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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타까워 했던 실종사건, 부모에게 비난 쏟아진 까닭

[리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21.01.28 09:40최종업데이트21.01.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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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실종됐다는 걸 방금 알았다면, 부모는 뭘 할까? 신속히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의 인상착의를 알린다. 세 살배기 여자아이 매들린 매캔의 부모도 그렇게 했다.  

2007년 5월 목요일, 매들린은 포르투갈의 한 휴양지 리조트에서 잠을 자던 중 실종됐다. 방 안에서 같이 자고 있던 아이들 세 명 중 매들린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유괴된 것이다. 그 시각 부모는 근처의 식당에서 지인들과 저녁식사 중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순번을 정해 30분 간격으로 식당에서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리조트의 아이 방들을 차례차례 순찰(!)했다. 두 번째 순찰과 세 번째 순찰 사이, 밤 9시 25분과 10시 사이에 매들린이 사라졌다. 그후 13년이 지나도록 미해결상태였던 이 사건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었다. 제목은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총 8화(각각의 상영시간은 약 60분 안팎).    
 

영화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스틸 ⓒ 넷플릭스

 
매들린의 실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나른하게 평화롭던 휴양지는 대혼란에 빠졌다. 신고를 받고 포르투갈 형사 경찰이 도착하기 전 그곳 사람들은 지대한 관심과 갸륵한 동정심을 품었다. 마침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팀을 짜서 아이를 찾아나섰다. 리조트 직원들, 투숙객들, 지역주민들, 모두 수색에 합류했다. 나름의 추리를 해보기 위해 아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방을 사람들이 쉴새없이 드나들었고, 이것저것 만지거나 건드렸다.
 
신고를 받고 아이 방에 도착한 포르투갈 형사경찰팀은 낭패감으로 맥이 풀렸다. 사건현장으로서 아이 방은 어지러움 그 자체였다. 혹시라도 범인이 흘렸을 법한 단서는 깡그리 훼손되고 없었다. 포르투갈의 FBI격으로 유능한 형사경찰팀은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건 직후, 매들린의 부모는 속상하고 고통스러워서 형사경찰팀에게 불친절했다. 영국인 부모는 포르투갈 형사경찰팀을 무시하고 불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형사경찰팀은 휴양지의 사람들이 사건현장을 훼손한 것에 대하여 불만을 품었다. 사고 당시 휴양지 인근의 사람들이 전개한 산발적인 도움이 오히려 역효과였다고 주장했다. 수사 초기에 영국인 부부와 포르투갈 형사경찰팀 중간에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통역 자원봉사를 했던 한 남성을 용의자로 불러 조사하기까지 했다.
 
어렵사리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언론이 끼어들었다. 실종 직후 현지 언론뿐 아니라 매들린 가족의 고국인 영국 언론이 곧바로 취재를 개시했다. 실종 2일째엔 온갖 주변 나라에서 기자들이 달려왔다. 모두가 매들린의 이름을 불렀다. 다들 안타까워서 그랬던 거다. 우리 사회가 최근 '정인이 사건'에서 보여준, 동정과 염려의 사회적 반응과 매우 유사한 현상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형사경찰팀은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됐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만 갔다. 매캔 부부는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방송출연도 하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영국의 정치권도 관심을 표명했고, 매들린과 일면식 없는 나라들에서도 실종사건을 기사화했다. 제보자 포상금액은 점점 올라갔고, 사건해결을 기원하는 부자들이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제보는 쏟아져들어왔지만 신빙성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어떤 제보가 가치있는 것인지 제대로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실종 몇 달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모두가 지쳤다. 각국을 돌며 기자회견을 할 때 이제까지 매캔 부부를 아낌없이 응원하던 유럽 각국의 대중들이 은근 슬쩍 적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순회 쇼'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매캔 부부를 조롱했다. 그 와중에 문득 형사경찰팀이 다시 힘을 냈다. 수사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던 그들은, 매캔 부부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했다. 결정적 증거는 없었으나 여러 정황증거가 그 혐의를 뒷받침했다.
 
그 와중에 부부는 언론의 잔혹한 불화살마저 받아내야 했다. 부부가 아이를 이미 죽여놓고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거라는 둥, 아동학대 가해자는 확률상 친부모가 대부분이라는 둥, 매캔 부부를 공격하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가짜 뉴스들도 가세했다. 소셜 미디어의 개인들도 거기에 숟가락을 얹었다.
 
"엄마가 딸이 사라진 뒤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어."
"못생긴 그년 얼굴에 모든 게 쓰여있어, 그렇지?"
"여자가 아니라 괴물이야."
"그들이 깨어나는 순간이 늘 지옥 같았으면 해. 잠자리에 들 때는 악몽을 꿨으면 하고."
"이 사람들 역겨워. 살인자들."
"사악한 돼지들. 진실이 곧 밝혀져야 해. 불쌍한 매들린."


다큐멘터리 제작 시점, 매들린은 여전히 행방불명이었다. 슬그머니 남을 탓하고, 거친 어조로 남에게 비난을 퍼부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속상하고 안타깝고 화가 나서 서로서로 남을 조금씩 공격했지만, 그럴수록 고통이 커져갈 뿐이었다. 매들린 행방불명이라는 암울한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아동성매매 국제조직이 관련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찾을 방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그러다, 실종사건 13년 만에(2020년 6월), 다른 범죄로 감옥에 수감되어있는 한 남성이 매들린의 납치(살인)범으로 확인됐다.
 
집중해서 다큐멘터리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을 보다 보면, 평상시 우리가 참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생의 역설'을 실감하게 된다. 좋은 의도와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상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작품은 '인풋으로 선한 걸 넣었으니 아웃풋으로 선한 걸 내놓아라'는 식으로 세상만사를 파악하는 것이 어쩌면 순진한 견해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말 건네는 듯하다. 아울러, 초동수사를 본의 아니게 방해한 선량한 사람들의 움직임, 포르투갈 형사경찰팀의 불평, 매캔 부부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태도 변화 등이 딱히 악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님을 잊지 않고 짚어주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가 지닌 중요한 미덕 중 하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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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Arendt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출간작가 | ‘문학공간’ 등단 에세이스트 | ‘기억과 치유의 글쓰기(Writing Memories for Healing)’ 강사 | She calls herself as a ‘public intellectual(지식소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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