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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래든 '가족 모두'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힐빌리의 노래>

20.12.04 13:59최종업데이트20.12.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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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 포스터. ⓒ 넷플릭스

 
2016년 6월, 미국에서 <힐빌리의 노래>라는 제목의 회고 에세이가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다.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성공한 사업가 J.D. 밴스가 처절하기 짝이 없던 시절을 뒤로하고 크게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책은 반 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다. 

이 책이 '트럼프 현상'의 현실적이고도 진솔한 분석과 연구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으로 호황을 구가하다가 불황을 직격으로 맞아 몰락해 버린 공업 지구인 '러스트벨트'의 한가운데인 애팔래치아 산맥의 힐빌리(산골마을 백인)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와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의 영화화는 빠르게 결정됐는데 19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은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전설 글렌 글로즈, 대배우 에이미 아담스, 베테랑 헤일리 베넷, 신인 가브리엘 바소가 참여해 기대를 한껏 높였다. 정치사회적인 면모도 상당히 강한 원작에서, 영화는 '가족'에 천착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뽑아냈다고 한다. 기대 반, 불안 반.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고향으로 향하는 J.D.

2011년, J.D. 밴스는 예일대 법대생으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대형 로펌 인턴십 면접 주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누나 린지의 절박한 전화, 엄마가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J.D.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10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 오하이오 미들타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처절했던 어린 시절과 조우한다. 

1997년, J.D.의 3대 가족은 켄터키 잭슨을 떠나 오하이오 미들타운으로 돌아와 흩어진다. 엄마 베넷, 누나 린지 그리고 근처에 할머니(주로 할모라고 부른다)도 살았는데 베넷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신이 조금 아팠다고 해야 할까.

베넷은 아빠, 그러니까 J.D.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걷잡을 수 없는 정신 상태로 추락했다.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그녀는, 약에 손을 대고 만다. 이후 그녀의 삶은 약 없이 지속할 수 없게 된다. 그 탓일까. J.D.는 똑똑한 머리를 갖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않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불량한 짓을 일삼는다. 결국, 보다 못한 할모는 큰 결심을 하고 J.D.를 데려오려고 하는데... J.D.와 베넷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가족에 대한 깊은 천착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가족에 대한 깊은 천착이 엿보인다. 원작을 읽고 사회·문화·정치의 현실적 인사이트가 인상 깊었다면, 그래서 영화를 통해 영상으로 표현된 바를 느끼고 싶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테다. 반면, 작금 흔들리면서 다양하게 재정립되는 가족의 정의와 형태에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겠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 과감한 감독의 선택이 엿보인다. 

감독의 선택도 선택이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만큼 각색이 중요할텐데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호프 스프링스> 등과 드라마 <왕좌의 게임> <엘리어스> 등에서 각본가로 활약한 '바네사 테일러'가 각색을 맡았다. 그녀가 '가족'을 말하고자 택한 방법은 주요 인물들의 대사이다. 주인공이라 할 만한 J.D. 밴스를 두고 가족들이 한마디씩 하는 데에 통찰과 의미가 엿보인다. 

누나 린지는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야"라면서 엄마 베넷의 말 못할 행태를 이해할 순 없지만 용서하려 한다. 할머니는 "이 세상에 가족 말고 더 중요한 게 뭐 있니"라며 엄마 베넷을 도와주라고 부탁한다. 엄마 베넷은 "내 평생 잘한 일이라곤 너랑 네 누나 낳은 것뿐이야"라면서 처량한 본인의 신세에서도 한 줄기 빛처럼 쏟은 자식들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탄탄하진 않지만 울림을 준다

영화가 꽉 찬 느낌이 들거나 탄탄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상당히 방대하지만 단단한 서사로 중무장한 원작에서, 어느 한 면을 중점적으로 보여 주며 다른 면들은 간략하게 처리했기에 어딘가 헐거운 느낌이 들 수 있을 테다. 거기에, '가족'의 메시지를 던지는 주요 인물에 방점을 찍고 '사회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는 지역 배경은 최소화하면서,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체적인 기조가 너무 가벼워 보여서 꽤나 무거울 주제와 소재를 온전히 품지 못한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울림'을 준다. 특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가 대상으로 한 실제 인물의 사진들과 함께 현재 상황이 소개될 때 '울컥' 했다. '이렇게 살아온 가족들도 있구나' 하면서 나의 삶을 반추해 본다기 보다, '가족' 자체의 의미를 한층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고 할까.

더불어, 영화에서 J.D.가 3대를 잇는 '여성'들에게 큰 힘을 받는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남자 아이 J.D.가 올바르고 올곧게 자람에 있어, 남성이 준 영향보다 여성이 준 영향이 크다는 점이 말이다. 물론 거기에는 긍정적 영향도 있을 테고 부정적 영향도 있을 테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가족의 다양성과 더불어 여성의 다양성도 살펴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의 뿌리, 나의 가족을 신성시하며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을 테다. 그러나, 그 유산은 다른 어디로 향하지 않고 나에게로 이어질 것이다. 그 유산을 받아들이는 건 기회이자 운명이 아닐까. 더 나은 삶 혹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기회이자, 그 기회를 잡을 운명 말이다. 성공에의 길은 홀로 짊어졌지만, 성공의 후과는 가족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는 J.D. 밴스를 그리고 이 영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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