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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BTS 공격한 중국인들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

중국-인도 분쟁 사이에서 해당 지역 주민 피해 주목 받지 못해

21.02.27 19:01최종업데이트21.02.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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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또다시 중국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작년 10월 7일 미국 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받을 때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소감을 발표했다가 '한국전쟁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한다'는 비난을 받은 지 4개월 만이다.
 
지난 23일 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수익 현황을 발표할 때 배경 화면으로 사용한 세계지도가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 지도에는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지역 중 하나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중국명 남티베트)가 인도 영토로 표기돼 있었다.
 
양국의 국경분쟁은 중국령 티베트자치구와 인도의 경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계선상의 두 곳에서 분쟁이 특히 두드러진다. 서쪽의 판공호수(판공초 호수)와 동쪽의 아루나찰프라데시주가 그곳이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지역. ⓒ 구글 지도.

  
판공호수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유혈 충돌이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양국 군대의 난투극이 있었고, 로힝야족 반군이 미얀마 정부군을 향해 항전을 선포한 2017년 8월에는 두 군대의 투석전이 있었다.
 
타이완(대만)에서 방송되는 <신탕런야타이 TV(新唐人亞太電視)>의 2020년 5월 11일자 인터넷판 기사 '중공과 인도, 변경 충돌! 병사 150명 상호 구타로 10여 명 부상(中共與印度邊境衝突!150士兵互毆10多人掛彩)'은 "2017년 8월, 쌍방은 라다크 지역의 판공초 호수 부근에서 서로 돌멩이를 투척했다(互相投擲石塊)"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군사력 평가 사이트 '글로벌 파이어 파워 닷컴(globalfirepower.com)'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중국의 군사력은 세계 3위, 인도는 4위다. 그 뒤를 일본과 한국이 잇고 있다. 세계적 군사력을 보유한 중국과 인도가 돌멩이를 들고 싸우는 모습은 양국 군대가 상호 자제하고 있다는 증표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는 증표가 될 수도 있다.
 
판공호수 쪽의 갈등은 최근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1일 라지나트 싱(Rajnath Singh) 인도 국방부장관이 이 지역 분쟁과 관련해 "인도와 중국이 라다크 동부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하는 데 합의했으며 10일부터 철수했다"고 의회에서 발언한 일이 있다.
 
이로 인해 국경분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 뜻밖에도 BTS로 인해 판공호수 반대편의 분쟁 지역이 거론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짱난(藏南·남티베트)으로 부르는 지역을 인도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BTS 소속사가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영토 분쟁의 진짜 피해자
 
중국공산당 영문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는 24일자 기사 'K-팝 밴드 BTS 대행사 빅히트, 남티베트 관련 부정확한 지도로 공격 받다(K-pop band BTS' agency Big Hit under fire over incorrect map involving South Tibet)'에서 "아이돌 그룹 BTS를 관리하는 남한 K-팝 대행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남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표기하지 않고 그 대신 인도 영토로 보여주는 부정확한 지도를 사용한 일로 인해 중국 네티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한 뒤 이렇게 보도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목요일에 재무정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8쪽에서 각 국가 및 지역에서의 2020년도 수익을 소개하면서 배경 화면으로 잘못된 지도를 사용했다. 이 지도에서 남티베트가 중국 영토에서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한 어느 블로거가 뒤에 중국 소셜미디어 시스템인 더우반(Douban)의 토론 그룹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논란의 발단을 소개하고 나서 "중국은 남티베트가 중국에 속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으며, 인도가 주장하는 이른바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 뒤 자국민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부정확한 지도는 많은 중국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정확한 지도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이냐? 아니면 그저 원하지 않을 따름인가?'라고 어느 중국인 네티즌은 묻는다."
 
이런 반응을 보노라면, BTS가 휘말린 역사분쟁이 중국과 인도의 것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완전히 틀리지는 않지만, 이 같은 느낌은 분쟁의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 진짜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판단을 무디게 만들 수도 있다.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한일 청구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에서 오히라 마사요시 외무대신을 만난 날이 1962년 10월 20일이다. 김종필·오히라 회담이 조용히 이뤄진 이날,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는 떠들썩한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군 3개 사단이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면서 이곳을 침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철군했다.
 
1962년에 벌어진 이 일도 오래전 사건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과 인도가 영유권 분쟁의 오랜 당사자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지 않다. 중국·인도보다 훨씬 더 오래된 당사자가 있다. 바로 티베트와 영국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월 10일 오후 비대면으로 방송된 <35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음반 부문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골든디스크어워즈 사무국

  한국전쟁 중인 1950년 10월 중국의 침공을 받고 1951년 9월 나라를 잃기 전까지, 티베트는 독립국이었다.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는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와 비슷했다. 이 관계는 티베트가 청나라를 사대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사대관계는 국제관계이지 국내관계가 아니었다. 책봉과 조공을 내용으로 하는 이 관계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일반적인 양상이었다. 조선이 청나라의 책봉을 받고 조공무역을 했다고 해서 조선이 청나라의 지방정권이 되는 게 아니었듯이, 티베트 역시 청나라의 지방정권이 되지 않았다. 사대관계라는 불평등관계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을 뿐이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하자. 티베트는 자주성 강화에 나섰다. 현임 달라이라마의 전임자인 제13대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에 주둔 중인 중국 군대를 1912년에 내쫓았다. 이때부터 한국전쟁 이전까지 티베트는 더욱 더 향상된 독립성을 향유했다.
 
바로 이 시기에 티베트는 영국과 국경 협정을 체결했다. 식민지 인도에 대한 외부 압력을 차단하고자 인도 평원으로부터 가급적 먼 곳에 국경선을 설정하고자 했던 영국의 이익과, 영국의 지원 하에 독립을 지키려 했던 티베트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1913년부터 이듬해까지의 국제협상(심라 회의)을 통해 아루나찰프라데시가 식민지 인도, 정확히 말하면 영국의 지배하에 넘어갔다. 이 회의를 주도한 영국 외교관 헨리 맥마흔(Henry McMahon)은 이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입각해 경계선 획정을 주도했다.
 
이때 획정된 국경선은 '맥마흔 라인' 혹은 '맥마흔 선'으로 불린다. 2005년에 <동북아 문화연구> 제9집에 실린 역사학자 박장배의 논문 '중국의 티베트 인식과 1962년 중-인 국경분쟁'은 이 라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국측 대표 맥마흔은 또 인도-티베트의 변계(국경)로 9만 평방킬로미터의 토지 위에 붉은 선을 그려 넣었다. 이것은 사실상 티베트의 독립을 돕는다는 조건으로 토지와 독립을 맞바꾼 것이었다."
 

당시 이 지역은 차 재배나 목재 벌채로 주목받고 있었다. 이 논문은 "19세기 후반에 차 재배자와 목재회사가 이 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새로이 부각되던 이 지역이 티베트의 독립을 돕는 조건으로 영국의 수중에 넘어갔던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특성에 관해 2015년 9월호 < Chindia Plus >에 실린 김찬완 한국외대 교수의 기고문 '여명이 빛나는 신의 땅, 인도-중국 영토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사용되는 니시, 아디 등 대부분의 부족 언어는 티베트-버마 어군에 속한다"고 말한다.
 
티베트-버마 어족이 주로 사는 이 지역의 특성은 오늘날 거의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도 국경분쟁 속에서 이 지역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받아왔는지도 거의 주목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분쟁은 그저 중국과 인도의 분쟁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이 영국의 제국주의 침략에서 기원했다는 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이 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묻어 있다는 점이 표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BTS 소속사가 부정확한 세계지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어느 편을 들었는가를 따지는 지금의 논란에서도, 진짜 피해자가 누구이고 진짜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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