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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스타들 섰던 무대, '태극전사' 금빛 성지 될까

[미리 가보는 도쿄 올림픽 경기장 ①] 무도관, 슈퍼 아레나... 아이돌 팬에게 익숙한 곳들 많아

21.07.22 16:10최종업데이트21.07.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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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 종목에 총 354명의 대한민국 선수단이 참가하는 2020 도쿄 올림픽.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고, 한일관계 악화로 보이콧 이야기가 나도는 등 여러 부정적인 변수 탓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지만, 개막을 눈앞에 남겨두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종목이나 선수들의 면면을 아는 것도 재미있지만,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의 이야기 역시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다. 특히 도쿄 올림픽 경기장으로 꼽히는 여러 체육관, 공연장, 야외 구역 등은 코로나19 이전 한류 스타들이 자주 찾는 공연장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곤 했다.

도쿄 올림픽에 쓰이는 경기장은 약 40여 개. 한국인들의 가슴에 깊이 남을 명장면이 펼쳐졌던 경기장도, 한국인들에게 기분 좋은 기억을 남겼던 장소도 있다. 미리 가보는 도쿄 올림픽 경기장들을 두 편에 걸쳐 정리한다.

조용필-동방신기 섰던 무대에서, '금빛 업어치기' 간다
 

2020 도쿄 올림픽의 복싱과 가라테 경기가 열리는 무도관의 모습.(CC-BY-3.0) ⓒ Morio, Wikimedia Commons

 
도쿄 도의 중심부인 치요다 구에 위치한 무도관(武道館)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의 유도 경기 개최를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었다. 이곳은 1964년 올림픽 유도 80kg급에 출전한 제일교포 2세 김인태가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역사에서 첫 번째로 유도 올림픽 메달을 얻어냈던 영광스러운 공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에게는 공연장으로서의 무도관이 더욱 익숙하다. 무도관은 1966년 비틀즈의 일본 공연 이후 일본 내에서 '대중적인 가수'에게 허락된 공간으로 이름을 알렸다. 오죽하면 별명이 '일본의 카네기 홀'일 정도이다.

그런 덕분인지, 한류 열풍이 일본에 본격적으로 들이닥칠 때면 무도관에서의 한국 가수와 아이돌의 공연이 늘어나곤 했다. 당장 일본에서 붐을 일으킨 '가왕' 조용필이 1984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무도관에 올라 꽉 찬 관중들의 사이에서 단독 공연을 했다.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방신기, 카라 역시 무도관에서 공연을 하고 팬미팅을 열었다. 지난 2017년에는 블랙핑크가 일본 데뷔 무대를 무도관에서 갖기도 했을 정도로, 일본 내 가수 뿐만 아니라 K-POP 스타들 역시 일본에서 공연을 펼칠 때면 꼭 찾는 장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는 무도관에서 유도와 가라테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유도에서는 안창림, 박다솔, 안바울 등 간판급 선수 등 13명의 국가대표 선수단이 '금빛 업어치기'를 준비하고 있고, 가라테에서는 올림픽 최종 예선을 기적처럼 통과한 박희준이 태권도의 품새와 비견되는 가타 종목에 나선다.

트와이스 '매진' 찍은 곳에서, 여자 농구 선전 준비한다
 

여자 농구 대표팀이 출전해 경기를 펼칠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모습.(CC-BY-SA 4.0) ⓒ Kakidai, Wikimedia Common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는 K-POP 스타들의 공연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 2000년 개장한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가수들이 찾아 공연을 펼쳤던 장소이자, 소녀시대, 트와이스, 2PM 등 K-POP 스타들이 무대를 펼쳤던 곳이다.

트와이스는 2018년 이곳에서 펼친 두 번의 공연에서 모두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바 있고, 슈퍼주니어나 세븐틴과 같은 다른 K-POP 스타들도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일본 국내에서도 '초난강' 쿠사나기 츠요시씨가 소속되었던 SMAP의 고별 콘서트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가수가 서는 무대다.

이곳에서는 이번 올림픽 농구 종목이 진행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청률을 자랑하곤 하는 남자 농구의 경우 한국 대표팀이 자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여자 농구의 경우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13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선전을 약속하며 경기에 임한다.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주장 김정은이 팀을 이끄는 가운데, 최근 국제농구연맹이 선정한 '도쿄 올림픽에서 지켜볼 만한 젊은 선수' 명단에 포함된 박지현, WNBA에 출전한 박지수 등 12명의 태극전사들이 도쿄에서도 기적을 노린다. 조별리그 상대가 만만치 않지만, 선수들 역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꿈의 섬'에서, 한국 대표 종목 메달 꿈 영근다
 

'일본의 난지도' 유메노시마의 모습. 이곳에서 이번 올림픽 양궁 대표팀의 경기가 펼쳐진다.(CC-BY-SA 4.0) ⓒ Kakidai, wikimedia common

 
도쿄 바깥쪽의 인공섬 유메노시마(夢の島)는 서울의 '난지도'에 비견된다. 쓰레기 매립지가 있었던 탓에 모두가 인근으로 가기를 꺼려한 '쓰레기 섬'이었던 두 곳은 쓰레기 매립 종료 이후 공원화 사업을 거쳐 서울, 도쿄라는 두 거대 도시의 녹색지대로 탈바꿈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유메노시마를 한국어로 풀이하면 '꿈의 섬'이다. 과거 인공섬이 조성된 직후 해당 섬에 유원지와 같은 랜드마크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불려졌던 이름이 정식 지명이 된 케이스이다. 하지만 1950년대 계획이 무너지고, 도쿄 일대의 쓰레기 증가로 유메노시마 일대가 쓰레기 매립지로 지정되며 '이름만 꿈의 섬'이 되어버렸다.

이미 1960년대 매립이 끝난 유메노시마는 11년 뒤인 1978년 유메노시마 공원으로 다시 개장해 시민들을 맞이하며 그 '이름값'을 되찾았다. 서울 난지도 역시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렸으나, 1970년대부터 20년간 쓰레기 매립지가 되고, 현재는 월드컵공원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명소가 된 비슷한 역사가 있다.

유메노시마 일원에서는 양궁 경기가 열린다. 태극마크를 달고 멀리 도쿄 땅에서 메달의 꿈에 도전하는 대표팀 선수 강채영, 김우진, 김제덕, 안산, 오진혁, 장민희까지 여섯 명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경기를 펼친다. 

바다 위 한복판의 유메노시마는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선수들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연습을 이어간 20일 기준 현장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했을 정도. 날씨의 압박과 '양궁 명가 한국'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선수들이 '꿈의 섬'에서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요트 국대 선전 꿈꾼다
 

요트 국가대표 선수들이 명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에노시마 요트 하버의 모습.(CC-BY-SA 3.0) ⓒ Parag.naik, Wikimedia

 
박상민의 오프닝 노래 'Crazy For You'의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라는 가사로 유명한 만화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슬램덩크>의 주 무대였던 가나가와 현 에노시마(江の島) 요트 하버 역시 이번 도쿄 올림픽의 요트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한국에서도 <슬램덩크> 때문에, 바다의 풍경이 아름다워 도쿄 여행을 온 김에 찾는 관광객이 많았던 에노시마. 이번에는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대한민국에 승전보를 알릴 요트 대표팀이 도쿄 올림픽 1주일 전에 미리 일본으로 향해 바다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요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부산 사나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박건우, 조성민, 조원우, 그리고 하지민까지 네 명이다. 특히 레이저 종목의 하지민의 경우 런던, 리우 올림픽을 거친 베테랑.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올림픽 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중계가 되지 못했던 종목의 설움을 씻어낼지 주목된다.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다녔던 북산고교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국무대에서 판을 뒤집어놓았듯, 경력도, 실력도 출중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대표팀 4인방 선수들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디어 주목받을 수 있을까. 선수들이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펼칠 경기는 25일 조원우와 하지민를 시작으로 국민들과 만난다.

'스모 성지'에서 태극전사의 펀치 볼까
 

2020 도쿄 올림픽의 복싱 경기가 펼쳐지는 료고쿠 국기관의 모습.(CC-BY-4.0) ⓒ 江?村のとくぞう, Wikimedia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모'의 성지인 료고쿠 국기관(両国国技館)은 1985년 개관한 경기장이다. 료고쿠 국기관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전통 스포츠인 스모 경기는 물론, 프로레슬링이나 WWE 등 여러 스포츠 행사가 열리면서 스포츠 팬들에게 브록 레스너와 핀 밸러가 승리를 거둔 장소로서 인지도가 있다.

이곳에서는 이번 올림픽 복싱 경기가 치러진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복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여자 복싱 라이트급의 오연지, 페더급의 임애지까지 모두 두 명.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 복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본선 무대를 한 명도 밟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성과인 셈이다.

한국 여자복싱의 간판급 선수인 오연지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싱 최초로 금메달을 거머쥐는 등 역사를 써내기도 했다. 임애지 선수 역시 마찬가지로 2017년 세계여자유스복싱선수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의 기록을 써낸 바 있다.

평소 료고쿠 국기관의 천장에는 늘 일장기가 걸려있다. 두 선수들이 조준하는 목표는 어김없이 메달. 임애지와 오연지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료고쿠 국기관 천장의 국기를 잠시나마 태극기로 바꾸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임애지 선수는 오는 24일부터, 오연지 선수는 27일부터 국기관에서 경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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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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