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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위→9위→7위, 스켈레톤 '라이징 스타'의 날갯짓

[다시, 나의 평창④] 가파른 성장세 보이는 정승기 선수

21.03.02 18:16최종업데이트21.03.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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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3주년을 맞아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납니다. 출전했던 선수들과 그해 겨울을 평창에서 보낸 이들을 만나 평창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습니다. '다시, 나의 평창'의 네 번째 주인공은 평창 올림픽 때 '전주자'를 넘어, 베이징 올림픽의 포디움을 노리는 스켈레톤의 '라이징 스타', 정승기 선수입니다.[편집자말]

지난해 평창에서 열렸던 스켈레톤 대륙간컵에 출전했던 정승기 선수의 모습. ⓒ 박장식

 
동계 종목 중 0.01초의 속도를 다투는 스키나 슬라이딩 종목에는 '전주자'(前走者)가 존재한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미리 트랙을 달리는 전주자는 정식 선수는 아니지만 큰 기대를 받는 유망주인 경우가 많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의 전주자였던 고등학교 3학년의 정승기. 그는 고교 졸업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올림픽 1년 만인 2019년 휘슬러 세계선수권에서 9위에 올랐고, 두 번째 시즌에서는 월드컵에서도 9위에 올랐다. 2020-2021 시즌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8차 월드컵에서 7위에 오르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정승기 선수는 이제 '평창 올림픽의 전주자'를 넘어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꾼다. "평창이 제2의 고향"이라는 그를 IBSF 세계선수권(2월1일~14일)이 끝난 직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짧았던 이번 시즌은 한국 선수들에게 특히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선수들과 같은 감정이었음을 전한 정승기 선수는 이번 시즌 6차 월드컵에서 25위, 7차에서 9위, 그리고 마지막 월드컵인 8차 월드컵에서는 7위까지 오르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자신이 없었던 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정승기 선수는 "여름에 준비를 많이 했다. 8차 월드컵 때에는 주요 선수들이 많이 빠졌고, 잘 하던 선수들의 기록이 잘 안 나와 첫 월드컵 메달도 조금은 기대를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못 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작년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어느 정도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선수권의 경우 스타트 기록은 괜찮았지만, 주행하는 부분에 있어 실수가 많았다. 잡으려고 계획했던 커브들이 잘 안 되어 아쉬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부분도 물었다. 정승기 선수는 쾨닉세에서 열렸던 7차 월드컵에서 Top 10 안에 든 것을 꼽았다. 지난 시즌 그는 같은 트랙에서 1분 41초 86의 스코어로 15위에 올랐는데, 이번 시즌에는 1분 40초 77의 성적으로 9위에 올랐다. 정승기는 "자신 없던 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며 웃었다.

그의 좋은 성적의 기반엔 우수한 스타트 기록이 있었다. 독일의 알렉산더 가스너, 라트비아의 토마스 두크르스 등보다도 스타트 기록이 좋았다. 촌각을 다투는 스켈레톤에서 초반 스피드도 얻고, 시간도 번 것이다. 정승기 선수는 "근력 부분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원사에서 새로 협찬해 준 신발도 미끄러지지 않아 스타트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소치 올림픽 보고, 무작정 평창으로 갔죠"
 

지난해 평창에서 열렸던 스켈레톤 대륙간컵에 출전했던 정승기 선수의 모습. ⓒ 박장식

 
정승기는 한국 썰매에서 몇 안 되는 '엘리트' 선수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스켈레톤과 만났고, '운동부'로 썰매를 타기 위해 원래 살던 경기도 파주를 떠나 훈련장이 있는 강원도 평창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렇게 가톨릭관동대학교로 진학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썰매 위에 오르고 있다. 대다수 썰매 종목 선수들이 고교시절이나 성인이 돼 썰매를 만다는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선배들도 정승기 선수에게 '자랑스럽다'라고 말한다고.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입시가 잘 안되어서 방황을 했었어요. 그러다 TV에서 우연히 소치 올림픽을 보게 된 거죠. 그때 태극마크를 단 윤성빈 선배의 모습을 보고 '한 번 스켈레톤을 타보고 싶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찾아보니까 홈페이지에 '남녀노소 누구나 이 종목을 할 수 있다'는 공지가 있는 거예요. 바로 부모님과 함께 평창으로 갔어요. 대회를 한 번 뛰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상지대관령고등학교 코치님께서 '스켈레톤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스켈레톤 선수가 되었죠."

그래도 처음 트랙을 탈 때는 무서움이 컸단다. 내려가면서 부딪히는 일도 많아 통증도 심했고,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단다. 훈련은 물론, 근육을 늘리기 위해 식사량을 늘리고 벌크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은 한 번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버텼다는 것이 정승기 선수의 말이다. 

"평창 올림픽 전주자,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렇게 고교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정승기는 유스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한국에 허락된 티켓은 두 장뿐이었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선수로 뛰는 대신, 다른 선수에 앞서 트랙을 점검하며 트랙을 달리게 되었다. 이른바 '전주자' 역할을 그가 맡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올림픽에 뛰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은 트랙을, 그것도 가장 깨끗한 트랙을 탄다는 것은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정승기 선수는 "경기 날에도 '전주자'라는 생각 대신 경기를 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도 경기를 뛰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현장 LED에는 정승기 선수가 주행했던 트랙 기록이 찍히기도 했다. 그래서 이 기록으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몇 등을 했을지 혼자 계산을 해본 적도 있다고. 그때 계산한 점수가 20등을 살짝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승기 선수에게 '그 정도면 나도 올림픽에 나가도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히려 쟁쟁한 선수들의 기록을 보고 나니 '세계의 벽이 아직 높구나, 실력이 아직 부족하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때는 내가 먼저 썰매를 타고 내려가서,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얼음의 상태에 대해 알려주곤 했었다"라면서, "그래서 윤성빈 선배가 금메달을 따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한켠에 있다"라며 웃었다.
 
"여러 고민들 때문에... 이번 시즌이 가장 힘들었죠"
 

2020-2021 시즌 IBSF 쾨닉세 월드컵에 출전한 정승기 선수가 트랙을 활주하고 있다.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그랬던 정승기 선수가 이제 국제무대에서 '단골 출전'을 기록하는 이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만족하기 어렵다는 정 선수는 "어렸을 때에는 월드컵에 나간다는 것도 부러웠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긴장되는 부분도 많다"면서 고민거리을 털어놨다.

"유럽 트랙 경험이 많이 없어요.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이 달려 있다 보니 유럽 트랙 경험이 중요했는데, 올 시즌은 많은 트랙을 뛰어보지 못해 아쉬워요. 생모리츠는 트랙을 많이 타보지 못하고 시합을 했고, 알텐베르크도 트랙이 어려운데 많이 연구하지 못했어요. 빈터베르크처럼 아직 못 타본 곳도 있고요."

하지만 정승기 선수는 북미 트랙, 그중에서도 휘슬러에는 자신 있다고 밝혔는데,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많은 대회를 뛰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올 시즌 북미 트랙에서 월드컵이 열렸으면 'Top 10' 안에는 안정적으로 들지 않았을까 싶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정 선수는 "새로운 기술을 터득해야 하는데 막히는 순간이 왔다. 어떻게 하면 더욱 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포디움에 오를 수 있는지 고민도 컸다"라고 고백했다. 

그런 그에게 힘이 되는 것은 선배 선수들의 독려다. 정 선수는 "그래도 대표팀 막내이다 보니까 형들이 격려해 주시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윤성빈 선수는 힘들어할 때마다 잘 안되는 것에 대해 '이렇게 해보라'며 독려를 해주곤 하고, 봅슬레이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준다고.

정승기 선수에게 가장 도움을 많이 주는 선배는 김지수 선수란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서 타면 더욱 타면 능숙해질 수 있으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주고, 서로의 순위가 엇비슷해 트랙 상황, 자세 등에 대해서도 공유한단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썰매 대표팀인 셈이다.
 
"베이징 목표요? 포디움 안에 다 같이 올라가면 좋겠어요"
  

2020-2021 IBSF 생모리츠 월드컵에 출전했던 정승기 선수.(우측 붉은 옷)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정승기 선수에게 1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 목표를 물었다. 정승기 선수는 "가장 먼저 출전이 목표"라면서 "그래도 이왕 나간다면 최고를 목표로 하는 것이니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싶다. 포디움 안에 윤성빈, 김지수 형까지 세 명이 모두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베이징 올림픽 코스에 대한 기대도 있다. 정승기 선수는 "크게 어려운 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크라이슬(롤러코스터처럼 360도 회전하는 구간. 중력을 4~5배가량 받아 어려운 구간으로 꼽힌다. - 기자 말)에서의 주행이 약해 걱정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스타트 기록이 좋으니 더욱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바라는 점은 없을까. 정승기 선수는 "익숙한 평창에서 월드컵이 열리면 좋을 것 같다. 독일 선수들 보면 트랙이 세 개나 있어 부러운 점이 많다"면서, "우리도 월드컵에 출전해서 익숙하게 먹던 음식도 먹고, 시차 걱정도 없이 지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가족들도 경기장에 초대해서 내가 스켈레톤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갑자기 선수 수도 줄어들고, 직원은 물론 상비군 선수들도 줄어들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한국 썰매의 위상이 그대로 이어지기 위해 선수들의 수도 줄지 않았으면 하고, 지도자분들도 지금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승기 선수에게 세 가지를 물었다. '평창'과 '올림픽', 그리고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물었다.

가장 먼저 그는 "평창은 제2의 고향이다"라면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주소도 평창으로 옮겼고, 고등학교 때도 내내 평창에 있었다. 훈련도 하고, 지내기도 하다 보니까 정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횡계 읍내가 내가 살던 동네보다 익숙하다"면서 웃었다. 

이어 올림픽은 자신에게 '삶의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올림픽에 다녀온 형들은 별것 없다고 이야기해 주시곤 하는데, 나는 그 화면만 보고 열심히 운동을 해왔으니만큼 앞으로의 삶의 목표는 '올림픽'에 있을 것 같다. 올림픽에 나가려고 썰매를 시작했으니, 베이징에서 올림픽 선수로서의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승기 선수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 대해 '집'이라고 답했다.

"원래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편한지 몰랐어요. 그런데 해외를 나가서 겪어보니 평창이 참 편하다는 느낌을 받더라고요. 괜히 홈 트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창에서 많이 썰매를 타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이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 집'으로 해외 선수들도 초대해서 많은 대회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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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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