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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온상 될 수 있는 곳이기에" '재건축의 신' 취재 뒷얘기

[이영광의 '온에어' 79] < PD수첩 > 김경희 MBC PD

21.02.02 11:31최종업데이트21.02.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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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 장면 ⓒ MBC



 
'재건축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서울 신반포 1차 재건축조합의 한형기 조합장이다. 신반포 1차 조합장을 맡아 빠른 기간 안에 재건축을 성공시킨 그는 '스타 조합장'으로 이름을 날리며 각 지역 재건축 조합을 찾아 강연까지 하는 상황. 

그가 조합장이었던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 1차)는 2016년 분양 당시만 해도 16억 원(전용면적 84㎡)이었지만, 현재는 3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주민들 사이에선 몇 년째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 1050억 원의 분배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신 조합장과 임원들은 수익금 중 20%인 200억여 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라 요구하고 있고, 조합원들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재건축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적지 않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재건축의 신 in 펜트하우스'는 한형기 조합장에 대한 의혹과 한 조합장의 인터뷰 등을 담았다. 취재 과정에 대해 듣기 위해 이 방송을 취재한 김경희 PD를 전화로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 방송 후 소회가 궁금합니다. 
"방송 끝난 뒤에도 계속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서 연속으로 취재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긴 합니다. 방송은 취재한 부분의 절반 정도 내보낸 것이거든요. 남은 취재물에 대해서도 취재원들이 계속 연락을 주시고 있고, 방송 보고 관련된 제보들을 해주고 있으세요."

- 시청자의 반응은 어땠어요?
"부동산 아이템 같은 경우 (반응이) 특히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아요. 재건축시장 안에 계신 분들의 경우는 '저 사람이 무리하게 악역 역할을 했지만 일궈 놓은 거 아니냐'라는 반응들도 있고요. 반면 '재건축사업이 지금 기형적으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하루 빨리 수사가 철저히 돼야 하고, 지자체나 담당 공공기관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된다'라는 목소리도 많더라고요."
 

< PD수첩 > '재건축의 신 in 펜트하우스'편의 한 장면 ⓒ MBC



 
- 이번 편은 특히 스튜디오 CG가 눈에 띄었어요. 
"MC가 바뀐 < PD수첩 >에서 제가 세 번째 연출 맡았거든요. 보시면 MC들이 스튜디오나 현장에서 나가는 등 연출 기법이 좀 달랐어요. 이번에는 버추얼 스튜디오를 해 봤거든요. 한형기 조합장이 서울 반포 일대에 재건축시장을 다 접수했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좀 쉽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가 있을까를 고민을 하다가 버추얼을 떠올리게 됐어요. MC들이 거인이 돼서 아크로리버파크가 생성되고 (한 조합장이) 그 주변 반포 일대 대부분에 관여했다는 것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표현하려고 버추얼로 구현해봤어요."

- 이번 방송은 한형기 신반포 1차 조합장에 대한 내용이잖아요. 1년 전에 발제하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작년에 제가 선배와 부동산 신년특집 1,2부를 했거든요. 그때 부동산의 기이한 면모들을 많이 취재했는데 그때 한형기 조합장 캐릭터를 접했어요. 그 전에 유튜브를 통해 봤던 한 조합장의 설명회 때 모습과는 또 달랐어요. 뭔가 그의 사단이 꾸려져서 설명회를 다니고 있는 형태 같더라고요. 그러던 중 한 조합장에 대한 관련 제보를 받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를 팀장에게 얘기했고요. 팀장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취재 라인이 잡히거나 하면 또 얘기해 달라고 했어요. 업데이트하면서 발제하다보니, 그 정도 시간이 흘렀네요."

- 처음에 제보 들어왔을 때 어땠나요?
"'설마 한 사람이 강남 반포 일대 시세를 조정할 수 있을까'나 '그의 말대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일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죠. 근데 현장 가서 취재해 보니, 부동산업자나 분양업자, 건설쪽 관련 제보자들이 모두 '실제 그랬다'라고 증언을 해서 좀 놀랐어요."

- 한형기 조합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그에 대해선 아크로리버파크라고 반포에 있는 대장주 아파트를 만든 조합장이란 걸 알고 있었고요. 부동산 유튜브 채널 같은 걸 보면 이 조합장 모르는 사람 없거든요. 사람들이 얘기 하길 유튜브에 히읗자만 쳐도 한형기 조합장이 제일 먼저 나온다고 할 정도로 꽤 유명한 사람이라서 알고 있었어요."

- 도입부를 MC인 서정문 PD가 제보자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MC가 바뀌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MC를 어떻게 잘 프로그램에 녹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했어요. 화자가 여러 명이 나오면 내용 끌고 갈 때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란 의견이 나와서 프롤로그에 제보자와 MC의 만남을 넣자고 했어요."
 

< PD수첩 > '재건축의 신 in 펜트하우스'편의 한 장면 ⓒ MBC



 
- 앞서 잠시 언급했는데, '1050억 분배 사건'에 대해 설명 해주세요.
"(신반포 1차) 재건축사업 이후 조합에 발생한 수익금이라고 보시면 돼요. 조합원들은 수익금은 어쨌든 조합 돈이니까 조합원과 1/n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고, 한형기 조합장측은 이 사업이 이렇게 수익이 난 데엔 조합장과 임원들의 공이 컸다는 주장이고요. 그래서 그중 20%는 조합장과 임원 포함 10명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은 '펜트하우스를 우선 선점할 수 있는 권한을 조합장이 가졌는데, 그러면 꽤 큰 혜택을 누린 게 아니냐'는 것이었고, 한 조합장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였고요. 그와 관련해선 2015년부터 법정 공방이 벌어졌고요. (2020년 10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 내용을 보면 총회의결을 통과했더라도 조합 인센티브라는 개념은 '사행성을 조장하고 조합 돈은 사익을 추구하면 안 된다'라 적혀있거든요. 2월 말에 고등법원에서 재심리를 하는데 지켜봐야 합니다."

- 한형기 조합장 인터뷰 섭외는 어렵지 않았나요. 
"한형기 조합장이 먼저 저에게 연락했고요. 'MBC가 취재하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근데 계속 나를 찾지 않고 있길래 왜 안 찾나. 의문점이 있으면 내가 바로 얘기해 줄 수 있는데'라는 내용으로 문자가 와서 날짜를 잡았습니다. 취재한 내용을 취합해 연락을 취하려고 하던 시점에 한 조합장이 먼저 연락을 해 온 겁니다."

- 한형기 조합장이 인터뷰 중에 아크로리버파크 가격을 올린 것이 자신의 공이라며 담합에 대해 이야기 했잖아요? 담합은 불법 아닌가요?
"예를 들어서 시세가 12억이었는데, 가짜 계약서가 18억에 쓰여 있다면 부동산 업자들도 실거래가 올라왔는지 알아보거든요. 근데 올라오지 않았다는 거죠. 그럼에도 18억 원에 맞춰 시세가 형성되고 누군가는 이게 부풀려진 금액인지도 모른 채 아파트를 매수하는 거죠. 그런데 본인은 정작 피해자라 생각을 못 할 거고요. 본인이 피해자라 생각되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되면 법상 애매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변호사는 한 조합장의 멘트를 듣고 '담장 위를 걷는 사람같다'고 했습니다."

- 한형기 조합장이 조합원이자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일하씨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어요. 그 벌금을 조합비로 냈고요. 방송에 출연한 변호사는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했는데, 조합원들이 문제를 삼지 않았나요?
"조합원들은 문제로 삼았어요. 그러나 한형기씨는 뭐라고 얘기했냐면... '박일하씨가 신반포 상가의 상인으로서 재건축사업을 방해한다, 재건축사업을 이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라고 조합원들에게 말했고 조합 일로 벌어진 일이니 조합 돈을 쓰는 건 문제 안 된다고 했고요. 사실 조합 일로 했다 하더라도 문구점 사장님에게 폭행까지 휘둘러야 일이 해결됐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 CM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construction management' 즉 '건설사업관리'라고 하더라고요. 보통 원자력발전소나 큰 대교 등을 지을 때 CM업체가 있어요. 한형기 조합장이 거의 처음으로 아파트에 이 개념을 도입했다고 보면 돼요. 마감재부터 용역업체 선정할 때 이 CM이란 회사를 통해 검증과 컨설팅을 받은 다음에 결정하는 거죠. 한 조합장도 그렇게 표현하긴 했는데, 조합장 일이 너무 많다보니 CM에서 조합장 일을 대신 해준다고 해요. 여러 분야를 정리하고 분석해서 추천해주면, 조합장이 선택하는 거죠. 비서 역할같다고 해야 할까요. 적어도 저희가 취재한 해당 CM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 PD수첩 > '재건축의 신 in 펜트하우스'편의 한 장면 ⓒ MBC



 
- 방송을 보면 한형기 조합장도 CM에서 근무한 것 같던데요. 
"네, 본인이 그렇게 얘기했어요. 지금 선정된 G사라고 표현된 CM이 신반포 1차도 들어가 있고 여기 옆 신반포3차 경남 재건축사업(원베일리)에도 들어가 있어요. (한 조합장은)그 회사의 전신에서 일했다고 얘기를 해요. 근데 저희가 그 CM 업체에 알아보니, (한 조합장은) 현재 그 CM 업체에서 부사장까지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현 CM 대표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 아크로리버파크에 들어갔던 업체 다수가 반포 원베일리에 들어가죠. 근데 한형기 조합장이 이 조합 만드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작년 국민청원에 '○○○ 조합장의 비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이 조합 임원들이 한형기 조합장한테 성과금을 주자고 했어요. 무려 20억이었어요. '우리 조합을 세워주고 여기 지금 다섯 개 단지를 다 통합시켜주고 그런 성과들이 있기 때문에 한형기 조합장한테 20억 정도는 줘야 되겠다 수고했다'라고 했고 이게 통과가 된 거예요. 조합원들이 봤을 때는 '말이 안 된다. 왜 이 사람한테 20억 줘야 되냐?'라는 의견이 나왔고 청원까지 올라갔고요. 결국에는 한 조합장이 '나 그 돈 안 받겠다'라고 해서 취소됐거든요. 근데 저희 CG에도 나왔지만 신반포 1차에 들어갔던 용역업체 대다수가 원베일리에서 똑같이 선정됐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는 시청자분들이 잘 아실 것 같아요."

- 한형기 조합장은 공개 입찰 통해서 했다고 주장했어요. 
"네, 공개입찰 했다고 하고 입찰방식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탈락된 업체, 참여한 업체, 그리고 용역업체 시장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예를 들어 특정 CM 회사가 어디를 지원한다 그러면 '아 안 되겠구나. 한형기 조합장과 친하니까 우린 떨어지겠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고요. 저희가 방송에서 CM 업체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것 외에도 굉장히 여러 종류의 용역업체를 많이 취재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선 후속취재를 할 수도 있고요."

- 취재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어려움을 느꼈나요. 
"건설업계가 좁은데다, 제보자들도 계속 몸을 담고 일을 해야 하니까, 선뜻 제보에 나서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분을 만나더라도 되게 여러 차례 설득하면서 만나야 했어요. 또 그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아이템입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관리 감독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재건축 사업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곳이잖아요.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줘야 재건축 사업 본연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서울 반포 일대는 집값의 지표가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의 제도 및 공공기관의 관리·감독 등 개선점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경희 한형기 재건축의 신 아크로리버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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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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