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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학폭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21.03.03 08:57최종업데이트21.03.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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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스타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로 촉발된 학교 폭력 미투가 배구는 물론 스포츠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학교 폭력, 특히 학교 체육계의 폭력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관계부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땜질식 처방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본질을 놓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스포츠 평론가)를 지난달 2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 최동호 제공

 
다음은 최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여자 프로배구의 스타 선수인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미투가 스포츠계 전반으로 퍼지는 양상입니다. 
"이번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 미투 현상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배구라는 종목을 뛰어넘어 복싱 축구 야구, 하키 급기야는 핸드볼 임오경 의원,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이게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된 폭력 사건이라 구단 자체 조사에만 의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다 보니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진실게임처럼 변질되는거죠. 때문에 일관된 기준에 의해서 사실 여부가 가려지고 가해자가 징계를 받고 피해자가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비난 강도에 따라 구단에서 징계를 주는 거예요. 여론 대응용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죠. 학교 폭력의 개념에서부터 인권 보호에 기초한 조사 절차, 징계기준 등이 합리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학교 폭력 개념을 우선 정의해야 할까요.
"학교 폭력이라고 한다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의미하죠. 학생과 학생 간의 폭력도 있을 수 있겠고요.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는 동급생, 선후배지간이고요. 또 교사와 학생 간의 폭력도 있을 수 있겠죠. 이런 개념으로 본다면 학생 선수들은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 신분을 가진 거고요.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도 코치나 감독이기 이전에 교육자 신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학교 운동부 내에서의 폭력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된다고 봅니다."

- 그럼 이런 문제를 교육계 문제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스포츠계 문제로 봐야 할까요?
"두 가지 성격을 다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폭력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스포츠계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어요. 운동부라는 폐쇄적 구조 때문인데요. 학교라고 할지라도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그들만의 규범이 만들어지죠. 폭행이나 폭력이 일종의 위계질서를 위한 교육이자 훈육이 되는 거죠. 그들만의 규범에 사로잡히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학교 운동부 소속 선수라 할지라도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에요. 지도자는 지도자이기 전에 교육자가 되어야 하고요.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학생 선수들은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 받아야 합니다. 이런 면으로 살펴보면 학교는 충분한 시설과 프로그램, 인권 보호 장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일반 학생들은 안전하게 공부하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학생선수들 역시 안전하게 운동하면서 공부할 수 있어야죠. 때문에 학교 운동부에서 발생했지만, 학교 운동부 내 폭력은 교육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교육부가 주체가 돼서 대책을 내놔야 할까요?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기보다는 교육부이든 문체부이든 대책을 마련할 때 두 부처가 충분히 상의하고 협조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학교체육은 교육부의 영역이 훨씬 더 큽니다. 문체부가 마련한 대책일지라도 실제 현장에선 학교장, 교사, 교육청과 연관된 업무가 많기 때문에 교육부와의 협조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황희 문체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학교 체육계 폭력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았죠(기자주- 과거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 중심의 사건 처리 원칙과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앞으로 학교체육 현장에서 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예방 차원의 제도 개선과 체육계 전반의 성적지상주의 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주무부처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요. 정부 입장에서야 여론을 의식해서 신속하게 대책을 발표하고 싶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근본적인 대책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부터 살펴보고 충분히 고민하고 만들어낸 정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이런 임시방편적인 대책은 효과가 없을까요.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겠죠. 예를 들면 학교 운동부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대학 진학도 어렵고 프로나 실업팀 입단도 어렵다는 경각심을 줌으로써 학교 폭력에 대한 일종의 경고는 충분히 줬다고 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보는거죠. 근본적인 대책은 '폭력은 스포츠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다, 폭력을 행사하는 이는 스포츠인이 아니다, 폭력은 비스포츠적이다'라는 의식이 자리잡도록 하는 거죠. 징계를 강화해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의 개선과 함께 스포츠 문화와 스포츠인의 의식을 개선하는 방안이 함께 병행돼야 합니다."

-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라는 지적도 있던데.
"학교 운동부의 폭력은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스포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학교 공간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의 일반성이 있고요. 운동부라는 특수성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학교 보다 운동부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면 그 안에서 엘리트 스포츠의 문제점을 발견해 낼 수도 있습니다."

- 앞에 조금 언급하셨지만, 폭력 문제가 불거진 배구선수들의 징계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 중에선 폭력 행사를 인정한 선수들에게만 징계가 이뤄졌죠. 구단도 물론 자체 조사를 했지만 구단의 조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폭력을 부인하는 선수들의 폭력행사 여부는 진실게임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징계도 일정한 기준 없이 여론의 비난 강도에 따라 구단의 징계가 이뤄진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경우 무기한 출전 정지를 받았는데요. 
"무기한 출전정지의 '무기한'은 퇴출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한창나이의 선수들이 무기한 출전정지를 받고 실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일단 치명적입니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 같은 경우엔 워낙 사건의 파장이 컸고 또 배구 팬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적당한 때가 됐다고 다시 복귀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입니다."

- 최근 해마다 스포츠계의 폭력 문제가 이슈화되잖아요. 그런데 논란이 될 당시에만 잠깐 언급될 뿐 금방 시들해지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인데요. 사건 발생→ 비난 여론 폭등→ 언론의 질타→ 긴급 대응식 대책 발표→ 유사 사건 재발 패턴이 반복되고 있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법과 제도, 시스템 개선과 함께 스포츠 문화, 체육인의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합니다."

-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장담하기 힘듭니다.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미래를 다시 설정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반성과 성찰보다는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사건에 대한 대응 수준의 차원이었다고 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폭력을 포함해 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제도는 법과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폭력적 요소를 제거한 스포츠 문화가 정착되고 완성될 때야 비로소 폭력이 추방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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