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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길래... 시력 찾은 소년이 한 비극적 선택

[미리보는 영화] <블라인드>에 담긴 처절한 멜로 감성

21.01.13 14:25최종업데이트21.01.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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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 관련 이미지. ⓒ 컨텐츠썬

 
선천적 장애로 앞을 거의 못 보는 소년이 사랑에 빠졌다. 예민하고 거친 성격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 했던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엄마는 물론이고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러 온 이들에게 괴성을 지른다. 짐승처럼 포효하는 그를 잠재운 건 다름 아닌 마리(핼리너 레인)다. 마리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 루벤은 얌전해지고 도리어 그녀를 갈망하기 시작한다. 

영화 <블라인드>는 완벽하지 않은 이들의 완벽하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그린다. 세상을 두 손으로만 보던 루벤, 알비노로 부모에게마저 추하다며 버림받은 마리는 비장애인이 보기엔 낯설 수밖에 없다. 이 두 사람이 서로 강한 끌림을 느끼며 또다른 감각을 체험케 하는 게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2007년 네덜란드에서 개봉한 이후 토론토영화제 등 세계 여러 영화제의 초대를 받아 온 <블라인드>는 유독 한국과는 인연이 적었다. 네덜란드 특유의 풍광이 신비스럽게 담겨 있고, <렛미인> 등 몽환적이면서 서정적 멜로에 빠진 영화팬들의 성원에 13년이 지나서야 국내 개봉하게 됐다.
 

영화 <블라인드> 관련 이미지. ⓒ 컨텐츠썬

 
영화적 배경 자체가 19세기 네덜란드이기에 현 시점에 개봉했음에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차별과 혐오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근 흐름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시각장애인과 알비노(멜라닌 합성 결핍으로 피부가 하얗게 되는 증상)로 주변 사람의 낯선 시각, 동정 어린 시각 등을 크고 작은 차별과 혐오를 겪는 존재기 때문이다. 

영화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두 사람을 통해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안데르센의 유명 동화 중 하나인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감독 말처럼 진짜 사랑을 향해 자신을 내던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떤 숭고미를 찾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마리는 루벤에게 줄곧 <눈의 여왕>을 읽어주기도 하는데 모티브가 된 작품 자체를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타마르 반 덴 도프 감독은 <블라인드>에 대해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남기 위해 이야기와 판타지로 도망칠 수 있어야 한다"며 "<블라인드>는 이야기에 바치는 송가"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 속 두 주인공도 동화를 통해 매개가 되는데 영화 중반 수술로 시력을 찾은 루벤이 정작 자신을 떠난 마리를 그리워 하는 대목에서 그 매개가 빛을 발한다. 

두 눈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본 루벤이 자신을 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 예상한 마리, 그리고 그런 마리를 찾아나선 루벤의 엇갈리는 운명이 잔잔한 울림을 줄 법하다. 세상을 보게 됐기에 자신을 떠났다고 여긴 루벤이 영화 말미에 하는 비극적 선택 또한 생각의 여지가 많다.

유럽 영화 특유의 느린 호흡과 절제된 묘사로 일부 관객에겐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는데 두 사람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동화될 것이다.

한줄평: 13년 만에 극장으로 찾아온 묵직한 감성 멜로
평점: ★★★☆(3.5/5)

 
영화 <블라인드> 관련 정보

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
출연: 요런 셀데슬라흐츠, 핼리너 레인, 카테리네 베르베케, 얀 데클레어
수입 및 배급: 컨텐츠썬
러닝타임: 102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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