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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치솟는 엘튼 존... 전기영화 진수 보여준 작품

[리뷰] 엘튼 존의 빛과 그림자 그린 영화 <로켓맨>

20.12.30 09:31최종업데이트20.12.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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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로켓맨 > 중 ⓒ 롯데 엔터테인먼트

 
올해 초,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직후, 뒤에 있던 장막이 걷히더니 엘튼 존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전기 영화인 <로켓맨>(덱스터 플레쳐 연출)의 주제가 'I'm Gonna Love Me Again'을 직접 불렀고, 최우수 주제가상의 영예 역시 챙겼다. 나는 시상식을 보다가 지인들에게 '봉준호를 축하하기 위해 엘튼 존이 축하 가수로 나왔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엘튼 존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 중 한 사람이다. 엘튼 존은 2억 장에 가까운 음반을 팔았고, 수십 년 동안 현역으로 활약했다. 'Rocket Man', 'Crocodile Rock', 'Daniel',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 'The Bitch Is Back' 등, 그가 평생의 동반자인 작사가 버니 토핀(Bernie Taupin)과 함께 만들어 온 명곡은 셀 수 없이 많다.

화려한 복장과 쇼맨십, 피아노를 내려치는 록스타, LGBT 아이콘. 그것이 엘튼 존이다. 칠순을 넘긴 그는 가족에게 집중하기 위해 최근 투어 은퇴를 선언했지만, 뮤지션으로서는 현재진행형이다. 빌리 아일리시, 한국의 인디 밴드 세이수미 등 젊은이들의 음악에도 끊임없이 귀를 기울인다.
 
뮤지션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를 보면, 화려한 순간이 주는 감동에 모든 기력을 쏟는 경우가 많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한계도 거기에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의 연기는 괄목할만한 것이었고, 다른 퀸 멤버를 연기한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높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위대한 순간이 주는 장면을 재현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훑고, 내면을 그리는 '전기 영화'의 기능에는 실패했다. <로캣맨>의 후반 작업을 맡았던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그런 점에서 다른 전기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내 이름은 엘튼 허큘리스 존. 알코올 중독입니다. 코카인 중독에 섹스 중독, 폭식증에 대마초도 하고 쇼핑 중독도 있지요. 약물 과다 복용에 분노 조절 장애도 있습니다."

집단 상담 심리 치료회에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엘튼 존이 등장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입을 연다. 부모가 어린 시절의 그를 충분히 안아주지 않았기에, 그는 사랑을 더욱 갈구한다. '게이'라는 성적 정체성을 커밍아웃했을 때도, 어머니는 그를 안아주지 않는다.

당신이 보지 못한 전기 영화
 

영화 < 로켓맨 > 중 ⓒ 롯데 엔터테인먼트

 
엘튼 존은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적나라한 묘사'를 주문했고, 영화는 북미에서 청소년 관람불가(R) 등급을 받았다. 그는 사람과 술, 마약을 통해 자신의 공허감을 채우고자 하며, 의미없는 밤이 이어진다. 공허감을 채우고자 하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사랑이라 믿었던 매니저 존 리드는 엘튼 존을 도구로 여길 뿐이다. 그럴수록 그는 레지널드 드와이트(본명)이기를 거부하고, '엘튼 존'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싶어한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울고 있다가도, 과장스러운 동작과 표정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로켓맨>은 엘튼 존의 내밀한 영역을 그리는 데에 몰두한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존 리드(리차드 매든)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으로 그려지며, 부모님은 애증의 존재로, 할머니는 따뜻함과 그리움을 소환하는 존재로 그려진다(실제로 엘튼 존은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을 당시, 수상의 영광을 부모님이 아니라 타계한 할머니에게 바쳤다).

직접 엘튼 존의 노래를 부른 주연 배우 태런 에저튼의 솜씨가 훌륭하지만, 이 영화에서 음악은 주인공이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록 콘서트가 주는 쾌감을 경험해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실망을 줄 것이다. 영화 초반 엘튼 존이 버니 토핀과 함께 명곡 'Your Song'을 완성하는 장면이 음악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엘튼 존의 명곡들은 대부분 그의 위태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는 환각과 불안정으로 가득했을 그의 내면을 시각화한다. 거리에서 'The Bitch Is Back'을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처럼 서 있는 엘튼 존의 모습, 'Rocket Man'을 부르다가 하늘로 치솟는 엘튼 존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상상 속의 어머니는 그를 두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엘튼 존은 '이상한 모습 역시 나의 모습'이라며 자신을 포용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엘튼 존이 '현재'의 엘튼 존을 위로한다. 재활 치료를 끝낸 이후인 28년 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중독에서 벗어 났다. '나는 항상 자신을 미워했다'고 말하던 그는 자신을 재건하는 데에 성공했다. 엔딩 주제가에서도 'I'm gonna love me again'이라고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로켓맨>은 음악 영화이기에 앞서, 가정사와 쇼 비즈니스의 그림자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지난해 6월 5일에 개봉한 <로켓맨>은 우리나라에서 1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몹시 당연하게도, 관객수가 좋은 영화를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지 않는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에 있어, 권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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