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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아이돌과 달라"... 지금의 god 있게 한 '결정적 사건'

[응답하라 1990년대] 특정 팬덤 아닌 전 계층 사랑 받았던 국민그룹

21.01.17 11:29최종업데이트21.01.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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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특별 공연에는 무려 8만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그 날 시청광장의 열기는 2002년 월드컵의 거리응원 이후 가장 뜨거웠다. '공연의 신', '콘서트 황제'로 불리는 이승환은 지난 2016년 <빠데이7> 공연에서 무려 8시간 27분35초 동안 77곡을 부르며 역대 최장시간, 최다곡 공연 기록을 세웠다. 이승환은 그 흔한 카피곡 하나 없이 오직 자신의 노래들로만 8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채웠다.

싸이나 이승환 같은 '공연장인'들에게 콘서트는 매우 익숙한 이벤트지만 3분 짜리 방송 공연이 익숙한 아이돌에게 콘서트는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2009년에 데뷔해 'Hot Issue', Muzik', '거울아 거울아', '이름이 뭐에요', '미쳐' 등 많은 히트곡을 남긴 걸그룹 포미닛조차 해체될 때까지 한 번도 단독 콘서트를 하지 못했다. 콘서트가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지만 기획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대중 음악의 판도가 아이돌 중심으로 변하면서 가수들의 콘서트도 조금씩 위축되기 시작했다. 가수들이 공연보다는 방송을 위주로 활동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한 번도 아니고 무려 100회에 이르는 초대형 테마 콘서트를 완주한 아이돌 그룹이 있었다. 누구 못지 않은 대형 팬덤을 거느리고 있었으면서도 전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국민그룹' 지오디가 그 주인공이다. 

<지오디의 육아일기> 통해 '국민 호감'으로 도약
 

지오디는 특정 팬덤보다는 보편적인 대중들을 겨냥한 음악으로 폭넓게 사랑을 받았다. ⓒ 아이에이치큐

 
누구나 고생했던 기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지오디는 유난히 데뷔 전 고생담이 많은 팀이다. 소속사가 IMF 외환위기로 휘청거리고 멤버들끼리 자급자족하면서 배고픈 삶을 이어갔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하다(연습생 시절에는 '갓식스'라는 6인조 혼성팀으로 연습을 했다. 2014년에 데뷔한 JYP의 보이그룹 갓세븐이 바로 지오디의 전신 갓식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갓식스는 데뷔준비 과정에서 여성보컬과 남성래퍼가 팀에서 탈퇴하고 메인보컬이자 막내 김태우가 합류하면서 5인조 남성그룹 지오디로 재정비됐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지오디는 1998년 인기가수이자 프로듀서 박진영을 만나 1999년 드디어 데뷔앨범을 발표했다. 지금이야 데뷔곡 '어머님께'가 지오디를 대표하는 명곡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어머님께'의 인기는 기대만큼 폭발적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오디가 데뷔한 1999년은 H.O.T와 젝스키스, 신화, 태사자, NRG 등 보이그룹은 물론이고 S.E.S와 핑클로 대표되는 걸그룹의 위세도 대단하던 시절이었다. 지오디는 여름 시즌을 맞아 활동곡을 '관찰'로 바꿨지만 역시 엄청난 반전을 만들진 못했다(물론 손호영의 눈웃음이 여성팬들에게 엄청 잘 통한다는 걸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박진영과 지오디는 서둘러 새 앨범을 준비했고 1999년 11월 2집 앨범을 발표했다.  

지오디는 음악의 완성도나 멤버들의 외모 등에서 1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됐지만 지오디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그룹이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육아예능의 조상이었던 <목표달성 토요일-지오디의 육아일기> 출연이었다. 지오디는 <지오디의 육아일기>를 통해 각 멤버들의 인간적이고 진솔한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했고 이는 2집 수록곡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와 '애수', 'Friday Night'의 '트리플 히트'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오디는 2000년 11월에 발매된 3집을 통해 진정한 '국민그룹'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오디는 3집 앨범에서 전지현의 샤우팅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거짓말'을 비롯해 '촛불하나', '니가 필요해', '하늘색 풍선'을 연속으로 히트시켰다. 지오디 3집은 무려 192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지오디는 2000년 KBS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당시 지오디는 부둥켜 안고 펑펑 우는 바람에 수상소감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멤버들의 끈끈함 확인했던 '박준형 퇴출사건'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하지만 당시만 해도 '박준형 퇴출사건'은 연예계를 강타한 대형 사건이었다. ⓒ MBC 화면 캡처

 
하지만 호재 뒤엔 악재가 따라온다 했던가. 지오디는 승승장구하며 '국민그룹'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기에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팀의 맏형이자 리더 '박준형 퇴출사건'이었다. 지금이야 박준형이 웃으며 스스로를 패러디할 정도로 지난 일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가요계 전체가 들끓었던 대형 사건이었다("나, 서른 두 살이에요 오케이? 나도 이제 여자 친구 만나야죠" 라고 울먹이던 박준형은 결국 마흔 일곱 살에 결혼했다).

3집 활동이 마무리되던 2001년 초, 박준형은 드라마 <해피 투게더>와 영화 <태양은 없다> 등으로 주가를 올리던 배우 한고은과 스캔들이 터졌고 두 사람은 쿨하게 열애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소속사에서는 나이도 많고(당시 박준형은 1974년생으로 활동했지만 실제로는 프로듀서 박진영보다 두 살 많은 1969년생이다) 팀 내에서 팬층도 가장 적었던 박준형을 전격 퇴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속사의 기대(?)와 달리 지오디의 팬덤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다. '5명이 함께 하지 않는 지오디는 지오디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는 나머지 멤버들이 입장을 결정하는데도 큰 영향을 줬다. 지오디 멤버들은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면서 유난히 팀워크가 끈끈했고 수 년 동안 리더를 맡으며 멤버들이 의지해 온 맏형이 연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팀에서 쫓겨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오디의 팬들은 지오디 공식 홈페이지에서 '탈퇴 릴레이'를 이어 나갔고 박준형 퇴출을 반대하는 연합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곳에는 박준형 퇴출 반대 광고를 싣기 위한 모금액이 일주일 만에 3000만원이나 모였고 지오디 팬들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일간지 세 곳에 박준형 퇴출을 반대하는 광고를 실으며 목소리를 냈다. 당시 팬들의 분노와 단결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는 단면이었다.

멤버들도 곧 입장을 발표했다. 박준형을 제외한 지오디의 나머지 멤버 4명은 소속사의 허락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박준형이 없는 지오디 활동은 없다'고 못박으며 박준형과의 의리를 지켰다. 예상치 못한 팬들과 멤버들의 단합된 행동에 소속사는 백기를 들었고 결국 박준형의 퇴출은 없던 일이 됐다. 그렇게 끈끈한 정과 팀워크로 위기를 극복한 지오디는 2001년11월 4집 앨범을 발표했다.  

지상파 3사 가요대상 싹쓸이한 지오디의 4번째 앨범
 

지오디 4집은 11월에 발매돼 두 달 남짓한 활동으로12월에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 대상을 휩쓸었다. ⓒ 아이에이치큐

 
지오디 4집의 프로듀싱은 언제나처럼 지오디의 음악적 아버지인 JYP 박진영이 맡았다. 타이틀곡은 박진영 작사,작곡의 '길'. 그 동안 타이틀곡을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 혹은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던 지오디는 4집 타이틀곡 '길'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인생에 대한 고민을 노래했다. 결과적으로 타이틀곡의 변화는 더욱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을 모으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길'은 파격적으로 '전 멤버의 보컬화'를 표방하며 전문 래퍼인 박준형과 데니 안까지 노래에 도전했다. 나름 모험에 가까운 새로운 시도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길'은 발표와 동시에 MBC <음악캠프>와 SBS <인기가요>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KBS <뮤직뱅크>는 그 시절 순위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건재를 과시한 지오디는 해가 바뀌고 후속곡으로 1집의 '관찰'을 연상케 하는 신나는 댄스곡 '니가 있어야 할 곳'으로 활동했다. 박준형과 데니 안은 보컬이라는 중책(?)을 벗어나 다시 랩을 하며 신나게 무대를 휘저었고 물이 오른 손호영의 눈웃음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지오디의 히든카드' 윤계상은 1절에선 보컬로, 2절에선 래퍼로 나서며 다양한 재능을 뽐냈다.

지오디 4집의 히트곡은 '길'과 '니가 있어여 할 곳'이었지만 남성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던 곡은 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이 만든 발라드 넘버 '모르죠'였다. 김태우를 제외한 4명의 멤버가 랩도 노래도 아닌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특히 윤계상의 쓸쓸한 목소리와 감정연기가 단연 돋보였다(이 때부터 윤계상은 이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지오디는 2집부터 손호영을 비롯한 멤버들의 보컬 참여가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지오디 노래는 '어머님께'나 '애수', '촛불하나'처럼 데니안, 손호영, 윤계상, 박준형의 랩이 쏟아지다가 김태우의 노래로 마무리되는 곡이 가장 잘 어울린다. 4집에서는 7번 트랙 '나는 알아'가 그런 곡이었다. 특히 데니 안이 가르쳐 주는 '헤어지자고 말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4가지'를 미리 들어두면 연애시 연인의 변심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난 남자가 있어'는 지오디의 프로듀서 박진영의 히트곡 '난 여자가 있는데'를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셀프 리메이크' 곡이다. 당시 라이징 스타로 절정의 인기를 끌던 배우 김정은의 슬픈 듯 코믹한 피처링이 재미있는 곡이다(김정은은 12번트랙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서도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이 밖에도 지오디 4집에는 지오디 특유의 대중 친화적인 노래들이 대거 수록돼 있다.

지오디는 4집 앨범으로 2001년 지상파 방송 3사의 연말 가요대상을 싹쓸이했다(펑펑 울다가 수상소감도 말하지 못한 2000년과는 달리 2001년에는 여유 있게 수상소감을 얘기했다). 지오디 4집은 무려 174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5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조성모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오디 역시 2000년과 2001년, 두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무려 366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9년 만의 재결합, 'MMA 올해의 앨범상'으로 건재 과시
 

지오디는 2019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을 발표했다. ⓒ iHQ

 
지오디는 4집 활동을 마치고 2002년7월부터 2003년3월까지 '지오디, 100일간의 휴먼콘서트'라는 제목으로 9개월 동안 무려 100회의 콘서트를 개최해 '전회 매진'이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다. 물론 재정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팬들에게 100회 콘서트는 엄청난 선물이었지만 금전적, 시간적, 지리적 불리함 때문에 미처 콘서트 현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지오디의 장기 콘서트 일정을 원망하기도 했다.

지오디는 2002년 5집 <편지>를 발표했지만 100일 콘서트 일정 등 외부요인이 맞물리면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03년 윤계상이 연기자 변신을 위해 팀에서 탈퇴하면서 지오디는 4인조로 재편됐다(윤계상은 배우 변신 초기엔 다소 굴곡이 있었지만 2017년 영화 <범죄도시>, 2019년 <말모이>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배우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오디는 2004년 6집 <보통 날>로 컴백해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비, 동방신기 등 후배가수들의 상승세에 밀려 2005년 7집을 끝으로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김태우와 손호영은 솔로가수로, 데니 안은 배우와 예능인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박준형은 미국에서 <드래곤볼:레볼루션>과 <스피드 레이서> 같은 영화에 차례로 출연했지만 안타깝게도 할리우드 스타가 되진 못했고 2018년 웹예능 <와썹맨>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꾸준히 재결합 소문이 돌던 지오디는 작년 7월 윤계상까지 포함된 5인조로 새 앨범을 발매하며 컴백했고 2015년에는 싱글앨범, 2019년에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을 발표했다. 지오디는 정성기때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진 못해도 꾸준한 완전체 활동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정규 8집 앨범으로  멜론 뮤직 어어드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국민그룹'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다.

지오디는 아이돌 그룹을 표방하고 데뷔했지만 지오디의 활동과 색깔은 특정 팬덤에 의존하는 기존의 아이돌과는 달랐다. 지오디는 리얼리티 예능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지지를 얻었고 좋은 음악과 무대연출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단한 팀워크를 통해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 중 하나만 부족했어도 대중들이 사랑했던 '국민그룹' 지오디의 전설은 쓰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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