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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 의회폭동 예견한 작품들... 왜 몰랐을까

[하성태의 사이드뷰] <굿파이트>부터 <소셜 딜레마>, 그리고<어제가 오면>까지

21.01.12 18:13최종업데이트21.01.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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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충격과 한탄의 연속이었다. 전 세계인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몰락을 목격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 사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극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더 나아가, 수십 년 간 그 영화들에서 그토록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러시아와 제3세계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미국을 향한 테러를 재현해왔던 미국인들의 노파심이 얼마나 헛된 우려였는지에 대한 반증이었고.

폭력을 동반한 난입 사건 자체만이 충격이 아니었다.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인지하고도 적극 제지하지 않고 도리어 방관자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워싱턴 경찰들 역시 소극적으로 대응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심지어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 당일 일부 공화당 의원들에게 결과를 뒤집자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 언론은 의회 내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도들의 난입을 내부에서 도왔을 가능성을 제기 중이다. 우리가 본 것과 의심한 것들, 그러니까 '어떻게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 내부까지 점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미 하원이 오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안타깝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해 보인다. 향후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피하려는 듯, 트럼프가 탄핵만은 피하자는 듯, "질서있는 정권 이양"에 나서겠다며 일종의  '항복 선언'을 해버렸다.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식도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 의회가 트럼프를 탄핵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요, 의회 차원에서 엎질러진 물을 닦는 수준의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트럼프의 말로가 이토록 초라할 줄은 몰랐다. 바이든 취임 이후에도 법적으로 '대선 불복'을 이어가며 집요하게 차기 대선을 준비하리란 예측이 파다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한 트럼프의 '재선의 꿈'이 핵심 지지층들에 의해 이처럼 처절하게 망가질 줄을.

이처럼 현실에선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미드'가 재현됐지만, 그 콘텐츠 생산자들은 다른 한편에서 트럼프 시대 내내 폭력으로 치닫는 대립의 말로를 끊임없이 경고해왔더랬다.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비극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 이들로 인해 부와 권력을 축적해온 이들이 그러한 합리적인 비판에 귀를 닫았다는 사실이다.

큐어넌과 음모론
 

<굿파이트> 시즌3 ⓒ CBS

 
"미 에너지부 최고 기밀 등급을 특하는 큐(Q)에 익명(Anonymous)을 뜻하는 단어를 붙인 큐어넌(Qanon). 극우단체 큐어넌은 사탄을 숭배하는 '딥스테이트'(숨은 권력 집단)가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칩니다. 힐러리, 오프라 윈프리,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숨은 권력 세력이고, 그들과 맞서는 존재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이 황당한 음모론은 극우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MBC < PD수첩 >이 코로나19 특집 2부작 '가짜뉴스와 음모론'에서 소개한 '큐어넌'의 개괄이다. 이들이 미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자유주의자들(리버럴)을 상대로 벌인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다. 실제 트럼프 지지자들은 집회에 나와 큐어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고, 미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큐어넌의 폭력성은 심화됐었다.

이번 의회 난입 사건의 주범으로 미국 내 네오나치 세력이나 일반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 큐어넌이 제일 먼저 지목된 것은 물론이었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 미국 내 극우 세력을 이끌 것으로 유력시되는 단체 역시 바로 이 큐어넌이고. 이들은 결국 온라인을 근거로 한 극우세력이 극단의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을 흔들었고, 그 지지자들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왔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세력에 대한 경고를 한 '미드'가 바로 미 CBS의 <굿파이트> 시즌3(2019)였다. 미국 유명 지상파 드라마였던 <굿와이프> 제작진이 만든 이 OTT용 드라마의 주인공은 시카고의 유력 여성 변호사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로서, 진보주의자로서 트럼프 시대를 견딜 수 없어 하던 인물이다. 오죽했으면, 뉴스 화면에서 트럼프가 자신을 비웃는 고통스런(?) 환각과 환청까지 경험을 했을까.

'트럼프 섹스 비디오'의 피해자를 변호하는 등 본업을 통해 미국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던 주인공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결국 은밀한 모임의 제안을 수락한다. 온라인을 통해 트럼프 정권과 그 지지자들을 공격하고, 그 공격이 실제 유권자들의 여론을 움직이고 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게 하는 여성 비밀 조직에 가담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절대 불변의 진리가, 절대선이 존재하는가. 이들 모임은 점점 선을 넘게 되고, 온라인의 선동이 뜻하지 않게 오프라인의 폭력으로 번지게 된다. 고민 끝에, 이 변호사는 모임에서 탈퇴한다.

주인공이 대사로 내뱉진 않지만, '우리 편'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음모론을 선동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결국 미국 전체를 병들게 할 것이란 자성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다분히 큐어넌(Qanon)식 음모론과 선동, 폭력 시위를 의식한 에피소드이자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트럼프의 반대 세력이 겪는 아이러니와 선택을 통해 <굿파이트> 제작진은 당당하게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 그리고 현실 세계의 극우 세력을 역설적으로 비판했던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소셜 미디어
 

<소셜 딜레마> 스틸 컷 ⓒ 넷플릭스

 
무려 9천만여 명이 팔로잉하던 '트위터 스타'가 사라졌다. 미 트럼프 대통령 말이다. 미 국회의사당 난동 사건 직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트럼프 계정의 차단(영구 정지)에 나섰다.

정권이양에 동의하겠다고 나선 트럼프가 발끈한 대목이었다. 트럼프는 정치적 스피커인 소셜 미디어 계정 정지 소식에, '바이든 취임식' 불참을 선언해 버렸다. 바이든 당선자는 "차라리 잘됐다"고 맞불을 놨지만, 미 현직 대통령의 후임 대통령 취임식 불참은 152년 만이라고 한다. 

어찌됐든, 거대 미국 IT 기업들의 이 같은 조치 역시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잇따른다. 떠올려 보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페이스북과 비교해 한참 열세였던 트위터를 되살린 것이 바로 '트위터 정치'에 몰두했던, 자는 시간 빼고 트위터만 끼고 산다는 루머가 나돌았던 트럼프 아니었나. 트위터는 가히 '트럼프 특수'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 <소셜 딜레마>(2020)는 이러한 소셜 미디어 시대의 폐해를 통렬하게 지적한 작품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굴지의 미국 IT 기업의 전직 고위 직원들이나 개발자들, 교수 등 업계 관계자들의 비극적 전망을 담은 이 작품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양극화를 경험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언록이기도 했다.

다큐 속 업계 관계자 수십 명의 증언과 전망을 종합하면 이러하다. 소셜 미디어, IT 회사들은 최대한 관심을 끌면서 사용자들이 이용시간을 할애하게 만든다. 그게 공짜가 아니다. 광고주가 돈을 낸다. 그걸 편집하는 AI의 알고리즘은 절대 객관적이지 않다. 이 알고리즘을 움직이는 일부 개발자들은 성공이란 정의에 포획돼 있고, 그 성공이란 기업이 될 수도, 정치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은 그 알고리즘을 사용자가 원하는 관심사에 몰아준다. 정치가 상업화됐다면, 그 IT 기업들이 조종하는 알고리즘은 상업화된 정치의 영역으로 사용자들을 이끈다. 세상에서 고객을 사용자라고 부르는 산업은 딱 두 가지, 불법 마약과 이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미 유명 대학에서 1만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최근 20년 간 가장 개인적, 정치적으로 분극화, 진보보수 양쪽 이데올로기에서 가장 극단화된 것이 '트럼프 시대'였다고 한다. <소셜 딜레마>에 출연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극단화의 주범이 바로 미국 여성 10대들의 자살률을 높인 소셜 미디어라고 지목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자신과 동의한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뉴스 피드에서 자꾸 비슷한 말만 들리니까요. 그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정말 쉽게 조종당하게 됩니다. 마술사에게 현혹되는 것과 똑같이. 당신은 이미 다 조작된다는 걸 모르고 카드를 고르는 거죠."

페이스북 초기 개발자인 로저 맥너미의 경고다. 사용자들은 각자 다른 현실을 보고 다른 팩트를 본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게 다 IT 기업의 개발자들과 슈퍼컴퓨터의 자가 발전하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자본주의 상품 구조일 뿐이다. 일종의 27억 개의 '트루먼쇼'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는 비유적 경고, 무척이나 섬뜩하다.

트럼프 시대에 각종 음모론자들이 횡행했다. 코로나19 백신 반대론자들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최적화된 도구라고 한다. 물론 예전에도 선동가들은 많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 미디어들은 조작성 내러티브를 너무도 쉽게 퍼트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큐어넌이 살아 숨 쉴 수 있고, 그들의 음모론이 단시간에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던 것이다. 게다가 이들 플랫폼은, 일단 공짜다. 코로나19 시대의 미국이 입증하듯, 사람들은 이제 진실을 분간할 수 없게 됐고, 목숨마저 위협받게 됐다.

아울러 <소셜 딜레마>가 제시한 MIT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 상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확산된다고 한다. 다큐 속 어느 개발자는 "한쪽이 다른 쪽보다 6배나 유리한데 어떻게 이길 수 있느냐"고 강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 트위터를 기반으로 가짜뉴스를 무려 9천 만 팔로어에게 확산시켜왔고, 그로 인한 비극적인 귀결 중 하나가 바로 이번 미 국회의사당 폭력 사건이라 할 것이다. 역시나 작금의 트럼프 계정 폐쇄가 사후약방문인 이유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도 다큐 속 일종의 재현 드라마 속 백인 10대 소년은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끝에, 폭력 시위에 휩쓸려 경찰에 체포된다.   

인종차별과 우경화된 사법시스템, 그리고 대한민국

이밖에도 이번 미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의 전후를 예고한 작품들은 여럿이다. 애초 워싱턴 경찰이 적극적으로 의사당 앞 시위자들을 제지하지 않았고, 도리어 의사당 진입을 방관하거나 도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 당시 폭력 진압으로 일관했던 미 경찰의 일상적 태도와는 상반되는 풍경이었다. 이에 대해선, 스파이크 리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영화 <어제가 오면>(2019)을 '강추'한다.

'트럼프 시대'에 잇따른 미 백인 경찰들의 폭력 사태에 대항해 "형제자매가 매일같이 죽어나가는 미국 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한 작품으로, 미국 내 흑인들의 슬픔을 '타임슬립'을 해서라도 형제자매를 살리고픈 흑인 10대들의 절절함에 빗댄 SF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 컷 ⓒ 넷플릭스

 
또 하나, 이번 폭동 사건의 주범들을 미국 사법체계가 제대로 단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에 대해선, 역시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2020)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68년 시카고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진보' 시위대 중 주동자 7명을 법정에 세운 미 사법부가 진행하는 편파적이고 부당한 재판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보수주의자가 우위인 '트럼프 시대'의 미 대법원의 풍경을 은유한다. <웨스트 윙>, <뉴스룸>, <머니볼> 등을 만든 미국 내 대표적인 '리버럴'이자 국내에서도 '믿고 보는' 각본가이자 감독으로 유명한 아론 소킨이 연출을 맡았다.

물론, 이 작품들 모두 지구 반대편에 사는 우리에게도 경고하는 바가 크다. 극우 음모론자들의 횡행과 소셜 미디어의 편파적 획일성 역시 전 지구적 문제요, 사법 시스템의 보수화나 타문화에 대한 차별 또한 우리에게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트럼프의 시대'는 종언을 예고 중이지만, 그 후폭풍이 결코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미 민주당의 '바이든 시대'가 그 후폭풍을 신속히 타개해 나갈지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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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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