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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막으려면, '똥'과의 공조가 먼저다

[환경 다큐 보따리⑦] 넷플릭스 다큐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

21.04.07 13:59최종업데이트21.04.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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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이 탄소(carbon, 분자기호 C)다. 탄소는 우리가 흔히 온실가스로 부르는 대표적인 두 기체, 즉 이산화탄소(CO2)와 메테인(CH4)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벌써 여기까지만 듣고도 이미 탄소의 악명은 인정되고도 남는다. 파리기후회의(COP21)에서 주의깊게 논의된 탄소배출량 감축, 관련하여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의 운동을 펼치는 환경운동가들도 많은 마당에, 탄소는 이를테면 유해물질로 분류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기후 위기와 관련해 탄소를 유해물질로 간단히 생각해버리면 안 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건 기후 위기 대책으로서 훌륭하지만, 탄소가 유해물질이기 때문은 아니다"라는 것인데, 이게 무슨 앞뒤 안 맞는 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이 그렇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을 보면 기후 위기와 탄소의 관계에 관한 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먼저, 상영시간 84분 동안 전개되는 긴 이야기를 단 한 마디로 축약해보자.  
 
기후 위기에 대하여 '탄소감축'보다 더 강력한 답은 '탄소순환'이다.
 

<대지에 입맞춤을> 포스터 ⓒ 넷플릭스

 
탄소는 우리 편
 

탄소화합물은 유기화합물이라고도 부른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핵산 같은 것들도 탄소화합물이다. 미국 자연자원보호청(NRCS)에서 31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보존농업학자 레이 아출레타(Ray Archuleta)는, 탄소가 모든 것(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체의 16%도 탄소다. 인체는 동물과 식물에게서 여러 종류의 탄소화합물을 골고루 공급받는다.
 
흙에서 자라는 식물은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토양 미생물에게 제공한다. 그 대가로 좋은 양분을 공급받는다. 식물과 미생물 사이에 '공조'가 일어난 것이다. 그 공조과정에서 미생물은 탄소를 연료로 하여 '글로말린'이라는 일종의 탄소접착제를 만드는데, 그것이 흙 속에 있는 물과 탄소의 흐름을 조절한다. 이것을 일러 '토양의 탄소 고정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건강한 토양 속에는 미생물이 와글와글 살아 있다. 이 녀석들이 많을수록 식물은 건강하게 자란다. 건강하게 자란 식물을 먹은 동물은 또 역시 건강하며, 먹이사슬 위쪽에 있는 인간은 그런 건강한 동식물들을 음식으로 섭취할 때 건강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결국 토양 미생물의 건강성이 인간신체 건강성의 기초인 것이다.
 
그러나, 화학농법을 사용하면 토양 미생물은 소멸된다. 살충제, 화학물질, GMO는 말하자면 미생물을 그냥 죽인다기보다는 씨를 말린다. 토양 미생물이 없는 땅은 죽은 땅이다. 죽은 땅은 공기 중의 탄소를 끌어들여 고정할 능력을 상실했다. 오히려 탄소와 물을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며), 지구는 점차 사막화되어 간다.
 

사막화 진행상황. ⓒ 넷플릭스

   
마침 그에 대한 대안이 있으니, 재생농법이다. 재생농법은 우선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서 시작된다. 땅에 콩 한 종류만 심는 게 아니라 밀도 심고 아보카도도 심고 상추도 심어서 다양한 작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자라게 하면 토양이 점점 비옥해진다.

단일 작물의 뿌리에서 나오는 하나의 분비물이 아니라 다양한 작물들의 뿌리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분비물이 토양에 풍부하게 들어가 미생물들을 건전하게 자극하면, 토양은 날마다 더 비옥해질 수밖에 없다. 또 경운기로 땅을 깊이 갈아엎어 상처를 낸 다음 거기에 작물을 심고 화학비료를 들이부을 일이 아니라, 얕게 판 땅에 작물을 심어 주변 다른 식물들의 보호를 받으며 더불어 자라게 하는 것이 재생농법의 핵심이다.  
 
재생농법은 토양에 유익한 방법이지만, 많은 농민들이 아직도 이걸 채택하기를 주저한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하여 재생농법을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한 농민이 말한다. 일단 한 번 해보시라고. 해보면 땅이 비옥해져서 농사가 더 잘 되는 걸 보게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땅의 회복력이 몰라보게 좋아져 결국은 수익이 더 많아지며, 땅의 회복력이 좋아지는 만큼 그 지역 공기까지도 좋아진다고 덧붙인다. 땅이 대기의 순환을 좌우한다는 이야기일까?

그렇다. 비옥한 땅은 공기중의 탄소를 격리포집하는 능력(앞에서 말한 '글로말린')을 힘껏 발휘하여 온실효과를 줄여준다. 또 비옥한 땅은 탄소와 물을 순조롭게 순환시켜서 지구에서 바다가 담당하는 강우량(60%)의 나머지 부분(40%)을 너끈히 감당하기까지 한다.
 

<대지에 입맞춤을>의 한 장면. 중국 황투공원 토양복원사업의 진행(1). ⓒ 넷플릭스

 

<대지에 입맞춤을>의 한 장면. 중국 황투공원 토양복원사업의 진행(2) ⓒ 넷플릭스

 
순환이 답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것은 '순환하지 못한 채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드는 탄소를 순환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그 방법의 첫걸음은 토양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이다. 토양을 되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앞서 말한 재생농법 외에 세 가지 대안을 더 이야기한다.     
 
첫째, 음식물&식재료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일이다. 그 쓰레기들을 매립, 소각하는 건 토양 미생물에게 전달되면 좋을 탄소연료를 가로채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시민들이 음식물&식재료 쓰레기를 잘 구분해서 (쓰레기통 색깔로 구분함) 버리도록 벌금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더 좋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대하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쥐를 움직이려면 치즈를 움직이면 된다"고 재치있게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인간은 치즈(먹잇감, 이익)에 조종당하는 한낱 쥐가 아니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벌금을 물리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둘째, 똥의 순환이다. 동물의 배설물에는 탄소가 많이 들어있다. 배설물에서 독소와 병균을 제거해 퇴비로 제조하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크게 활용될 수 있다. 배설물을 잘 모아 잘 처리한다면, 배설물이 아무 데나 굴러다니다가 물에 빠져 수질오염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예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큰 목장을 잘 구획하여 소를 이동시키며 키운다면, 소의 배설물은 오염의 근원이 아니라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자연자원이 될 수 있다. 소똥은 매우 훌륭한 유기물질(탄소화합물)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방법을 사용할 때는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① 3일 이상 한 곳에 머물지 않기(토양이 소진되지 않도록), ② 떠난 이후 6~9개월 동안은 지나왔던 곳으로 다시 가지 않기(섬세한 이동시간표 필요), ③ 한 곳에서 풀을 포식하지 않기(토양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그러면 소가 지나간 자리는 오염물과 배설물 천지가 아니라 초목 천지가 된다.
 
셋째, 재생식단이다. 소비자들이 재생농법으로 키운 작물을 의도적으로 찾아 구매해서 먹는다면 재생농법을 시행하는 생산자들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또 이동시간표를 따라 방목장을 돌아다니다 인도적으로 도살된 쇠고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방목(이동)축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축산농민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차피 따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 세상에서는 탄소만 순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순환할 수 있는 게 또 있으니, 바로 사람들의 '생각(idea)'이다. 탄소순환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순환하며 공유하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인간이 토양을 돌보면 토양이 인간을 돌보아주리라 믿는다. 그 믿음을 전파하듯 다큐멘터리는 마지막으로 말 건넨다.
 
"여러분도 포기하지 마세요."
 

<대지에 입맞춤을>의 한 장면. "포기하지 말자"고, 내레이터(우디 해럴슨)가 제안하는 장면. ⓒ 넷플릭스

 
이 다큐멘터리는 시종일관 탄소는 자연생태계에 좋은 것이며, 박멸대상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탄소가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주범 중의 주범이 된 건, 인간이 토양을 이른바 뇌사상태로 만들어 탄소를 순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지, 탄소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탄소가 뒤집어쓴 누명을 벗겨주고, 악명으로부터 탄소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관람을 위한 팁을 한 가지 알려드리겠다. 넷플릭스에서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디트가 흐를 때 급히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기 바란다. 엔딩 크레디트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짤막한 인터뷰 장면들이 대략 2분간 흘러나온다.

"이산화탄소란 무엇일까요?"하는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일반상식과 실천사항에 대하여 묻고 대답하는 인터뷰 장면인데, 소소하게 재미있다. 출연자들 중 '저 사람, 꼭 나처럼 대답하네!' 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엔딩 크레디트가 다 끝날 때까지 끊지 말고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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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Arendt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출간작가 | ‘문학공간’ 등단 에세이스트 | ‘기억과 치유의 글쓰기(Writing Memories for Healing)’ 강사 | She calls herself as a ‘public intellectual(지식소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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