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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디데이', 역대 가장 썰렁한 개회식 열린다

개회식부터 무관중... 정부 인사·스폰서 기업들도 '외면'

21.07.23 08:27최종업데이트21.07.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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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회식 무관중 진행을 보도하는 일본 NHK 뉴스 갈무리. ⓒ NHK

 
2020 도쿄올림픽이 전 세계 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서 마침내 개막한다.

제32회를 맞이한 하계올림픽이 23일 저녁 메인 스타디움인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갑작스럽게 1년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혼란 속에서도 한국을 포함해 206개국에서 모인 1만1000여 명의 선수가 33개 종목에서 339개의 금메달을 놓고 그동안 쌓아온 기량을 겨룬다.

개회식 가면 오히려 욕먹어... 몸 사리는 기업들 

그러나 축제 분위기로 뜨거워야 할 개회식은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데다가 전날까지도 온갖 악재가 터지면서 역대 올림픽 개회식 가운데 가장 썰렁하게 열릴 예정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인원은 950명 정도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더라도 당초 1만 명 정도 들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감염이 다시 확산하면서 1천 명도 못 들이게 됐다.

올림픽 유치에 앞장섰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물론이고 스폰서 기업 관계자들도 대거 불참하는 등 이번 개회식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NHK가 올림픽 스폰서 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참석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37개에 달했다. 

스포츠경제학 전문가인 일본 호세이대학의 스기모토 타츠오 교수는 "평소였다면 스폰서 기업 대표단이 개회식에 참석해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도 홍보 효과가 크지만, 이번에는 올림픽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개회식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급 인사도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80명 정도가 참석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은 물론이고 지카 바이러스 감염 우려 탓에 40명 정도만 참석했던 2016년 리우올림픽 때보다 훨씬 규모가 줄어들었다.

개회식 주요 인사들 줄사퇴... 악재, 또 악재 

더구나 이번 개회식은 불과 하루 전까지도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 개회식 총괄 책임을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사키 히로시가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사임하는 쪽으로 마무리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개회식 음악 연출을 맡은 뮤지션 오야마다 케이고도 과거 학창 시절에 장애인 동급생을 학대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본을 넘어 해외 언론에서도 장애인을 학대한 인물이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회식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오야마다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사임을 거부했고,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개회식 준비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유임 결정을 내렸다가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지난 19일 오야마다가 자진 사임했다. 
 

과거 유대인 학살을 조롱하는 콩트에 참여한 전력이 논란이 된 고바야시 겐타로 도쿄올림픽 개회식 연출 담당 해임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이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이번엔 개회식 연출을 맡은 고바야시 겐타로가 과거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희화화하는 콩트에 참여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하는 고바야시가 콩트에서 유대인 학살을 개그 소재로 삼은 동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고, 유대인 인권단체는 "학살된 유대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오야마다를 두둔했다가 역풍을 맞은 데다가, 이 문제는 외교 갈등으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조직위는 개회식을 하루 앞둔 22일 고바야시에 대한 해임을 전격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일왕 축하도 못 받는 올림픽

이처럼 쉴 새 없이 논란에 휘말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일왕이 직접 낭독하는 개회 선언 문구에 축하라는 표현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이번 올림픽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려와 국민적 반대 여론 속에서 열리는 것을 고려해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 문구에서 축하(祝い·celebrating)라는 뜻의 일본어와 영어 표현을 다른 단어로 대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당시 쇼와 일왕이 낭독했던 개회 선언에서는 축하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이처럼 이번 도쿄올림픽은 자국민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차라리 올림픽을 취소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겠지만,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올림픽에) 회의적인 국민들도 대회가 시작되고 TV로 경기를 관전하게 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7월 22일 일본 도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를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그러나 스가 총리의 바람과 달리 NHK 집계에 따르면 22일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천397명을 기록하며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5천 명을 넘어섰다. 

특히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에서만 197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도쿄 방역 당국자는 "감염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라며 "앞으로 더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경고했다.

과연 도쿄올림픽은 성공한 대회로 기록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올림픽 메달 순위보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규모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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