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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검사 술 접대 사건, 더 기막힌 검찰의 대활약

[하성태의 사이드뷰] 옵티머스·라임 사태 다룬 <시사직격>과 < PD수첩 >

21.01.22 21:47최종업데이트21.01.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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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누가 로비를 해서 그 돈이 어디 갔든 상관이 없어요. 저희는 라임하고 계약한 게 아닙니다. 은행에 맡겨서 안전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김봉현이 뭘 했든 전 관심 없습니다." (라임 사태 피해자, KBS <시사직격> '라임·옵티머스 사기 검찰 그리고 모피아'편 중)

라임 사태 피해자는 울먹였다. 피해자 입장에선 언론에 등장하는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 김봉현씨가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했다는 폭로가,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중요치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수억을 투자했다가 환매중단 끝에 소중한 자산을 날린 이들에게 제 돈을 되찾는 일 말고 중요한 것이 또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피해자들이 실제 믿고 거래한 회사는 증권회사와 시중 은행들이었다.

피해규모만 약 2조에 달한다는 라임과 옵티머스의 사모펀드 사기사건. 지난 15일 방송된 KBS <시사직격>은 두 사건을 두고 라임은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고, 부실을 알고도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고,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공공기관에 투자한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잘못이 온전히 '금융 사기꾼'들에게만 있을까. 이날 <시사직격>은 피해를 방조하고 키운 금융감독원(금감원), 판매사, 수탁사 그리고 술 접대를 받은 검찰까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시사직격> 김지훈 PD는 희대의 사모펀드 사기사건의 문제점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었다.
 
뒷짐 진 금감원과 모피아의 활약
 

MBC < PD수첩 >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 편. ⓒ MBC



"사모펀드 운영을 할 때 서로 견제, 통제하라고 판매사, 수탁사, 일반 사무사, 사무관리사를 두는데 그 통제가 작동이 안 됐고요. 금융감독원에서는 검사도 하고 이러면서 알 수도 있었던 부분인데 거기에 대한 조치가 좀 미흡했었고요. 마지막으로 이게 사건화가 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는데 아시다시피 라임 김봉현한테 검사들이 술 접대 받은 건도 있고, 이러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잘 안 되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세 부분이 있습니다."

그 중 <시사직격>이 집중 조명한 것은 금감원의 해이와 '모피아'(옛 재무부를 뜻하는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영어 단어 'MAFIA'의 합성어) 즉, 현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정재계 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의 개입이었다.

앞서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인하했고, 자산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간소화한 것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출발점이지만, 금감원이 제 구실만 했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시사직격>의 관점이었다.

"금감원이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요. (20)17년도에 옵티머스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런 어려운 부실한 금융기관에 대해서 금감원이 '적기시정조치'라는 걸 합니다.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는 건데 그 시절에 그 금감원이 유예를 시켜줘요, 그 적기시정조치를. 그러면서 옵티머스 펀드가 살아났거든요." (김지훈 PD)

<시사직격>은 이를 뒷받침하고자 당시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였던 김재현씨가 투자금을 걱정한 한 투자자와 통화한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에 등장하는 양호 전 옵티머스 회장은 과거 나라은행을 운영했고, 이헌재 전 부총리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가 초대 금감원장을 할 때 영입했던 인물이었다.

"지금 이 회사(옵티머스)가 원래는 펀드도 만들면 안 되고 바로 영업정지를 시켜야 되는데, 금감원이랑 굉장히 우호적으로 도움을 받아가면서 해결(하는)과정인데, 양호 회장님, 그 분 힘으로 이 회사가 자격이 유지가 되고 있고, 그 분이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친구 분이시고, 최흥식 전 금감원장님 선배입니다." (김재현 대표)

실제 당시 양호 전 회장은 금감원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2017년) 11월에 당시 최흥식 금감원장 방문차 금감원에 들르겠다고 통보하듯 통화하기도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를 두고 "운명의 시간에 묵시적 압박을 넣은 것"이라며 "이헌재 전 부총리가 다리를 놓아주지 않았나 싶다"고 풀이했다. 정리하자면, 2017년에 이미 막을 수 있었던 옵티머스 사태를 모피아가 눈감아주면서 피해자가 양산됐다는 의혹 제기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건과 같이 겉으론 멀쩡하지만 위조 등을 동원, 작정하고 달려든 사모펀드 사기 사건은 "사전 예방 자체가 어렵다"는 대답을 내놨다. 또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일파만파 알려진 이후엔 사후약방문과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사기사건의 주동자들을 잡아들여야 할 검찰은 수사와 기소에 적극적이었을까. 라임 사건의 경우, 검찰과 언론 모두 여당 정치인과의 커넥션을 부각하면서 '정치 스캔들'로 비화될 뻔 했다.

지난해 5월, 김봉현씨의 옥중 폭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전까진 말이다. <시사직격>이 금감원에 집중했다면, 지난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은 바로 검사 술 접대를 포함한 검찰의 수상한 '로비' 의혹을 파고들고 있었다.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 편을 통해서였다.

어이 없는 검사 술 접대 사건의 결론
 

MBC < PD수첩 >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 편. ⓒ MBC


 
"검찰은 검찰 구성원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 조직에서 무관용이고 이게 대가성이 있든 또는 수사 착수 전에 그냥 우연히 얻어먹었든 간에 이런 김영란법 위반 하나도 저희 검찰이 지금 어떤 입장인데 이런 걸 봐주고 하겠습니까?"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렇게 장담했다. 도리어 억울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봉현씨의 폭로로 검사 술 접대 로비 의혹이 전 국민에게 알려진 시점이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결과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강남 '텐프로' 유흥주점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현직 검사 셋 중 한 명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던 '검찰 전관' 이주형 변호사와 김씨를 포함해 동석자 5명의 전체 술값 536만 원을 나눈 결과, 먼저 술자리를 떠난 현직 검사 두 사람의 인당 접대비용이 96만 2000원 밖에 안됐다는 이유였다.

뇌물죄가 아닌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이 일었고, 이른바 '검사 99만원 세트'란 조롱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검찰'은 불기소한 검사 둘은 향후 징계를 할 것이라 덧붙인 바 있다. 2019년 7월 이뤄진 로비 술자리를 자세히 재현하고 분석한 < PD수첩 >은 김봉현씨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검찰 로비의 정황을 총정리하는 동시에 그간 검찰 수사의 난맥상을 샅샅이 파헤쳤다.

정리해 보자. 술 접대를 받았던 나아무개 검사가 실제로 김씨 사건을 맡았다. 그 중개인은 김씨가 고가 골프장 회원권과 전용 운전기사 등으로 공을 들여온 '전관' 이주형 변호사였다. 나 검사는 사건을 맡은 이후 인사이동을 하게 되자 김씨와 검사실에서 독대 자리를 만들었고, '사제커피'를 건네며 "자기가 떠나니까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검거된 이후 5달 동안 총 66회, 일주일 평균 2.75회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조사는 여당 정치인들과의 커넥션을 쫓는데 할애됐고, 그 결과가 바로 라임 피해자들이 "김봉현이 뭘 했든 전 관심 없다"고 말하게 만드는 작금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김봉현씨의 폭로 이후 검찰에 구속된 것은 고검장 출신 야당 정치인인 윤갑근씨였다.

최근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과 이주형 변호사 모두 검찰의 압수수색 전 휴대폰을 버리거나 분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증거인멸 정황이 뚜렷했다.

덮는 데 이골이 난 검찰

"덮는 거야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 죽이는 것과 덮는 것, 양쪽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의지는 기본 장착이라고 할 수 있죠. 윤갑근에 대해서 (수사) 할 리가 있나 우리 검찰 선배인데 다 그렇게 하면서 '비즈니스'하면서 검사장들은 특히나 곧 나갈 분들인데 자기네 시장인데 그걸 수사하면 안 되지. 그걸 지켜주는 게 자신을 지키는 길이에요."

라임 사태를 둘러싼 검사 로비 정황에 대해 한 현직 검사가 전한 촌평이다. 이런 마인드를 장착한 검찰이 과연 제 식구가 연루됐던 라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었을까.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라던 윤 총장 역시 이런 '제식구 감싸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대검찰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야당 정치인 관련해선 이 계통대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검장이 바로 총장에게만 보고를 한 거예요. 그래서 사실상 이 범죄에 여당 정치인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도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검 그리고 법무부 통틀어서 윤석열 총장만 알고 있었던 거죠. 당연히 보도도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윤 총장은 '총장 직보' 논란에 첩보 운운하며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놨지만, 심재철 반부패부장은 "통상의 관례와는 다르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던 2019년 5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한 결재권자이기도 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영된 두 공영방송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은 대규모 피해자들을 양산한 희대의 사기펀드 사기사건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검찰이 자기 책임을 다했는지 묻고 있다. 안타깝게도, 실상은 참담했다. 모피아 인맥과 제 식구 감싸기, 정치와 진영 논리에 포획된 금감원과 검찰은 피해자들의 눈물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느 피해자의 한탄이 그저 한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은) 범인이 누구냐를 찾아야 하는 건데 전혀 범인이 누구냐에 관심이 없어요. 금융 당국이나 이 여의도의 수사 기관들이 금융 사고의 진실을 밝힌 적을 본 적이 없어요. 검사? 포섭의 대상이에요." (<시사직격>과 인터뷰한 한 옵티머스 사건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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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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