨, 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존, 당신이 말해주시오."
존 레논: "당신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는 분 아닌가요?"


마하리시는 떠난다는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에게 대화를 더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비틀스의 수업시대는 그렇게 급작스레 막을 내렸다. 리시케시에 온 뒤로 이러한 큰 그림을 줄기차게 설계했던 매직 알렉스는 즉시 데라둔으로 가서 델리행 택시를 예약했다. 이때 영적 스승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 존 레논은 떠나면서 자기 방에 걸어두었던 마하리시의 포스터를 찢어서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나왔다. 그러고는 델리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마하리시'라는 제목의 노래를 썼다.

마하리시, 이 바보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냐고?
이 개자식아! 


너무 모욕적인 이 노랫말에 조지 해리슨은 "그렇게 말하면 안돼, 너무 심하잖아"라며 만류했다. 결국 그 곡은 '섹시 세이디'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순화되었다. 

섹시 세이디,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신은 모두를 바보로 만들었어
당신은 모두를 우롱했어
섹시 세이디, 무슨 짓을 한 거야?


존 레논의 확신과는 달리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에게 씌워진 혐의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사실 평생 금욕생활을 해온 독신 수행자에게 이러한 성추문 제기는 그 어떤 것보다 큰 모욕이었지만, 마하리시는 그에 관한 언급을 삼가며 2008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불명예를 안고 갔다.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은 그때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원래 혐의를 제기한 사람은 매직 알렉스였고 나는 그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폴 매카트니)

"누군가가 마하리시에 대한 추잡한 소문을 퍼뜨렸고, 그 소문은 한동안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마하리시가 진짜 깨달음을 얻은 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그 소문만큼은 분명 마하리시에 대한 질투심에서 나온 것이에요. 제대로 된 분석가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소문을 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솔직히 잘 모르겠으나, 이 터무니없는 소문은 날조된 것입니다. 어쩌면 역사책에도 '마하리시가 미아 패로를 건드리려고 했다'고 기록되겠지만, 그건 순 헛소리입니다. 미아 패로에게 가서 물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이에요." (조지 해리슨)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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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와 조지 해리슨을 좋아하는 비틀스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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