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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출산을 했을 뿐인데 일어난 참극

[리뷰] 넷플릭스 <그녀의 조각들>

21.01.11 11:29최종업데이트21.01.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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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은 <화이트 갓>, <주피터스 문>을 만든 헝가리 출신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영화다. 아이를 잃은 여성이 몸과 마음을 제대로 치료하지도 못한 채 겪게 되는 사회, 가정의 관심은 도를 넘어 서로를 할퀸다.

출산 시점부터 7개월간 순차적으로 흐르는 내러티브는 단 몇 분 동안 부모의 품에서 세상을 보았던 아이와 찢어져 버린 부모의 마음, 주변의 시선으로 뒤엉킨다. 이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주인공 마사에게 전적으로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감독의 아내인 카타 웨버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녀는 직접 각본을 쓰며 삶을 치유 받았다고 했는데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본 느낌이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버려진 개들의 반란을 다룬 <화이트 갓>, 유럽 난민 문제의 SF적 접근이었던 <주피터스 문>을 통해 사회 문제에 주목한 바 있다. 본격적인 영어 연출작 <그녀의 조각들>에서는 여전히 그 시선을 희미하게 유지하면서도 아이를 잃고 방황하는 여성과 가족을 다룬다. 사회 문제가 지극히 가정,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명제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연을 맡은 바네사 커비가 제77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마틴 스코세이지가 총괄 제작해 1월 7일 넷플릭스로 독점 공개되었다. 그동안 자국 배우들과 협업했던 코르넬 문드럭초가 할리우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영화다.

전 여자친구 폭행 및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악동 샤이어 라보프가 남편 숀을 맡았다. 둘 사이는 처음부터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계급 차이를 상징한다. 아이라는 연결점으로 버티고 있는 듯 위태롭다. 덥수룩한 수염과 체중을 늘린 듯한 외형에서 다리 건설노동자의 강인하고 거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바네사 커비의 엄마 역은 <엑소시스트>의 엘렌 버스틴이 맡았다. 관록의 우아함이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해 후반부 딸을 향한 강한 의지를 독려하는 캐릭터다. 그밖에 <언컷젬스>, <굿타임>의 베니 샤프니가 소심한 형부로 등장해 활약했다.

평온했던 날 시작된 진통
 

영화 <그녀의 조각들> 스틸컷 ⓒ 넷플릭스

 
출산을 앞둔 마사(바네사 커비)는 엄마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가정 분만을 택했다. 예정일을 앞두고 있던 평온한 어느 날 진통이 시작되고, 조산사 바바라에게 곧바로 연락했지만 이미 다른 분만으로 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진통은 짧아지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진다. 곧 바바라가 추천한 조산사 에바(몰리 파커)가 집에 도착했고, 이제 조산사도 있으니 아이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의 심장 소리를 체크하던 에바는 규칙적이지 않은 심장박동을 듣지만 애써 태연한 척 두 사람을 안심시킨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위해 숀에게 구급차를 불러줄 것을 부탁하고, 침착하게 산모의 고통을 줄이면서 분만을 유도한다. 그렇게 십여 분, 계속된 난항 속에 드디어 예쁜 딸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위험천만했던 상황이 지나가고 한숨 돌리던 때. 울음소리가 잦아드는 상황에 무언가 잘못되었을 깨닫게 된다. 에바는 꺼져가는 아이의 숨을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바로 구급차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사망한다.

그 후 마사는 복직했지만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감수해야만 했다. 검시관의 원인불명 소견에 나사 빠진 사람처럼 공허할 뿐이다. 부부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한다. 잦은 갈등으로 멀어져만 가고 결국 숀은 마사를 떠난다.
 
부서진 삶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일 뿐
 

영화 <당신의 조각들>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는 초반 30여 분의 출산 과정을 롱테이크로 담으며 현장감을 높였다. 마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마사의 고통을 줄이고 아이의 출산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편견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 가족들은 마사의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기보다 조산사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는 태도를 취한다. 마사는 소송을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이 기분, 감정을 온전히 덜어줄 치료가 시급했다. 그녀의 조각난 심정은 엉클어진 머릿결, 칠이 벗겨진 매니큐어, 말라비틀어진 집안 식물들이 대신한다.

남편은 보듬어 주기보다 분노하고, 엄마는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다그친다. 엄마는 이 상황을 직면하지 않는 마사가 답답하기만 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는 잊고 고개를 꼿꼿이 세워 맞서 싸우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소송을 한다고 해서 죽은 아기가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소송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사를 진심으로 위로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철저히 혼자라는 외로움을 고립으로 이어져 결국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녀의 조각들>은 영화는 초반과 후반 30여 분이 백미다. 소송이 진행되고 잠시 다녀온 사진관에서 시발된다. 아이와의 역사적 첫 만남을 담은 사진 속에 꼭 잡은 손가락은 그 자체로 숭고했다. 이 사진을 보고 마사는 애써 상황을 피하려고 했던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나 보려 한다. 상실의 슬픔을 이겨내야 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마사는 모두 부질없는 것임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힘겨운 날들을 구원해 준 것은 우연히 먹었던 사과 덕분이었다. 사과를 먹다 이물감에 뱉은 씨앗. 이를 계기로 종자 공부를 시작했고, 씨앗을 직접 배양하기에 이른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발아된 씨앗은 아이가 세상에 뿌리고 간 작은 흔적일 것이다. 또한 영화는 전쟁 속에서도 어렵게 살아남았던 엄마가 서서히 치매로 꺼져가는 상황과 숀이 딸과 걷고 싶어 했던 다리가 완공된 모습이 교차되며, 세대교체의 희망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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