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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던' 두 청춘의 엔딩... 미소가 번졌다

[리뷰] 영화 <크루아상>

21.01.18 14:37최종업데이트21.01.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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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루아상' 스틸컷 ⓒ 하준사

 
'흥해도 청춘, 망해도 청춘'이란 말이 있다. '흥청망청'이란 사자성어를 새롭게 재해석(?)한 표현이다. 청춘 시절은 그 자체로 빛나고 아름다우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얼마든지 도전하란 얘기다. 유래없는 청년 취업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요즘 세태를 떠올리면 퍽 무책임한 구호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힘든 시기의 청춘들이 각자 자신의 청춘을 만끽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꽤 슬픈 일이지 않을까.   영화 <크루아상>은 빵 중에서도 '겉바속촉'의 대명사인 크루아상을 통해 청춘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흥하고 싶은' 청춘 남녀다. 빵집을 운영하는 파티셰 성은(남보라)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희준(한상혁)이 우연히 가까워지면서 각자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다.
 
극 중 성은과 희준는 각자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정작 그들의 노력이 대단한 성공을 위한 것처럼 그려지진 않는다. 그저 실패하지 않으려는, 다시 말해 '망한 청춘'이 되지 않으려는 발버둥처럼 보인다. 성은은 당장 자그마한 빵집을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고, 희준은 공무원이 되어 '회사 망할 걱정' 없이 사는 게 중요하다.
 

영화 '크루아상' 스틸컷 ⓒ 하준사

 
평범한 꿈이지만, 둘에겐 그조차 쉽지 않다. 성은은 동업자인 남자친구와 마찰을 빚으면서 가게 운영이 버거워지고, 희준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병원 임상시험 알바를 하는 등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희준이 성은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속내를 터놓고, 서로의 청춘을 응원하며 조금씩 희망을 찾아간다.

자그마한 빵집과 두 주인공, 그리고 이들 주변의 소소한 인물들이 함께하는 서사는 다분히 일상적이고 소박하다. 성은과 희준이 크루아상을 만들고 맛보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낸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돌고, 크루아상을 주욱 찢거나 한입 크게 베어무는 소리는 그야말로 힐링용 ASMR이 따로 없을 정도다. 엄청난 시련이라기보다 그저 고단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물들은, 그래서 더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주연을 맡은 남보라와 한상혁의 케미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로 그려져 현실적이다. 억지스럽게 로맨스 요소를 차용하지 않은 감독의 연출 덕분이다. 특히 한상혁은 "제 처지에 무슨"이란 말을 달고 사는 '공시생' 희준의 소극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냈다. '망해가던' 두 청춘이 끝내 시련을 딛는 엔딩 장면, 둘의 미소가 더 빛나는 이유다. 1월 21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리뷰는 문화생활 다이어리/리뷰 앱 '봐봐'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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