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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으로 흑인 사회 파괴시킨 교묘한 방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크랙의 시대: 코카인에 물들다>

21.02.22 15:31최종업데이트21.02.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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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크랙의 시대> 포스터. ⓒ 넷플릭스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은 모두에게 부와 삶의 개선을 약속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성공한다. 주 대상은 정치에 관심 없는 백인층이었다. 레이건은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구제한다며 자유 시장을 부추긴다.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다. 돈의 흐름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탐욕'이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다.

도시는 활기를 되찾고 낙관주의가 팽배하고 사람들은 클럽을 찾는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국을 위한 축하의 방식으로 말이다. 코카인은 그 일부였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스카페이스>가 유행시켰는데, 주류 백인층이 하는 일탈의 방식이자 상징이 되었다. 물론, 너무나도 비싸서 도시빈민가 유색인은 즐길 수 없었다.

한편, 빈민층을 향한 레이건 정부의 방침은 방임이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부추기는 와중에 가난한 이를 챙기지 않았다. 급기야 1982년 실직자가 850만 명에 이르렀고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실업률을 기록한다.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빈민층 유색인들은 '생존'하기 위해 위험하고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미국에 사상 최고 물량의 코카인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정부도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의 무차별 유입,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꿍꿍이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여하튼, 코카인 값은 하락했고 부유한 백인층 말고도 코카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런 와중에, 가루 코카인의 베이스만 추출해선 저렴하고 휴대하기 쉽지만 효과는 강력한 '크랙'을 만들어 낸다. 이제 가난한 사람도 코카인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랙과 미국은 어떻게 흑인 사회를 파괴시켰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크랙의 시대: 코카인에 물들다>는 빈부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은 1980년대 미국 전역에 값싸고 강력하기까지 한 크랙(코카인)이 퍼지며 일어난 변화의 과정과 그 끝에 있는 진실을 파헤친다.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얽혀 있고, 크랙으로 큰 변화가 일게 된 가난한 흑인 사회가 주 타깃이다. 크랙 그리고 미국 정부는 어떻게 가난한 흑인 사회를 파괴시켰을까.

지금은 각계각층에 있는 수많은 '한때 중독자'들이 대거 출현해 크랙에 처음 발을 들이고 난 후 돌이킬 수 없을 중독으로 빠지게 된 때를 회고한다. 일단 수요는 어마어마하니 공급만 하면 되었다. 저렴하고 간편했으니, 생존을 위해 뭐든 해야 했던 가난한 흑인들이 뛰어들었다.

한때 중독자들이 대거 출현한 것처럼, 한때 마약 중개상들이 대거 출현해 당대를 회고한다. 그들은 가난한 흑인 사회에서도 특출나게 가난하고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생존을 위해 마약을 팔기 시작해 돈을 긁어 모았고 막대한 부를 쌓아 거부가 되기도 했다. 마약이라는 게 마피아라는 거대 조직에 어떤 식으로든 연류되어 있던 것과는 다르게, 크랙은 어떤 조직과도 연류되어 있지 않았고 중간에 누가 껴들지도 않았다. 요령만 있으면 누구나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마약상은 LA 최연소 갑부였다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크랙은 어디서, 왜 온 걸까?

큰 명엔 큰 암이 뒤따르는 법. 단숨에 큰 돈을 만졌지만, 돈을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해야 했다. 즉, 그들 스스로가 조직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직들이 생겨나 대치하며 폭력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서로를 헤쳤다. 가난한 흑인 사회는 더 이상 예전만큼 가난하진 않았지만, 대신 도처에 죽음이 넘쳐 났다. 매일 같이 시체가 거리 곳곳을 피로 장식했던 것이다.

마약으로 생겨난 너무 많은 돈이 거리에 넘쳐나 동네 전체와 모든 사람들을 타락시켰다. 심지어 경찰의 고위 간부까지 마약 비리에 연류되기도 했다. 흑인 사회의 마약상과 중독자들을 돌보고 '치료'할 주체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마약 자체에 있었다. 마약 중독자들은 모든 걸 잃었다. 돈을 벌고자 범죄를 저질렀고, 주위 사람들을 잃었으며, 본인의 건강은 물론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때 중독자의 한마디가 귀에 꽂혀 남아 있다. "이건 흑인 사회를 상대로 벌인 화학전이나 다름없었어요. 크랙은 어디서 온 걸까요? 무엇보다도 이유가 뭘까요?" 1986년 영부인 낸시 레이건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약 퇴치 운동인 '크랙 퇴치 운동'을 시작한다. '마약을 거부하세요'라는 위선적이고 효용성이 없을 슬로건은 흑인이 대다수인 도심 빈민가를 돕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도 그 시기는 미 정부가 코카인 밀반입을 눈감아줬을 시기였다.

마약에 관한 사회병리학적·사회정치학적 접근

와중에 미국 전역을 강타할 큰 일이 발생한다. NBA 굴지의 팀 보스턴 셀틱스가 왕년의 명성을 되찾고자 드래프트 최대어 렌 바이어스를 전체 1순위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 찰나, 불과 다음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원인으로 '크랙'이 지목되었다.

이후 언론지상은 크랙으로 도배가 되었다. 이후 서사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유행병'과 '전염병'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크랙 위기를 강조하며 사람들을 겁 줬다. 그리고 자연스레 '흑인'이 대두되었다. 크랙이 야기하는 문제가 바로 여기, 흑인에 있다고 말이다. 흑인이 곧 유행병이자 전염병이 되었다.

1980년대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색인종의 빈민층을 중심에 둔 빈부격차 정책을 내세우고, 마약 밀반입을 묵인해 그들로 하여금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해 놓곤, 대대적인 마약 퇴치 운동으로 마약을 몰아 내게 했다. 그 결과, 마약과 동일시되던 흑인 빈민층은 가난해졌을 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잃고 건강과 목숨까지 잃게 되어 완전히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크랙의 시대, 미국의 1980년대가 남긴 지독한 자화상이다. <크랙의 시대>는 사회병리학적이고 사회정치학적인 맥락에서 마약에 관한 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풀어 내 보여 줬다.

일련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풍부한대 짧은 시간 내에 핵심만 간추려 설명하려니 더욱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시간을 2~3배로 늘려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구성해, 보다 자세하게 관련된 거의 모든 걸 설명하며 천천히 맥락을 짚어갔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내용과 메시지가 워낙 탄탄하고 확고해 잊히지 않을 인사이트가 확 와 닿았다. 미국이라는 나라, 미국을 이끌었던 정부, 세계 어느 곳보다 풍성한 다양성을 품고 있지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대책 없이 보수적인 곳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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