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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비버 최고의 앨범... 그럼에도 남은 아쉬움 한 스푼

[리뷰] 저스틴 비버의 정규 6집 < Justice >

21.04.06 06:34최종업데이트21.04.0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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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비버의 정규 6집 < Justice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저스틴 비버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팝스타가 있을까. 어린 나이에 슈퍼스타가 된 캐나다 소년의 10대는 혼란스러웠다. 돌발적인 발언도 잦았고, 대중의 비난을 스스로 자초하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대중의 비난과 조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한때 유튜브의 최다 '싫어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Baby'의 뮤직비디오, '1994년은 커트 코베인이 죽고 저스틴 비버가 태어난 해이기에 비극이다'라는 우스갯소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혼란의 틈바구니 가운데에서도, 저스틴 비버는 성장했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싱글을 3개나 배출한 4집 < Purpose >(2015)는 터닝 포인트였다. 자신의 앨범 뿐 아니라 'Where Are Ü Now', 'I'm The One', 'Despacito' 등, 그의 미성이 더해진 곡들이 흥행했다. 그렇게 비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트러블 메이커에서 히트 보증 수표로 변해가고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앨범, < Justice >

지난 3월, 저스틴 비버가 자신의 정규 6집  < Justice >를 발표했다. < Justice >는 발표와 동시에 빌보드 200 차트(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기브온(Giveon)이 피쳐링한 알앤비 넘버 'Peaches' 역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저스틴 비버는  빌보드 역사상 발매 첫 주에 핫 100 차트와 200 앨범 차트 모두 1위를 달성한 첫 번째 남성 솔로 아티스트로 기록되었다. 'Peaches'는 유튜브를 비롯,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 Justice >는 어느 때보다 개인적인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앨범을 관통하는 것은 비버의 내면, 더 좁히자면 그의 아내인 헤일리 볼드윈(헤일리 비버)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수록곡의 대부분이 한 사람을 향해 있는 셈이다.  'Love yoursef'와 닮은 발라드 'Off My Face'에서는 자신이 사랑에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Ghost'에서는 헤일리를 볼 수 없다면 '유령'이 되겠다며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이모 래퍼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와 함께 부른 'Unstable'에서는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쓰다듬어 준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

현 세대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은 물론, 전작 < Changes >에 비해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받아들였다. 'Holy'에서는 아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종교적 구원과 연결한다. 곡 전반에 깔린 가스펠 사운드는 그에게 찾아온 신앙심과 무관하지 않다. '신성'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와 함께 부른 팝 록 'DIe For You', 80년대 팝의 영향이 돋보이는 'Anyone' 등, 레트로를 자기의 방식으로 구현해보는 시도 역시 이뤄졌다. 신스팝 스타일의 'Hold On'의 경우, 고티예(Gotye)의 히트곡 'Somebody That I Used To Know'의 멜로디를 차용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앨범이다. 'Yummy'처럼 엇나가는 트랙도 없으며, 일관된 정서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앨범 전반에서 헤일리에 대한 사랑을 간증하던 저스틴 비버는 마지막 곡 'Lonely'에서 숨을 고른다. 피네스(Finneas) 특유의 미니멀리즘이 두드러지는 이 곡에서, 저스틴 비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무대 뒤의 고독을 노래한다. 사랑이 자신을 구원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여분의 공허감 역시 숨기지 않았다.

"Everybody knows my name now  But something 'bout it still feels strange
모두가 내 이름을 알지.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어

Like Lookin' in a mirror,  tryna steady yourself, And seein' somebody else"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울을 보면,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보이는 듯해

- 'Lonely' 중


아쉬움 남지만... 비버 최고의 앨범

물론 뚜렷한 결점도 있다. 비버는 앨범의 첫 트랙인 '2 Much'와 'MLK(Interlude), 두 트랙을 할애해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연설을 삽입했다. 그러나 이것은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겉도는 사족이다. 개인의 사랑을 예찬하고 아내를 '복숭아'에 비유하는 팝 앨범에서 '불의는 세상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는 순교자의 목소리는 갈 길을 잃었다.

이 앨범의 제목이 '정의'다. 그는 헤일리 볼드윈에 대한 사랑을 곧 '정의'라 믿었을 수도 있다. 그런 맥락을 감안해도 설득력이 부족한 사족이다. 공인된 명반이 없다는 것에 대한 강박이었을까. 혹은 앨범에 예술적 깊이를 더하기 위한 시도였을까. 어떤 관점에서 보든, 아직 저스틴 비버가 개인적인 영역을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에 있어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 Justice >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단순히 히트 싱글을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앨범의 짜임새에 대한 고민, 내면의 반영, 그리고 저스틴 비버의 음색을 최대한 살리는 프로듀싱이 빛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혼란의 시기를 거쳐 저스틴 비버는 사랑을 통해 내면의 안정을 찾는 중이다. < Justice > 역시 저스틴 비버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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