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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피해 갈까 노숙 생활 숨긴 할머니, 마음 아파"

[이영광의 '온에어' 75] '코로나 불평등, 벼랑 끝 사람들' 연출한 김호성 MBC PD

21.01.21 11:03최종업데이트21.01.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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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났고 언론은 이들을 조명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벼랑 끝에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홈리스와 쪽방촌 사람들.

지난 12일 MBC < PD수첩 >은 신년기획으로 '코로나 불평등, 벼랑 끝 사람들'편을 방송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끊긴 요즘,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추위와 굶주림은 홈리스(노숙인)와 쪽방촌 사람들을 더 힘겹게 만들고 있다. 과연 이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또 자신의 삶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을까?

이날 방송에서는 간병인을 하다가 코로나19로 일자리가 끊기면서 서울역에서 홈리스 생활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 할머니 사연이 소개됐다. 할머니는 자식들, 그리고 사돈댁에 피해가 갈까 노숙 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몰라야 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또 보육원에서 독학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핸드폰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용호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용호씨는 코로나19로 핸드폰 가게가 문을 닫자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고시원에서도 쫓겨난 이씨는 길거리에서 노숙인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디 이뿐일까.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취재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14일 이를 취재한 김호성 PD를 전화로 만났다.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 지난 1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코로나 불평등, 벼랑 끝 사람들'편을 취재하셨어요. 새해 첫 방송인 데다 새 MC 체제의 첫방송이라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새해 첫 방송이기도 했고 2MC 체제에서 처음 진행하는 거라 부담도 있었어요. 저희가 첫 회를 다 야외에서 진행했잖아요. 굉장히 추운 날이었거든요. MC들도 입이 얼고 스태프들도 그렇고. 다들 추워하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이번 편은 약간 다큐의 성격도 있는 것 같아요. 
"편집에도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좀 많이 가미했어요.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적인 포맷이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 이번 편에서 홈리스 등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홀리스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어요. 그리고 저와 같이하는 정재홍 작가님께서 예전에 동자동 쪽방촌 관련해서 취재를 하신 적이 있었어요. 관련 방송을 보면서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사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힘들어하는데, 그렇다면 그분들보다 어려운 취약계층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이 됐어요."

- 처음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하셨어요?
"처음에는 동자동에 계신 쪽방촌 분들께 가서 이야기를 들었고요. 그 다음에는 밖에서 노숙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찾아 나섰어요. 처음에는 소개받으려고 전화를 돌렸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돈의동 쪽방촌이나 영등포 쪽방촌 돌아다니면서 봉사하는 'pray for you'라는 단체를 알게 돼서 그분들이랑 함께 돌아다니면서 쪽방촌에 사시는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MBC 한 장면. ⓒ MBC

 
- 방송 초반, 노숙인 생활을 하다가 홈리스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용호씨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제가 'pray for you'라는 봉사단체를 따라다녔어요. 거기서 용호씨를 처음 만나게 된 거예요. 거기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다 노숙인 출신이거든요. 처음엔 젊은 친구가 봉사를 하고 있어서 목사님 아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도 노숙했던 사람인데요'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용호씨를 섭외하려고 한 건 아닌데 봉사단체를 쫓아다니면서 용호씨의 아픈 사연을 알게 되고 그렇게 취재하게 된 거예요."

- 새벽 무료 급식소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코로나19 때문에 급식소가 문을 닫아서 노숙인 분들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맞아요. 전화해서 무료급식소 운영 여부를 취재해 봤는데 굉장히 많은 급식소가 문을 닫은 상태더라고요. 그리고 문을 연 무료급식소가 서울역을 비롯해 몇 군데 있는데 그쪽에서 식사할 수 있는 분들도 한정돼 있어요. 다행히 민간 봉사자들이 식사를 대신할만한 음식들이라든지 빵 등을 나눠줘서 끼니를 해결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서울역에서 만났던 김 할머니 이야기가 특히 마음 아팠는데.
"그분 같은 경우 밖에서 생활하시죠. 방송이 나간 이후 인터넷 댓글을 좀 봤는데 어떤 분은 '왜 자식들이 도와주지 않느냐'라는 얘기도 하셨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거든요. 근데 김 할머니와 얘기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느껴져서 많이 슬펐어요. 할머님께서 사실 자식들에게 그동안 (노숙 사실을) 숨겨 오셨어요. 간병인 생활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병원에 들어가면 거기서 숙식을 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자식들과 통화로만 안부를 묻고 그런식으로 지낸다고요. 자식들도 할머니를 전혀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녀분들은 할머니가 간병인 생활을 하시면서 잘 지내고 있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 코로나19로 인해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 병원이 됐잖아요.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크시던데.
"코로나19가 이렇게 퍼지기 전에는 서울시에 공공병원이 있었어요. 취약계층들이 그곳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병원비가 거의 안 나와요. 코로나19로 공공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분들이 민간병원으로 가게 되는 거죠. 열이 나서 가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 금액이 그분들에게는 부담스럽죠. 취약계층 같은 경우는 확실히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많이 어려워졌어요. 그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안 아파야 한다고."

-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이 부분과 관련해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과 통화를 했는데 (상황을) 알고 있더라고요. 지금 그 부분들을 보안할 수 있도록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요. 그런데 방송에 안 나갔지만 제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대표님과 인터뷰 했는데 그분은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전담병원 시스템을 민간병원으로 넓혔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이 찾는 공공병원을 전담병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계셨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편견이 있잖아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인생을 방탕하게 살아서 홈리스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제가 만난 많은 분들은 그러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김밥도 사다 주고 약도 챙겨주고 그런 분들도 봤어요. 대부분 본인들이 노숙했거나 아니면 본인들도 생활하기 어려운데 계속 도움을 주시는 거예요. 그분들을 보면서 '나는 왜 그렇게 못 하고 있었지'라는 자책을 많이 했어요."

-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을 것 같은데.
"좀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홈리스나 쪽방촌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는 게 첫 번째예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자영업자들도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더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받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하는 거예요. 제가 처음 생각했던 프로그램 기 타이틀은 '잊혀진 사람들'이었어요. 코로나19로 다들 힘들어하시니까 그분들이 더 잊혀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 잊혀진 사람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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