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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범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다큐멘터리에 들어서면] 넷플릭스 <엘리지 마쓰나가>

21.07.30 15:11최종업데이트21.07.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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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공개된 <엘리지 마쓰나가>는 상영시간 50분 안팎의 에피소드 네 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몰입감이 무척 높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1편을 관람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라면 아마 4편까지 정주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토막살인이 작품의 소재인 데다, 그것도 픽션이 아니고 실화라서, 이걸 "이렇게 재미있게 봐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거나, 심지어는 딱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죄송스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이 작품 리뷰를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왜냐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엘리지는 남편을 살해했을 뿐 아니라, 살해 직후 남편의 시신을 토막내어 내다버리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여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는 '19년 11개월 1일'의 형량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중이다. 
 
2012년 5월의 어느 날, 엘리지는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실종 소식을 들은 남편의 회사 동료들 그리고 엘리지의 시댁 사람들은 모두 엘리지를 가여워했고, 그녀를 돕겠다고 나섰으며, 실제로 힘을 합쳐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파란 비닐봉지에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있는 시신 토막들이 차례차례 발견되기 시작했다. 허나 얼굴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시신의 토막들이 산발적으로 발견될 때까지는 단서가 몇 개 없었다. 토막난 시신의 절개면이 (외과의사가 처리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대체로 깔끔했다는 사실, 토막난 시신 옆에서 발견된 옷가지들이 말도 안 되게 비싼 명품들이었다는 사실 정도만 확인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얼굴 부위가 발견되었는데, 엘리지의 남편이었다. 엘리지의 남편은 브라질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다. 당시 미국 기업 제너럴밀즈와 기업매각 거래협상을 성사시킨 브라질 기업 요키의 후계자 마르쿠스 마쓰나가였던 것. 
 
며칠 지나지 않아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마르쿠스의 아내 엘리지가 토막살인을 자백한 것이다. 엘리지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살해 당일, 엘리지가 남편의 외도를 추궁하며 항의하자 남편이 노발대발했고, 그 과정에서 언어폭력이 또다시 나타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를 죽였다고 말했다. 마르쿠스는 아내를 '창녀'라고 부르곤 했는데, 그것이 무려 사실에 근거한 표현이어서 엘리지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엘리지는 결혼 전 성매매여성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엘리지와 남편 마르쿠스는 성매매사이트에서 만났다. 둘이 만났을 당시 유부남이었던 마르쿠스는 엘리지와 결혼하기 위해 당시의 아내와 전격적으로 이혼했고, 딸과의 결별도 감행했다. 마르쿠스와 엘리지는 결혼하면서 둘 다 성매매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약속했다. 결혼 후 엘리지는 약속대로 성매매를 끊었다. 우리 돈으로 수천 억 자산을 보유한 회사의 대표 마르쿠스와 함께 살게 됐으니 더는 몸을 팔아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 허나, 마르쿠스는 성매매를 끊지 않았다.  
 

스틸컷: 엘리지의 모습(위), 엘리지와 마쓰나가의 결혼식(아래) ⓒ 넷플릭스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나자 마르쿠스는 잠깐 동안 정신을 차리고 성매매를 멀리했다. 그러나, 엘리지가 육아에 전념하는 동안 그는 또다시 성매매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한 성매매 여성 나탈리아를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과거 엘리지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행동을 재현했다. 나탈리아에게 결혼을 약속하는 한편,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엘리지와 딸을 버릴 결심을 했던 것이다(나탈리아의 증언). 사설탐정을 고용해 남편의 불륜 사실과 제 3차 결혼계획을 알아버린 엘리지는 남편에게 버림받을까봐 몹시 두려웠다. 
 
버림받을까 두려웠던 엘리지는 수시로 남편을 다그쳤고, 부부싸움이 격하게 자주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지는 남편을 권총으로 쏴 죽인 것이다. 엘리지는 이 모든 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면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지점이 많았다. 시신에 남아있는 총알의 사입구와 사출구의 방향이 살해장면에 대한 그녀의 진술과 논리적으로 어긋났다. 또 우발적 살인이면서도 굳이 시신을 사후처리(토막 및 유기)했다는 점이 수상쩍었다. 게다가 며칠간 태연히 지내며 남편의 실종을 슬퍼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으며, 브라질 형법상 범죄를 자백한 사람이 감형받게 된다는 걸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 같은 인상도 있었다.  
 

스틸컷: "왜 시신을 토막냈는가?"에 대해 답변하는 법정 장면. ⓒ 넷플릭스

 
또, 엘리지는 남편 시신을 토막낸 이유에 대해서 "치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수술실 간호사 경력이 있는 엘리지는 출혈이 멈추기까지 무려 12시간을 시신 곁에서 대기한 후 칼로 섬세하게 토막내서 봉지에 나누어 담았다고 진술했다. 그런 다음 그것을 차에 싣고 나가 유기했다. 이 같은 사후처리가 극도로 주도면밀하고, 죽은 이의 신장과 체중이 큰 편이었기에 혹시 외과적 지식을 갖춘 남성(제 3자)이 개입한 건 아닐까 의심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엘리지는 단독범으로 기소됐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엘리지는 동정표를 받기 시작했다. 반면 살해된 사람 마르쿠스가 뜻밖에도 비난에 휩싸였다. 마르쿠스는 성매매 여성 출신 아내를 향해 '창녀'라는 단어를 수시로 발설하며 심리적으로 괴롭혔고, 성매매를 끊겠다는 약속을 어겼으며, 새로 사귄 성매매 여성과 결혼하고자 아내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버리려고 계획한, 말하자면 '행실 불량자'로 알려졌다. 

게다가 마르쿠스에게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점수를 매겨 '후기'를 작성하는 악취미도 있었다 하니 여론은 마르쿠스를 혐오하는 쪽으로 흘러가기에 충분했다. 그뿐 아니었다. 마르쿠스는 동물 사냥 취미가 있었는데, 그 취미를 공유하고자 아내에게 사격술을 가르쳤으며, 각종 무기류를 집안에 쌓아놓는 기괴한 수집벽도 있는 사람이었다.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무려 무기고를 방불케 할 정도의 대규모 총기류 창고가 발견되어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배심원제도 하에서는 가해자나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엘리지의 재판에서는 죽은 마르쿠스(피해자)의 평소 행실이 최대한 부정적으로 확대되었다. 결국 배심원들은 마르쿠스에 대한 부정적 정서와 혐오 정서에 기반하여 엘리지의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판사는 배심원의 평결을 반영하지 않고 엘리지에게 거의 20년에 달하는 실형을 선고했다. 물론 1급 살인의 최고형량(30년)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브라질의 법은 죄수의 사회복귀를 돕는 차원에서 실형기간 중에도 1년에 몇 차례(1주일씩) 감옥 바깥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그 외출기간 동안 엘리지는 그녀를 도와줄 변호사도 만나고, 그녀에게 애틋한 사랑을 베푸는 이모와 할머니도 만나고, 무려 자신의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하는 이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다.
 
엘리지는 다큐멘터리 맨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준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엘리지는 아주 예쁜 외모의 소유자다. 그런데, 그렇게 선량하게 예쁘게 생긴 얼굴로 태연히 (간혹 눈물을 보이긴 하나) 살인과 토막과 유기를 자백하는 엘리지의 모습은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추악·잔혹한 살인은 험상궂게 생겼거나 덜 예쁘게 생긴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라는 통념 때문일까? 아니면, 추악·잔혹한 살인범임에도 작품소재로 '꽤 근사하다'는 이유로 이 다큐멘터리가 기획되고 제작된 것 아닐까 하는 의문 때문일까?  
 

스틸컷: 엘리지와 마르쿠스 부부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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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Arendt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출간작가 | ‘문학공간’ 등단 에세이스트 | ‘기억과 치유의 글쓰기(Writing Memories for Healing)’ 강사 | She calls herself as a ‘public intellectual(지식소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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