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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선전·김응수 재발견이 MBC에 남긴 숙제

박해진, 지상파 시상식 첫 대상 수상... 여전히 저조했던 MBC 드라마

20.12.31 10:37최종업데이트20.12.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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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연기대상' 박해진, 넉넉한 멋짐 박해진 배우가 30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2020 MBC 연기대상>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

 
2020 MBC 연기대상의 주인공은 <꼰대인턴>이었다.

30일 밤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진행된 연기대상에서 <꼰대인턴>은 대상(박해진)과 수목미니시리즈 최우수연기상(김응수), 조연상(김선영), 올해의 드라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 최우수작을 바탕으로 한 <꼰대인턴>은 과거 악연으로 엮여있던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세월이 흘러 서로의 위치가 180도 역전된 상황에서 재회하게 된다는 기발한 설정을 내세운 오피스 코미디물이다. 힘든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 '얄미운 직장 선배나 군대 고참이 만일 내 밑으로 들어왔다면 어땠을까?'이라는 상상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며 방영 당시 호평을 받았다.

<꼰대인턴>은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미생>의 코믹 판타지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악의 꼰대 상사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새출발하게된 이만식(김응수), 어리버리한 신입사원에서 또다른 기성세대가 된 가열찬(박해진) 부장의 '역할 체인지' 해프닝을 통하여 다른 세대가 서로의 입장을 돌아보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직장생활의 고단함과 꼰대-갑을관계를 체험해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주연을 맡은 박해진은 지상파 드라마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한류스타로 이름을 날린 박해진은 그동안 인기에 비해 연기상과는 큰 인연이 없는 편이었다. 2006년 <소문난 칠공주>로 KBS에서 신인상, 2008년 <에덴의 동쪽>으로 MBC에서 신인상을 각각 수상했던 박해진은 무려 12년 만의 MBC 복귀작이었던 <꼰대인턴>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연기 경력에 큰 이정표를 마련했다. 그동안 주로 로맨스나 장르물에서 진지하면서도 신비한 매력을 지닌 '미스터리남' 역할을 주로 맡았던 박해진은 <꼰대인턴>에서는 오랜만에 생활밀착형 캐릭터와 코믹연기에 도전하여 우아해보이지만 허당스러운 가열찬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꼰대인턴>에서 박해진만큼 빛난 인물은 김응수였다. 그의 열연은 올해 '5060세대' 배우들의 저력을 대변했다고 할 만하다. 성격파 배우로 명성을 쌓은 김응수는 올해 상반기 인터넷 '밈 현상'으로 이어진 영화 <타짜>의 '곽철용 신드롬'을 통하여 재조명받았다. 극 초반부의 진성 악질 꼰대에서부터 코믹하고 귀여운 어른 캐릭터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기력은, 김응수라는 배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 'MBC 연기대상' 김응수, 현란한 명배우 김응수 배우가 30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2020 MBC 연기대상>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

 
이는 바꿔말하면 이만식이라는 캐릭터를 만났기에 김응수의 연기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 이만식은 역할 특성상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이고 연기력이 되는 중장년급 배우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미니시리즈 장르에서 이런 캐릭터를 조연이 아닌 주연급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현재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작품같으면 서브스토리 정도로 묻혀지기 쉬운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꼰대인턴>의 참신한 역발상과 시나리오가 진정으로 빛을 발한 대목이라고 할수 있다.

한편으로 <꼰대인턴>이 올해 MBC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이 그만큼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BC는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최근 몇 년간은 이렇다할 대형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MBC는 올해 40년 만에 폐지됐던 월화드라마를 6개월 만에 다시 부활시켰고, 4부작-8부작의 초미니시리즈에서부터 TV영화를 표방한 '시네마틱 드라마'까지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며 변화를 꾀했다. <꼰대인턴> 역시 회차당 70분 방영기준으로 종래 미니시리즈의 기준인 16부-20부작보다 짧은 12부작으로 편성되며, 애초에 기대작으로 꼽히기보다는 실험성이 더 짙은 작품에 가까웠다.

MBC 드라마의 2020년은 현대적인 장르극에 올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남자의 기억법>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카이로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내가 가장 예뻤을때> 등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젊은 세대 마니아 팬들의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종종 나왔지만, 아쉽게도 낮은 시청률과 완성도의 한계로 기대만큼은 큰 화제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나마 올해 MBC 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는 <꼰대인턴>(2020.5.20.~7.1)도 평균 시청률은 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불과했다. 2020년에 론칭된 MBC 신작 중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긴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지난해 방영을 시작해 올해 종영한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주말드라마 <두 번은 없다>(2019년 11월~2020년 3월)가 겨우 10%대 시청률을 기록한 유일한 작품이지만, 동시간대 방영된 KBS 주말극이나 기타 예능물과의 시청률과 비교하면 오히려 열세였다.

한 해의 성과를 결산하는 축제인 연기대상 시상식의 분위기가 올해는 차분하다 못해 다소 쓸쓸하게까지 느껴졌던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시상식 축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장금> <허준> <보고또보고> <해를 품은달>같은 국민드라마들을 잇달아 배출했던 MBC 드라마의 영광 재현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였다.
김응수 박해진 꼰대인턴 MBC연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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