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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다섯 남자

[리뷰] 영화 <요요현상>, 꿈과 현실 그 어딘가의 청춘

21.01.18 16:07최종업데이트21.01.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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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요요현상> 포스터 ⓒ 씨네소파

 
문득 '꿈'과 '직업'은 일치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놀이, 취미, 특기가 직업이 될 수는 없을까.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뀔 때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언제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날이 올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나지 않는다. 세상이 요구하는 어른다움에서 지난한 갈등과 고군분투를 멈추지 않는 다섯 청년(현웅, 대열, 종기, 동건, 동훈)의 고민은 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의 어려움과 다를 바 없다.
 
다이어트를 연상하게 만드는 영화 제목 '요요현상'은 눈만 뜨면 요요를 찾았던 요요 공연팀 이름이다. 취미도 특기도 요요였던 다섯 요요 덕후는 요요를 잘하고 멋진 묘기를 보여주면 신났던 유년 시절을 지나 20대 후반이 되었다.

벌써 요요 8년 차. 차츰 '뭐해 먹고 살래'라는 질문이 늘어났고, 주변의 환호는 걱정이 되어 쌓인다. 무게감을 이기지 못하고 빠져있던 요요 세상에서 나와 어쩔 수 없이 살길을 찾아야 했던 청년들은 진로를 고민하며 깨닫는다. 다시는 요요를 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할 것을 말이다.
  

영화 <요요현상> 스틸컷 ⓒ 씨네소파

 
영화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다녀왔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이후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한 팀이었을 때 그들은 가장 밝게 빛나고 행복했지만 한편으로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닫는 슬픈 모험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학교라는 안전한 사회에서 정글 같은 사회로 나오며 겪는 걱정거리와 복잡한 번뇌가 서서히 펼쳐진다. 은연중에 '이제 다 컸잖아'라는 눈칫밥을 두둑이 챙겨 먹고 흥미도 없는 일에 쳇바퀴 돌리듯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사회는 청년들에게 꿈, 열정, 노력, 도전을 당연하다는 듯 강요하지만 이 단어야말로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았을 때 생기는 게 아닐까. 취미가 일이 되어 버리면 어느새 휘발되어 버리는 꿈, 이 단어를 볼 때마다 씁쓸한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몰입의 즐거움은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요요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영화는 페스티벌 이후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커져 버린 요요를 버릴 수 없는 자와 버릴 수밖에 없는 자로 나뉘어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기자가 되었고, 취업 준비를 해 직장인이 되었다. 한때 요요로 방송 출연도 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대기업의 갑을 관계에 치여 직접 사업체를 차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요요를 생업으로 삼아 공연팀을 꾸려 함께 공연하러 다녔다.
 
처음에는 그저 좋아하는 매개가 되어준 요요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의미로 존재한다. 직장 생활과 아마추어 활동을 병행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멈추지 않는 동훈, 취재로 바빠 요요를 언제 잡아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동건, 요요 판매와 강습을 넘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한 종기, 요요 전문 공연가에서 한국요요협회장이 된 현웅, 요요로 시작한 연기의 재능을 찾아 공연 예술가로 전향한 대열까지.

이들이 꿈을 찾아 떠난 담담한 모험이 내내 가슴을 뛰게 했다. 요요를 잘 모르지만 현실 앞에 포기했던 각자의 꿈이 있기 때문일까. 요요는 '그거 해서 뭐 하게'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무아지경 그 상의 가치로 대입해 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직장에 들어가며 가장 요요와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동훈이 요요를 다시 잡던 시점이다. 감독이 촬영차 직장에 찾아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도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잘못될까 전전긍긍했던 모습, 저녁 맥주 한잔 걸치면서도 내일 출근할 걱정부터 앞서던 영락없는 직장인에서 이제는 그 시간과 타협해 해법을 찾은 듯 했다. 후반부에 가서는 아마추어 요요 대회에 참가하는 열정까지 보여주며 포기가 정답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영화 <요요현상> 스틸컷 ⓒ 씨네소파

 
<요요현상>은 요요 덕후 오인방의 시간을 따라 걸으며 꿈을 곱씹어 보게 된다. 이들을 이야기를 들으며 한때 열정이 있었다는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란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만큼 힘겨웠던 시간, 요요로 먹고살 수 있을까를 걱정하던 때를 지나,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간다.
 
요요 안에서 함께 돌아가는 사람도, 요요 밖에서 서성이던 사람도 서로를 동경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영화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던 자신의 책임임을 강조한다. 삶은 다양한 무대가 존재하고 어떤 무대에 설지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니까. 어릴 때 무작정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때를 추억하며,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심심한 고찰을 해봤다. 살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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