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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요대상 차지했던, 유일무이 혼성그룹

[응답하라 1990년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레전드 그룹 '룰라'

21.01.13 14:39최종업데이트21.01.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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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요계에 예상치 못한 화제를 몰고 온 그룹 중 하나는 평균연령 43.3세의 최고령 아이돌 '싹쓰리'였다. 싹쓰리는 타이틀곡 <다시 여기 바닷가>와 수록곡 <그 여름을 틀어줘>, 리메이크곡 <여름 안에서>를 통해 지난 여름 가요계를 강타하면서 무려 13억 원의 수익금을 기부했다.

싹쓰리의 출발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였다.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작년 봄부터 여름 댄스음악과 혼성그룹의 부활에 대해 고민했고 농담처럼 꺼냈던 두 이름 이효리와 비가 유재석과 뭉쳐 싹쓰리라는 팀이 탄생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오던 혼성그룹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타이푼', '남녀공학', 'KARD'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명맥이 끊어진 상태다.

사실 잼, 쿨, UP, 영턱스클럽, 샵, 스페이스A, 코요태, 거북이 등으로 대표되는 혼성그룹들은 쟁쟁한 솔로가수와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많은 인기를 끌어 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상파 방송국의 연말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짧게나마 한 시대를 지배했던 혼성그룹을 꼽으라면 이들이 가장 첫 손에 꼽힐 것이다. 전성기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만큼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파란만장한 혼성그룹 룰라가 그 주인공이다.

투투에 밀렸던 룰라, 채리나 합류 후 역전 성공
 

를라는 데뷔 초기 투투에게 밀리는 듯 했지만 새 멤버 채리나가 합류하면서 대반전을 만들었다. ⓒ 뮤직앤뉴

 
룰라는 기획사에 스카웃돼 가수데뷔를 준비하던 이상민이 같은 지역에 살면서 알고 지내던 동생 고영욱, 그리고 고영욱의 절친 신정환과 함께 댄스그룹을 준비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룰라의 소속사에서는 남자 3명으로 구성된 댄스그룹으로는 도저히 서태지와 아이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혼성그룹을 목표로 여성 멤버를 모집했다. 그렇게 타 기획사에서 솔로 데뷔를 준비하던 김지현이 합류하면서 룰라의 원년멤버 4명이 모였다.

룰라는 1994년 5월 1집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했는데 '룰라'라는 팀명은 1집 앨범명과 같은 'Roots Of Reggae'로 레게에 뿌리를 둔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의미였다(물론 음악장르를 팀 명에 넣는 많은 팀들이 그렇듯 룰라 역시 레게만 고집하진 않았다). 룰라는 데뷔 앨범을 내자마자 <가요톱텐>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낸 투투와 룰라는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데뷔 초기 룰라는 투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투투는 객원 멤버로 합류했다가 시크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황혜영을 앞세워 등장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투투의 데뷔곡 <일과 이분의 일>은 SBS <TV가요20> 3주 연속 1위와 KBS <가요톱텐> 골든컵(5주 연속 1위)을 차지하며 메가히트곡이 된 반면에 룰라의 < 100일째 만남 >은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활동곡을 <비밀은 없어>로 바꾸면서 룰라에게 반전이 찾아왔다. 특히 홍일점 김지현의 변신은 남성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룰라는 <비밀은 없어> 활동 도중 멤버 신정환이 갑작스럽게 군에 입대해 활동 중단 위기에 놓였지만 인기 댄서였던 강원래의 추천을 받은 신예 채리나가 합류하면서 자연스런 멤버교체가 이뤄졌다.

훗날 <아는 형님>에 출연해 밝힌 바에 따르면 채리나는 룰라의 새 멤버 발탁이 결정되고 단 5일 만에 안무를 익혀 바로 무대에 올라 연습생 기간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채리나는 보이시한 매력과 뛰어난 춤 실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비밀은 없어>는 <가요톱텐> 골든컵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룰라가 데뷔곡 < 100일째 만남 >에서 투투에게 밀렸던 아쉬움을 한 번에 털어버린 순간이었다.

1995년 1월 <가요톱텐>골든컵과 함께 성공적으로 1집 활동을 마친 룰라는 긴 공백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룰라는 김건모 4집과 쿨 1·2집, 이정현 1집 등을 프로듀싱한 작곡가 최준영과 함께 2집 앨범을 준비했고 1집 활동이 끝난지 두 달 만에 바로 2집 앨범을 발표했다. 지나치게 빠른 컴백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룰라 2집은 무려 16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지상파 가요대상에 빛나는 2집 <날개 잃은 천사>

 

지상파 연말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혼성그룹은 가요계 역사상 룰라가 유일하다. ⓒ 킹핀엔터테인먼트

 
룰라의 2집 앨범이 나온 1995년 3월엔 두 달 먼저 3집 앨범을 낸 김건모가 타이틀곡 <잘못된 만남>으로 가요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무리 '골든컵 가수'로 성장한 룰라라 할지라도 1994년 KBS <가요대상>과 SBS<스타상> 가수부문, <골든디스크>,<서울가요대상> 대상을 휩쓴 '대세' 김건모와 정면승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룰라는 김건모가 <가요톱텐>에 맡겨 둔(?) 골든컵을 찾아가길 기다렸다.

순위프로그램에서는 김건모의 즉위식을 기다렸지만 룰라는 2집 발매 일주일 만에 백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음반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김건모가 차트에서 빠지자마자 룰라는 2집 타이틀곡 <날개 잃은 천사>로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두 곡 연속으로 골든컵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룰라는 SBS < TV가요20 > 3주 연속 1위, MBC <인기가요 베스트50> 7주 연속 1위로 순위 프로그램 15관왕에 등극했다.

당시 룰라 모든 멤버가 인기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메인보컬 김지현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특히 룰라의 엉덩이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룰라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꼬마룰라'라는 패러디 그룹이 결성돼 룰라와 무대를 함께 하기도 했다. 꼬마룰라 출신 중 가장 성공한 인물이 바로 그 유명한 빅뱅의 지드래곤이다. 꼬마룰라에서 채리나 역할을 맡았던 메이린 역시 2003년 솜이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했고 2017년엔 <너목보4-룰라편>에 출연해 룰라 멤버들과 재회했다.

타이틀곡 <날개 잃은 천사>가 워낙 엄청난 히트를 했기 때문일까. 룰라는 비트가 강한 <안녕>과 부드러운 댄스곡 <프로와 아마츄어>로 동시에 활동했지만 <날개 잃은 천사>때 만큼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후속곡의 부진에도 룰라는 1995년의 '대세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룰라는 2집을 통해 김건모, 서태지와 아이들을 제치고 1995년 <서울가요대상>과 SBS <스타상> 가수부문 대상을 휩쓸었다.

몰락과 재기 반복한 파란만장한 혼성그룹
 

룰라는 지난 2018년 신정환을 포함해 <아는 형님>에 출연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 jtbc 화면 캡처

 
룰라는 누구보다 화려한 1995년을 보내며 가요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지만 안타깝게도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1995년 연말에 발표한 3집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일본노래 <오마츠리 닌자>를 표절한 것으로 판정 받으면서 제대로 된 활동도 하지 못하고 3집 활동을 접었다. 

표절 파문으로 활동을 중단한 룰라는 비슷한 시기에 친구를 잃는 아픔을 겪었던 듀스 이현도의 연락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이현도에게 < 3!4! >라는 곡을 받았다. 표절 파문 6개월 만에 4집을 발표하고 컴백한 룰라는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고 < 3!4! >로 SBS < TV가요20 >에서 3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댄서 및 래퍼로만 활약하던 채리나가 보컬로서 가능성을 보인 것이 4집 활동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룰라는 김지현이 솔로 활동으로 잠시 팀을 떠났던 5집 <연인> 활동에서 채리나를 메인보컬로 내세워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 4관왕을 차지했다. 룰라는 김지현이 재합류한 6집 <기도>(1999)로 음악방송 5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혼성그룹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6집은 룰라의 실질적인 마지막 전성기였다. 2000년 <풍변기곡>을 끝으로 남자 멤버들이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룰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현재 룰라 리더 이상민이 예능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남자 멤버들은 여전히 방송활동이 쉽지 않다. 하지만 가요계의 최대 중흥기였던 1990년대 중반 혼성그룹 중 유일하게 지상파 가요대상을 수상하며 혼성팀의 위상을 한껏 높였던 팀은 바로 룰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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