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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김봉현 술자리' 계산법, 좀 독특해"

[이영광의 '온에어' 77]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 취재한 최원준 MBC PD

21.01.27 19:33최종업데이트21.01.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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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12월 초, 검찰은 같은 해 10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검사 술 접대 의혹'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의 결과 발표 뒤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술자리에 참석한 검사 셋 중 한 명만 기소하고 11시 전에 귀가했다고 밝힌 두 명은 접대 금액이 100만 원이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사 사건 수사전담팀은 당일 술자리에 참석한 김 전 회장과 검사들을 소개한 A변호사, 그리고 B검사에 대해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했다. 

< PD수첩 >은 술접대가 벌어진 당시 룸살롱 상황을 재연하고 김봉현씨의 측근들을 취재하며 이 사건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 편에선 술 접대 자리가 만들어진 배경부터 짚었다.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21일 이번 방송을 취재-연출한 최원준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9일 방송된 MBC <PD수첩>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편을 연출하셨어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번 방송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마지막까지 좀 많이 힘이 들어서, 지금은 끝난 상태인데도 많이 얼떨떨합니다."

- 라임이나 검찰 개혁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적지 않았는데요. < PD수첩 >에서도 몇 번 다뤘고요. 이번에 다시 다룬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봉현씨의 폭로로 검사 술 접대 사건이 알려진 건 작년 10월이었잖아요. 하지만 한동안 범죄자가 거짓된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갔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이 검찰 수사 결과 기소가 되면서 사실이란 게 확인됐어요. 김봉현씨가 폭로한 건 그것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거든요. 모두 진실이라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진실이 남아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김봉현씨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니까 그쪽 관계자들을 컨택하기 시작했어요."

- 사전 취재 분량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김봉현씨의 옥중 통화 내용이 좀 많았잖아요? 사실 술 접대 건은 정말 일부였고 여야 정치인에 대한 로비 및 검찰의 수사 태도, 그 외에도 검찰 수사관들에 대한 로비 등 되게 많은 내용이 옥중 폭로에 담겨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정리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 당시 정황들을 돌아보고 하는 과정들이 좀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편의 한 장면 ⓒ MBC


- 김봉현씨의 검사 접대가 이뤄진 강남의 룸살롱 취재는 어떻게 하신 건가요?
"현재 해당 유흥업소는 문을 닫은 상태고요. 코로나 이유도 있죠. 그래서 직접 취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유흥 업계 관계자에게 그 업소가 운영되는 방식에 대해 좀 자세히 들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입수한 검찰 조서에 그 업소를 운영했던 분의 진술이 좀 있었습니다. 그 진술까지 종합해서 해당 유흥주점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어떤 곳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어요."

- 검사들과의 술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이주형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 초반에 집중적으로 나왔어요. 김봉현과 이 변호사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김봉현과 이주형 변호사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봉현씨가 이주형 변호사를 극진하게 모신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저희가 방송에 내보낸 것처럼 회사 골프장 회원권에 지정회원으로 등록한다든지 회삿돈으로 전담 운전기사를 붙여준다든지 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스폰서로 표현해야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지만, 변호사와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의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죠.

방송에도 나왔지만, 이 변호사는 전직 특수부 검사 출신이에요. 검사를 그만둔 지 오래되지 않다보니, 검찰 내부에 인맥이 많이 남아 있었고 김봉현씨는 아마 그 전관 변호사가 가진 힘에 기대를 많이 한 것 같다는 추측입니다. 왜냐면 김봉현씨는 라임 사태도 그렇지만 수원여객이라는 회사와 관련된 혐의도 받고 있는 상태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검찰 출신 변호사의 힘을 빌릴 필요성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이주형 변호사가 김봉현씨 사건을 수임한 적 있나요?
"사건을 직접 수임하는 건 아니었어요. 사건을 수임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둘이 너무나 끈끈했어요. 라임사건 관련해서 라임 전 부사장인 이종필씨 사건을 (이주형 변호사가) 수임한 증거가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김봉현씨가 이주형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 영향력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고요.

여기저기 증언에 따르면 전관 변호사들 같은 경우 선임계를 쓰지 않아도 사건을 처리해 주는 경우도 너무 많고요. 실제로 김봉현씨 체포된 날 밤에 이주형 변호사가 찾아왔다고 하는데 사건을 맡지 않았다고 하면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거잖아요. 그런 걸 보면 둘의 관계가 좀 더 특수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술 접대 자리에 세 명의 검사가 있었는데 검사 두 명에 대해서만 방송에서 실명을 공개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진술조서를 확보했잖아요. 그래서 검사들의 진술을 볼 수가 있었죠. 그걸 보면 검찰에서 술자리는 진짜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범죄든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희가 보기에 명확하게 이 술자리에 참석한 물리적인 증거가 있는 검사의 경우 이름을 공개했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 물리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서 술자리 가격을 n분의 1로 나눴어요. 김봉현씨는 자신을 빼고 계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검찰의 술자리 계산법 자체가 전반적으로 이상한 건 사실입니다. 사실 김봉현씨는 그 자리에서 술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검찰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요. 김봉현씨를 접대한 사람으로 보면, 받은 사람이 아니라 제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포함해서 계산하는 것은 좀 독특하긴 하죠. 어떻게든 100만 원 아래로 맞추려고 계산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좀 듭니다."

- 나의엽 검사는 뇌물죄가 아니라 부정청탁금지법으로 기소됐잖아요. 둘의 차이는 뭐죠?
"어떤 벌이 더 무거운 죄냐로 얘기를 할 때 뇌물죄가 훨씬 무겁거든요. 왜냐면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밝혀내야 하는 죄이기 때문에, 만약 뇌물이었다고 하면 나의엽 검사 같은 경우 해임이 될 수도 있는 무거운 죄입니다. 근데 부정 청탁 금지는 정직 혹은 감봉 정도에 그친다고 하네요. 방송에서 밝혔듯이 나 검사는 추후 라임 사건을 맡기도 했고요. 그리고 김봉현씨 측 주장에 따르면 서로를 인지하고 있었던 상황인 것 같았어요. 독대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죄를 무게를 더욱 무겁게 고려했어야 된다고 봐요."

- 방송에 따르면, 접대를 받은 나 검사가 김봉현씨 사건을 맡았다가 인사이동 전날 방에서 김씨를 30분 정도 만나 커피 전문점의 커피를 줬다고 했잖아요? 수사 검사와 피의자의 독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던데, 어떤가요?
"상식적으로 검사와 피의자가 독대한다는 건 사실 매우 이례적일 수밖에 없는 게, 검사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피의자 입장에서도 만약 검사와 독대했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는데 옆에 변호인이 없다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거든요. 서로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죠."
 

지난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편의 한 장면 ⓒ MBC


- 김봉현씨에게 접대를 받은 검사 세 명과 이주형 변호사의 휴대전화가 비슷한 시기에 버려지거나 분실됐어요. 우연일까요?
"정말 만에 하나 로또 확률로 우연일 수도 있겠죠. 김봉현씨 폭로가 나온 이후에 그분들은 그런 일 없었다고 부인하던 상황이었거든요. 네 명 모두 2주라는 기간 안에 폐기하거나 분실했다는 거잖아요? 과연 이것을 상식적으로 우연으로 볼 수 있느냐, 저는 우연이긴 어려울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봉현씨와의 서면 인터뷰는 어떠셨어요?
"사실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어서 내용 파악이나 더 자세한 질문을 드리기 어려웠지만, 김봉현씨의 진술들은 분명히 어떤 지점에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밝힐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또 어려웠던 점도 궁금합니다. 
"영화 <내부자들>이나 <더 킹>에 나왔던 것들이 2020년, 2021년의 검찰에서 사실일 수 있다는 것에 좀 많이 놀랐고요. 검찰이 국민의 기대를 따라가고 있느냐는 지점에선 검찰 스스로도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았던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이 좀 길고 힘들었던 것 같고요. 그래도 취재 자체는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편으로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여전히 권력을 가진 기관은 그 권력의 무게를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저희 방송을 보고 국민이 그런 지점들을 기억하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개혁 혹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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