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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만난 박진영-비, 이들의 파격 행보가 반갑다

[케이팝 쪼개듣기] 박진영-비, 장소 불문 즐기면서 임하는 신곡 활동

21.01.03 12:29최종업데이트21.01.0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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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비 '나로 바꾸자 (Duet with JYP'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레인컴퍼니

 
이번엔 스승과 제자, 선후배가 만났다. 그 주인공은 박진영 그리고 비.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된 비의 디지털 싱글 '나로 바꾸자(Duet with JYP)'는 프로듀서 박진영이 작정하고 만든 복고 노선의 곡이다. 오랜 기간 스승과 제자, 선후배 사이로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그들이지만 음악 작업은 2006년 정규 4집 < Rain's World > 'I'm Coming' 이후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2020년 두 사람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1980년대 디스코풍 가요를 재소환한 'When We Disco'를 앞세웠던 박진영은 젊은 후배 가수들 못잖게 돌풍을 일으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동안 연기 활동에 주력했던 비는 '깡'의 역주행,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싹쓰리 활동, 단독 웹 예능 <시즌B시즌>을 거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당연히 두 사람의 음악적 재회는 충분히 화제거리가 될 만했다.

'아침마당'부터 '가요무대'까지... 장소 불문 홍보 여념​
 

지난 1월 1일 박진영과 비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 KBS

 
비X박진영 컬래버 싱글 '나로 바꾸자'가 울려 퍼지는 공간은 파격 그 자체다. < 2020 MBC 가요대제전 >을 통해 화려하게 출발한 두 사람은 다음날 새해 1월 1일엔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주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오전 프로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매번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비X박진영의 등장은 말 그대로 파격 행보였다.  

​"둘 합쳐 50년 가까운 경력인데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침마당>은 유일하게 어렸을 때부터 챙겨본 프로그램이고 형에게 나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MC들도 의아해할 만큼 의외의 출연에 대해 비는 이렇게 설명한다. 두 사람의 파격 출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역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악 프로그램 <가요무대> 녹화도 이미 끝 마친 상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K팝 대표 주자들은 본인들의 노래와 춤을 선보일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등장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 2일 방영된 JTBC <아는 형님> 출연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인 방송 중 하나였다. 

미국 진출 실패, 영화 흥행 부진... 흑역사도 웃음으로 승화​
 

지난 2일 방영된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이제는 단골 초대손님 명단에 올릴 만큼 <아는 형님>에 수시로 등장해온 박진영과 비는 빈번한 출연에 따른 이야깃거리 고갈이 우려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음악 못잖게 화려한 입담을 자랑해 온 두 사람은 이번에도 풍성한 내용을 들고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2시간 가까운 방송 내내 티격태격 케미를 뽐내면서 웃음을 선사한 중심에는 그들의 흑역사도 큰 몫을 차지했다.

​지금의 JYP는 비가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박진영은 "사람들은 '그렇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엔 비밀이 하나 있다. 미국 진출한다고 다 날렸다"라는 고백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비의 '깡'이 부진한 성과를 거뒀을 때 아쉬웠던 점을 2시간 가량 잔소리로 지적했지만 후일 역주행을 하자 "체면이 있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언급했다. 비 역시 "나 요즘 자전거 안 타"라는 말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실패를 에둘러 표현하는가 하면 JYP에 오기전 SM 오디션에 떨어졌다는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숨은 사연들을 하나둘 꺼내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8090식 토끼춤부터 백마탄 왕자님까지... 복고 대향연
 

비의 웹예능 '시즌B시즌'의 한 장면. 신곡 '나로 바꾸자'의 작업 내용이 상세히 소개되어 웃음을 자아냈다. ⓒ 룰루랄라스튜디오

 
음악적인 면만 놓고 보면 '나로 바꾸자'는 사실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1980년대말~1990년대 초반 청춘을 보낸 기성 세대에게 익숙한 '뉴잭스윙'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며 최근 가요계의 대세 '레트로' 물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요즘 음악에선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살짝 과장된 소리를 들려주는 전자 드럼 사운드뿐만 아니라 바비 브라운, 나미와 붐붐, 현진영과 와와 등 30년 전 유행했던 '토끼춤'까지 등장할 만큼 '나로 바꾸자'는 철저히 그 시절 그 느낌대로 완성된 노래였다.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여성을 놓고 두 사람이 옥신각신 사랑 싸움을 벌이지면 정작 승자는 다른 사람(싸이)였다는 내용은 스토리텔링 제작이 주류를 이뤘던 십수년 전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인기 스타라는 간판을 잠시 내려놓고 제작에 임해 탄생한 곡처럼 비춰진다.

특히 박진영은 살짝 민망할 수도 있는 '백마 탄 왕자님' 역할부터 헬리콥터 몰고 등장하는 장면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등 기분 좋게 일련의 상황을 소화해낸다. 26년전 2집 음반 제목을 <딴따라>(1995년)라고 붙이면서 일찌감치 형식과 틀을 파괴했던 인물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예전 유행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나로 바꾸자'가 되려 2020년대에 걸맞는 형식으로 승화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가요계 대표 춤꾼이기도 한 두 사람은 현대적인 느낌을 갖춘 댄스곡로 탈바꿈시킨다. 제대로 놀 줄 아는 박진영과 후배 비는 그렇게 2021년 새해부터 음악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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