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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손맛에 감탄, 4시간 만에 유해진이 얻은 깨달음

[리뷰] KBS1 다큐멘터리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21.02.25 09:54최종업데이트21.02.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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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는 진짜 막, 막 뭐 이렇게 그냥...막 톱질에 그냥 뚱땅뚱땅이었지 이런 건 진짜 처음이죠."
 

KBS1 다큐멘터리<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한 장면. ⓒ KBS1

 
눈이 소복이 내린 겨울날, KBS1 다큐멘터리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의 유해진은 외곽에 위치한 한 공방을 찾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짜맞춤 가구를 만드는 공방이었다. '짜맞춤'이란 나무에 홈과 촉을 만들어 끼워 맞추는 제작 방식을 뜻하는데, 그렇게 만든 가구는 비틀어지거나 휘어지지 않아 오래 사용해도 변형이 적다. 품이 많이 들지만, 정성이 들어간 만큼 단단하다. 

공방 안에는 톱과 끌을 비롯해 각종 공구가 가득했다. 생각해 보면 유해진과 공방은 익숙한 조합이다. 아마도 tvN <삼시세끼>에서 '유가이버'로 활약했던 기억 때문이다. 만재도에서는 나무 판자를 자르고 못질을 해 캣타워를 뚝딱 만들었고, 죽굴도에서는 낡은 풍로를 업그레이드했다. 닭장에 쪽문을 내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극단에서 활동하며 연극 무대를 제작했던 경험 덕분이리라. 

유해진은 고석만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협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기계로 나무에 네모난 홈을 내고, 톱을 써서 정교하게 촉을 만들었다. 유해진은 금세 가구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적성에 맞았던 걸까. 촉과 홈이 맞춰질 때의 짜릿한 손맛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후 꼼꼼하게 본딩 작업을 하고, 클림프로 수평을 맞춰 고정했다. 이제 필요한 건 기다림이었다. 기다림도 하나의 공정인 셈이다. 

공방을 차리기 전 고석만 디자이너는 의류 무역회사에서 5년 동안 근무했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릴 정도의 강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어느 순간, 회사를 다니기 위해 산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는 몸이 아프자 인생을 이렇게 허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을 떠나서 뭘 하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을까?"를 궁리했고, 그 답으로 짜맞춤 가구를 떠올렸던 것이다. 

가구 모서리에 댄 나무로 틀을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코너 블록) 후 사포질로 나무의 표면을 다듬었다. 거친 표면이 갈려 점차 부드러워졌다. 나무를 다듬는 건 마음을 보살피는 일과 닮아 있었다. 유해진은 나무를 깎고 다듬다 보니 복잡한 삶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 같았다고 소회했다. 

"너무 힘주어 살고 있진 않은지 너무 애쓰며 살고 있진 않은지."

마지막은 오일 마감이었다. 나무의 본래 색과 무늬가 살아났다. 작업 4시간 만에 심플한 협탁이 완성됐다. 

유해진이 찾은 공방들

유해진이 두 번째로 찾은 공방은 '결이 살아있는' 안경을 만드는 곳이었다. 25년 경력을 지닌 김종필씨는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안경 디자인을 해 왔다. 일상에 조금 예술을 가미해서 일상을 조금 더 좋게 해주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새로움'은 중요한 가치였다. 더 나아지기 위한 시작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부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단계는 아이디어 스케치였다. 유해진이 자신이 원하는 안경의 이미지를 스케치북에 그리면,  김종필 디자이너가이어받아 안경에 좀더 적합하게 다듬었다. 디자이너와 소비자가 마주 앉아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교감하는 방식이었다. 완성된 도안은 선택한 소재에 붙였다. 과연 어떤 안경이 탄생할까. 유해진에게 주어진 핸드메이드 작업은 안경테를 깎아보는 일이었다. 

보기엔 간단해 보였지만, 상당한 숙련도가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유해진의 경우 힘을 너무 줘서 톱밥이 녹아나오는 수준이 됐다. 눌어붙고 (톱날이) 끊어지는 일이 이어졌다. 김종필 디자이너는 너무 힘을 주지 말라고 조언했고, 유해진은 처음연기할 때도 어깨가 굳어있는데 힘을 빼면 더 부드럽게 갈 수 있는데 어렵다며 깨달음을 얻었다. 안경을 만드는 일도, 연기도, 삶도 그렇게 맞닿아 있었다.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서 하게 된 거거든요. 만약 한국에 시계제작자가 많았다면 호기심을 가지고 10년 동안 몰입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KBS1 다큐멘터리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한 장면. ⓒ KBS1

  

KBS1 다큐멘터리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한 장면. ⓒ KBS1

 
세 번째 핸드메이드는 시계였다. 독립시계제작자 현광훈씨는 시계의 구조와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전 세계에 불과 40여 명뿐인 능력자였다. 원래 카메라를 만들었던 그는 셔텨가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시계를 공부하다가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시계의 크고 작은 부품을 모두 만들 생각을 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배웠을까. 그는 한국에는 자료가 전무했기에 외국의 책을 봐야 했는데, 다큐멘터리와 유튜브 영상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상 속에서 장인들의 작업 테이블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그 이유는 그들은 어떤 기계와 도구를 사용하는지 상상하고 접목시키기 위해서였다. 독학을 하는데 무려 6년이 걸렸다. 시계 하나 제작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처음 만드는 건 6개월, 한번 만들어 봤던 건 3~4개월 정도란다. 입이 쩍 벌어진다. 

 

KBS1?다큐멘터리?<아날로그?라이프?핸드메이드> 한 장면. ⓒ KBS1

 
유해진은 톱니바퀴를 만들기로 했다. 현광훈씨가 직접 제작한 기계로 작업했다. 이 고생스러운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광훈씨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어떤 것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답했다. 디저털 시계가 상용화된 시대, 아날로그 손목시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광훈씨는 온도의 차이를 얘기했다. 정감가는 존재와 함께 하는 느낌이 좋다는 뜻이었다. 

"구두를 만드는 일을 두고 짓는다고 표현합니다. 구두는 지구의 중력을, 몸의 무게를, 일상의 힘겨움을 묵묵히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핸드메이드는 바느질 구두였다. 슈메이커 테리 킴씨는 핸드쏘운웰트 제법으로 구두를 만들었다. 웰트(가죽띠)를 신발 본체에 손바느질하는 전통적인 구두 제작 방식을 사용하는 장인이다. 구두는 어떻게 만들까. 먼저, 구두를 신을 사람의 발을 재고, 그 사이즈로 라스트(족형)을 만든다. 디자인과 패턴을 입히고, 그 위에 얹혀질 어퍼(윗 가죽)를 만들고, 밑창을 만드는 게 슈 메이킹 과정이다. 

딱 봐도 보통 일이 아니다. 구두 한 켤레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될까. 짧게는 한 달 반이 소요된다는 대답에 유해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테리 킴씨는 구두를 대량 생산하는 곳에서도 일을 한 경험이 있었다. 당연히 기계로 작업을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이 '살짝' 닿았다고 해서 '수제' 타이틀을 붙여 판매됐다. 그런 상황에 일종의 환멸을 느꼈던 모양이다. 

사람의 손이 닿았다고 해서 수제라고 한다면 세상에 수제가 아닌 물건이 있을까. 테리 킴씨는 '수제'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던 중 지금의 바느질 구두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해진도 바느질을 몇 땀 정도 거들기로 했다. 평균 5mm마다 한 땀을 꿰매는 정교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유해진은 그제야 왜 구두 한 켤레에 한 달 반의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KBS1 다큐멘터리 <핸드메이드>는 배우 유해진이 여러 공방을 방문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행복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가구, 안경, 시계, 구두 등 각 분야의 장인을 만났다. 각각의 물건들이었지만 모두 통하는 게 있었다. 결국 그들이 빚어내고 있던 건 인생이었다. 핸드메이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분명 기계보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그만의 매력과 정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삶도 비슷할 것이다. 비록 고단하고 힘든 나날이지만, 결국 완성되어 빛날 것이다. 그 확신에 가득찬 위로가 전달되길 바란다. <핸드메이드>는 지난 14일과 21일, 2부작으로 편성돼 방송됐다. 시청률은 1회 2.6%(닐슨코리아 기준), 2회 3.2%을 기록했다(28일 15:20 재방송 예정이며, 웨이브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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