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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피임약 광고도 할 수 있다" 더 당당해진 박하선의 고백

[인터뷰] 영화 <고백> 주연 맡은 배우 박하선

21.02.24 13:22최종업데이트21.02.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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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빅픽처스

 
"엄마되는, 아빠되는 수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가 짜증부릴 때, 아이 울어서 학대했다는 부모 많지 않나. 애는 그냥 울거든. 저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키울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에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동학대를 조명하는 영화 <고백>같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배우 박하선을 만났다. 

<고백>은 일주일 안에 국민 1인당 1천원씩 1억원을 모금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 미문의 유괴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박하선은 극 중에서 학대 당하는 아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사 오순으로 분해 열연했다.
 

ⓒ 리틀빅픽처스

 
영화는 학교에서도, 아동복지센터에서도, 경찰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아동학대 피해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박하선은 "평소에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백>이 폭력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아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많은 배우분들이 그런 영화를 하고 인터뷰를 하실 때 부럽기도 했다. '안 할 수 없어서 하게 됐다. 그런 사명감을 느꼈다'는 말. 배우로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게 보람찬 일이지 않나. (아동학대를 주제로 하더라도)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영화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 점이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큰 울림이 느껴졌던 영화였고 보자마자 좋았다. 

또 너무 궁금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왜 이 대본을 나한테 줬을까. 내 이미지에서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캐릭터니까. '당신이 일련의 경험들을 한 게 좋을 것 같았다'고 하더라. 이젠 이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나도 모르는 내 새로운 모습을 먼저 봐주신 것이지 않나. 이제 17년 차인데 새로운 모습이고 싶고 신인 배우이고 싶다(웃음).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거든. 내 안에서 새로움을 찾아주시면 너무 감사하지."


오순은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부모에게 삿대질을 하고 경찰서에 가서도 난동을 부리는 등 아동학대 문제에 분노하는 열혈 사회복지사다. 선배는 "자꾸 사고 치면 센터에서도 너를 보호해줄 수 없다"며 경고하지만 오순은 듣지 않는다. 이는 오순의 마음 속에 울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하선은 오순을 연기하며,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오순은 어릴 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어린애다. 나보다 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상처나 트라우마가 있고 그걸 안고 살아가지 않나. 저도 그런 게 있었다. 20대 중후반까지 그걸 치료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부모님과 20대 때 과도기를 겪었다. 사춘기가 늦게 온 거지. 부모님과 막 싸우다가 '그래서 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데?' 그러시는 거다. 그러게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지? 부모님 탓만 하면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치유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래서 오순에게 더 연민이 갔다."

박하선은 <고백>을 촬영하면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 기사를 요즘 더 자주 보게 된다. 예전엔 잘 안 봤다. 너무 마음이 아프니까. 자세히만 읽어도 눈물이 날 정도"라며 "댓글에 그런 얘기들도 많더라. '학대할거면 왜 낳냐'고. 첫째, 둘째를 학대했는데 셋째가 사망했다. 대체 왜 셋째까지 낳아서 학대한 걸까. 그래서 성교육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우리 때만 해도 성교육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사적으로 배우는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만화를 통해서나 동영상을 통해서나. 말도 안 되지 않나. 사랑을 하면 너무 자연스러운 건데 왜 덮어두고 교육하고 쉬쉬했을까. 

할리우드에서는 여성 톱스타 배우들이 피임약 광고를 많이 한다. 안젤리나 졸리도 했었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꺼리는 분위기다. 저도 미혼일 때 광고가 들어왔는데 조심스러워서 못했다. 이제 기혼이기도 하고 애도 낳아봤고 그럼에도 이게 꼭 필요한 거니까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게 양지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자궁경부암도 이제야 광고를 하지 않나. 그게 얼마나 필요한건데."


"힘들지만 좋았다"
 

ⓒ 리틀빅픽처스

 
한편 출산 이후 2년여간 휴식기를 보냈던 박하선은 지난해 카카오TV 웹 드라마 <며느라기>와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첫 복귀작은 <고백>이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8월부터 영화를 먼저 촬영했지만 그 사이 드라마가 빠른 시기에 방영됐다고. 오랜만의 촬영 현장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던 그는 "출산 후엔 건망증이 심해지기도 하니까, 촬영 전에는 대본을 외울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박하선은 복귀 전 두려움을 극복한 방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전에도 (대본을) 열심히 외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 강박증처럼 한달 동안 매일 대본을 보고 잤다. 그게 도움이 되더라. 보통 (배우들은) 드라마 대본을 5, 6부 정도 외워서 촬영에 들어간다. 그런데 <산후조리원> <며느라기>를 연달아 찍으면서 머릿속에 대본이 12개 들어 있어야 했다. 너무 힘든데 그래도 좋았다. 

대본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연기가 될 때까지 달달 외우고 연습했다. 말하는 것처럼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가 배우로서는 제일 좋다. 자유롭고. 그렇게 될 때까지 했다. 쉬면서 다른 분들 연기하는걸 봤더니 요즘은 트렌드가 일상적인 연기를 하는 것이더라. <고백> 이후로 작품은 전부 다 그렇게 준비했다. 전보다는 더 좋아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정말."


앞서 그는 웹 예능 <톡이나 할까>에서 결혼한 여자 배우들의 '경력 단절' 현실에 대해 털어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은 이미 해묵은 논제지만 여성 배우들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박하선은 "직장인이 아닌, 배우들도 경력 단절에 시달리는 줄 몰랐다"는 기자의 말에 "나도 없을 줄 알았다"고 답했다.

"<톡이나 할까>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톡'이니까 편해서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있다. 저도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저도 (경력단절이) 없을 줄 알았다. 친구들한테 들었지만 내게도 해당되는 일일 줄 몰랐다. 그런데 분명히 있다. 굉장히 한정적인 대본이 들어오고 안 들어오기도 한다. 그 분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이나 관계자분들이나. '무조건 (기혼 여성은) 안 돼'라고 하는 '꼰대'분들을 향한 울분이었다. 사실 그런 분들이 이제 와서 나를 다시 찾기도 해서 희열을 느낀다. 그때는 안 된다더니."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박하선은 현재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tvN 단막극 시리즈인 '드라마 스테이지 2021'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으며,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첫번째 아이>라는 독립영화도 이미 촬영을 완료한 상태다. 그는 <첫번째 아이>에 대해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던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2019년 말즈음 <첫번째 아이>라는 독립영화를 촬영했다. 그 영화를 찍을 때 사실 너무 힘들었다. 14년을 키운 반려견도 하늘나라로 가고 동생도 세상을 떠났다. 아이도 다쳐서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밥도, 물도 못먹고. 아이가 아프지 않다는 게 얼마나 좋은건지 그때 느꼈다. 안 좋은 일이 몰릴 때가 있지 않나.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대본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였다. 그런데 첫 촬영날 신기하게도 재밌었다.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걸 느꼈다. 욕심이 났다.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겠다 싶더라."
 

ⓒ 리틀빅픽처스

 
박하선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지금이 꿈같다고 했다. 요즘 5살 딸을 보낼 유치원을 찾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그는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일이 너무 재밌어졌다. 하나도 안 힘들고, 육아보다 어려운 일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촬영을 할 땐) 힐링이 된다. 한번씩 바깥 바람 쐬는게 너무 좋기도 하고. 아이가 나중에 컸을 때 '우리 엄마는 멋진 엄마'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다. 저는 어릴 때 돈이 없어서 못한 것도 많았거든. 더 열심히 일해야지.

<고백>도 어떻게 시기가 맞아서 개봉할 수 있게 된 거니까. 너무 속상한 일이지만 정인이 사건이 있었고, 개봉은 너무 감사하지만 기쁘지만은 않다. 이것도 다 운인 것 같다. 공백기가 회복되고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이 되고 그러니까 꿈꾸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사실 이제 얌전해지려고 한다. 너무 재방송도 많고 그러니까 주변에서도 '틀면 나온다'고 많이들 얘기하시더라. 이제 가만히 있어야겠다. 너무 까불었나. 질리면 안 되니까. 이제 그만 슥~ 들어가드려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작품으로만 찾아봬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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