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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판사 처벌 못하면, 또 이런 일 생길 수 있단 것"

[이영광의 '온에어' 83] '판사 탄핵' 편 취재한 성기연 MBC PD

21.03.02 17:17최종업데이트21.03.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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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 장면 ⓒ MBC

 
지난달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표결 후 가결 처리됐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두고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MBC < PD수첩 >은 지난 2월 23일 '판사 탄핵'편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방송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지국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 임성근 판사가 개입한 사실 등을 시작으로 2013년 쌍용차 집회 당시 경찰의 집회 금지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 재판에 넘겨진 민변 변호사들의 판결문이 수정된 내용을 쫓으며 임 판사의 탄핵 사유 등 관련 내용을 차근차근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방송 다음날 취재를 맡은 성기연 PD를 전화로 만났다. 다음은 성 PD와 나눈 일문일답.

- '판사 탄핵'편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PD는 방송 끝나면 아쉬움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어땠나요.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랬습니다. 기본적으로 언제나 더 잘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임성근 판사의 탄핵 이야기 더하기 사법농단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저희가 취재하던 와중에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치권에서 정쟁화됐고요. 사법농단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시간적인 한계가 있었죠. 짧은 시간 안에 이것저것 다 얘기하면 밀도 있게 하나를 들여다보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절충하는 게 조금 어려웠고, 아직도 '제대로 했는가', '어떤 얘기를 더 했어야 되나' 이런 식의 아쉬움이 남죠."

- 어떤 얘기를 더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법 농단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엄청 큰 이슈였는데 몇 년 지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잖아요. 누구의 책임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각각 다 책임이 있어요. '임성근 부장판사가 대체 어떤 일을 했길래?', '과연 탄핵소추는 정당한가?' 이 질문에 집중을 하다 보니 그런 부분(사법농단)들에 대한 문제점은 제대로 짚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위 얘기들은 나중에 또 다른 PD들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그만하고요(웃음)."
 

지난 2월 23일 방송된 MBC < PD 수첩 > '판사 탄핵'편의 한 장면. ⓒ MBC

 
- 이번 취재 전까지 사법농단에 대해선 어느 정도로 알고 있었나요. 
"< PD수첩 >은 사법농단 관련 방송을 예전부터 몇 차례 했었어요. 2년 전 처음 터졌을 때 당시에도 엄청 충격적이었죠. 핵심은 청와대와 일종의 재판 거래를 한 거잖아요? 디테일하게 다 알고 있지는 않고 대충 그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그 이후 이렇게까지 제대로 조치가 안 되고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임성근 판사 탄핵 관련 기사가 많았는데, 어떤 기사에서도 임성근 판사가 무엇을 했기에 탄핵소추가 추진된 건지 안 다루더라고요. 그런데 이후 전개를 보면 '여당 vs. 야당 싸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 vs. 임성근 판사 탄핵' 이런 식으로 비치는 거죠. 이걸 '정치적인 아이템이 아니냐', '민주당에서 이거를 발의했으니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냐'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재판 독립 해친 판사 탄핵하자는 얘기가 어떻게 여당 vs. 야당의 이야기가 될 수 있나요? 사실 그 이전에 판사 내부에서도 탄핵 얘기가 나왔잖아요.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자질 논란과 임성근 판사의 탄핵 여부는 전혀 별개 이야기거든요. 김명수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든 혹은 더 큰 잘못을 했더라도 임성근 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런 일련의 내용을 잘 보여드리면 시청자들 스스로도 이걸 보고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 특히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과 어떻게 연관해 구성할지가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엄청 고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잖아요. 임성근 판사 탄핵에 대한 얘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소요될 텐데 사법부의 사법농단까지 이야기하면 내용이 너무 많잖아요. 너무 광범위해서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지가 되게 관건이었던 것 같아요."

- 방송엔 세월호 7시간 관련, 민변 관련 재판에 대해 언급했어요. 임 판사가 재판 개입한 것이 두 건밖에 없었을까요?
"임 판사가 실제로 몇 건에 개입했는지 그건 모르죠. 어쨌든 실제로 드러나서 기소된 걸로는 세 건이에요. 언급된 것 말고도 하나 더 있어요. 프로야구 선수들이 도박한 사건인데, 재판에 이미 올라가기로 결정된 사건을 가지고 담당 판사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라'란 식으로 개입했죠."

- 임성근 판사 측은 해당 재판의 판사들이 '조언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걸 토대로 조언이라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지시대로 이행한 판사들은 재판 과정(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는 2020년 2월 14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 편집자 말)에서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언 정도로 생각했다고요.

이런 게 직권남용죄 유죄로 성립을 하려면, 강요받은 판사가 압박을 느껴서 이행해야 되잖아요. 근데 이제 그것들을 (해당 판사들이) 부인한 거죠. '나는 전혀 압박을 안 받고, 그냥 조언으로 생각하는데'라고 판사들이 대답했죠. 그래서 임성근 판사 말고도 이런 재판개입 판사들 다수가 무죄가 난 겁니다."
 

지난 2월 23일 방송된 MBC < PD 수첩 > '판사 탄핵'편의 한 장면. ⓒ MBC

 
- 2013년 경찰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집회를 막았고, 현장에 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이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었어요. 이 과정에서 민변 변호사들이 경찰을 끌고 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죠. 근데 이 사건 판결 이후 판결문에서 문구 하나가 수정돼요. 임성근 판사가 '경찰의 직무집행도 적법하지 않았다' 등의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어요. 그런데 판결 전도 아니고 판결 후 수정하게 했다는 게 납득이 안 돼요. 기록이 남잖아요.
"저는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하나는 그렇게까지 티 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개입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거나, 아니면 재판 후에 수정하는 게 너무 흔히 일어나는 일이어서 별로 큰일이 아니었거나죠. 당시에 그 사건은 이목을 끄는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당시 워낙 세월호, 쌍용차 등등 시국사건 집회가 많았고 박근혜 정부는 그걸 싫어했었죠. 그리고 경찰의 과잉행동을 지적하는 내용이 유출되면 추후 정부에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법적으로 문제가 없나요?
"문제가 있죠. 재판한 본인이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생각해봤는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고 다시 고쳐 주고 싶어도 못 고친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심지어 본인이 아닌 제3자가 바꾸는 건 당연히 안 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 민변 쌍용차 사건은 제보받은 건가요?
"임성근 판사 판결문을 입수했고요. 판결문에 들어 있는 사건 내용을 취재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어디서 감춰져 있던 걸 특종 취재한 건 아니고요. 민변 분들은 다 아는데 알려지지 않은 얘기였던 거겠죠."

- 국민의힘은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저도 (국민의힘이) 왜 저렇게 막는 건지 궁금하긴 합니다. 혹자는 사법농단이 한청 진행된 시절이 지금 국민의힘이 여당이었던 시절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유추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되게 많은 이슈가 그냥 여야의 정쟁으로, 대립각으로 가잖아요? 김정범 변호사님은 모든 것의 기준이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한테 유리한가 불리한가? 나한테 유리한가 불리한가?'이기 때문이라 말씀해 주셨어요. 무슨 말이냐면 현재 탄핵에 반대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퇴하라고 하는 게, 당장 국민의힘에 있어 이슈를 선점하고 프레임 싸움에 유리하니까 그러는 거란 말씀이죠."

- 국민의힘의 입장은 들어봤나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주호영 원내대표 1인시위 현장을 찾는 것 외에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도 했었어요. 주호영 원내 대표님께도 연락했고요. 국민의힘 '탄핵 거래 진상조사단'에 세 분 의원님이 있어요. 그런데 다 인터뷰를 안 해주셨습니다. 일정이 너무 바쁘다 하셔서 전화나 서면 인터뷰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거절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게 있을 것 같아요.
"기자님 지금 사법농단의 주된 인물로 누구누구 생각나세요?"

-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요.
"많이 아시네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현재 어떻게 돼 있는지 알고 계셨어요?"
 

지난 2월 23일 방송된 MBC < PD 수첩 > '판사 탄핵'편의 한 장면. ⓒ MBC

 
- 자세히는 몰랐습니다. 
"저도 몰랐거든요. 당연히 몇 년이 지났으니 어떤 결과가 나왔을 줄 알았어요. 근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1월 현재 116차까지 공판이 진행됐어요. 아직도 언제 결론이 날지 몰라요. 지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 행정처장뿐 아니라 아무도 이 일로 유죄 받은 사람이 없어요. 징계도 이렇게 안 됐고요. 그분들은 이렇게 유야무야 지나가길 굉장히 바라겠죠. 그래도 누군가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야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저희 방송은 이미 끝났지만 모두가 계속 관심을 좀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지금 여야 정쟁 얘기 말고 진짜 본질이 뭐고 핵심이 뭔지, 이걸 좀 봐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헌법, 사법농단, 법치주의 등을 들으면 좀 공허한 얘기 같잖아요. 솔직한 생각으로 내 삶과 직접 연결되는 것 아니고, 들으면 복잡하고 어렵고 별 관심도 안 생기죠. 그런데 헌법은 사실 이 나라의 작동원리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거예요.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내가 혹시나 재판정에 섰을 때 돈 있고 빽 있는 쪽이 재판을 이길 수도 있고요. 영화<부당거래>처럼 나라의 큰 일들이 부패 세력들의 손에 좌지우지될 수 있어요. 진짜 그런 나라에 살고 싶은지, 정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아니잖아요?

이번 건도 임성근 부장판사 한 사람이 어떤 거악이라서 문제가 아니고요, 상징성이 있는 겁니다. 사법농단 판사들을 처벌하지 않고 끝내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 있겠습니까? 판사의 죄는 묻지 못한다는 게 선례가 되어버리면, 어느 정권이든 상관없이 이런 일은 또 생길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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