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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비추천' 사이, 제2차 세계대전 다룬 이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

20.11.27 15:49최종업데이트20.11.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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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 포스터. ⓒ 넷플릭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미국 오클라호마 소재의 한 부대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상륙해 나치가 점령한 유럽을 관통하는 혹독한 여정을 시작한다. '선더버즈'로 불린 이 부대는 멕시코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 카우보이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은 정작 미국 본토에선 같은 바에서 어울려 술도 마실 수 없었다. 하지만, 전쟁 중엔 서로의 목숨을 내맡기고 구하는 형용하기 힘든 전우애로 똘똘 뭉쳤다. 

2년 전 오클라호마 포트 실, '해결사'라 불리는 스파크스 소위는 J중대를 맡게 된다. J중대의 J는 'jail'의 J였다. 즉, 군대 내 교도소에 있는 군인들을 한데 모아 훈련시켜 전쟁에 나설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스파크스는 과거는 물론 인종도 상관하지 않고 차별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판단할 것을 천명하며 문제아들을 한데 모아 출중한 실력자들로 길러낸다. 그리고 1943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상륙해 500일 동안 나치 점령 하의 유럽을 관통하며 무훈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스파크스는 전투 중 크지만 목숨에 지장은 없는 '100만 불짜리 부상'을 입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무단 탈영을 하여 부대원들이 있는 최전방으로 향한다. 하지만, 필사적인 독일군에 맞선 안치오 전투에서 대부분의 부대원을 잃고 절망한다. 'E중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병사들을 모아 다시 일어서는 스파크스, 꿀맛 같은 휴식과 지옥 같은 임무가 그들을 기다리는데... 스파크스와 부대원들은 과연 무사히 기나긴 여정을 마칠 수 있을까?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이하, '더 리버레이터')는 알렉스 커쇼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제2차 세계대전 밀리터리물이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특이한 외형이 눈에 띄는데, 실사인 듯 애니메이션인 듯 한눈에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눈이 가는 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트리오스코프 스튜디오'의 특허기술이라고 하는데,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실사로 촬영 후 애니메이션 랜더링을 입힌 것이라고 한다. 전쟁물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은데,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가장 유명한 FPS게임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연상된다. 

후술하겠지만, 스토리나 메시지가 별로인 반면 즐기는 맛은 나쁘지 않다. 전쟁 영화를 즐겨 봤던 이들에겐 꽤 괜찮은 선물 같은 콘텐츠라고 할 만하다. 필자 또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전쟁 영화를 많이 봐 와서 웬만큼 색다르지 않는 이상 큰 감흥을 받진 못하는데, 이 작품은 확실히 남다름을 자랑했다.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게 아닌가도 싶다. 

허술하고 아쉬운 부분들

작품이 내보이고자 하는 건 의외로 허술하다. '의외'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작품 초반 '미국에선 같은 바에서 어울려 술도 마실 수 없는' 인종들이자 범죄 관련의 문제가 다분한 이들을 한데 모아 캐릭터성 확실하고 메시지도 확실한 부대를 만들지만 정작 큰 활약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성 확실한 이들의 개성을 제대로 내보이지도 못했고 말이다. 허술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전쟁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제목 그대로 전우애를 중심에 두고는 전장을 함께 보냈던 이들의 고충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반면 이 작품은 그러지 못했다. '그런 것처럼' 보이게 시작했음에도 말이다. 역시 허술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겠다. 

대신, 작품은 전우애로 가득 찬 신념을 두른 채 자신의 목숨보다 부대원들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스파크스의 인간애 어린 고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쟁을 다룸에 있어 '영웅' 이야기가 얼마나 위험하고 또 하찮은지 수많은 전쟁 콘텐츠로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선, 이런 류의 이야기와 메시지는 성에 차지 않는 게 사실이다. 원래 8부작으로 기획된 것이 제작과정에서 4부작으로 줄여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스토리나 캐릭터나 메시지나 스케일 등의 면에서 '수박 겉 핥기' 정도로 다루고 보여 주는 게 아쉬웠다.

평이하게 괜찮은 부분들

그런가 하면,  비(非) 밀리터리물 팬의 입장에선 <더 리버레이터>가 평이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일 테다. 한 에피소드 당 45분 정도의 4부작으로 길다면 길지만 시리즈로선 짧은 편인 러닝타임으로, 영웅적 개인의 여정을 중심에 두고 소규모와 대규모 전투를 오가는 액션과 실패, 좌절, 성공이 이어지는 서사와 아군과 적군을 가로지르는 감동 어린 전우애와 전쟁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전쟁의 이유를 고찰하는 장면이 성실하게 배치되어 있다. 

전쟁을 다루는 실사 콘텐츠가 어쩔 수 없이 보여줘야 할 잔인한 장면들이 이 작품에선 상당히 중화되어 있기로서니 전쟁 액션에 바라는 기대에 못 미치지도 않으니, 전쟁 콘텐츠 초심자들에겐 안성맞춤인 작품이라 하겠다. 평론적으론 호평이나 혹평을 논할 가치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나, 대중적으론 이만큼 볼 만한 작품도 없지 않나 싶다. 그러니, 한편으론 비추천하면서도 한편으론 추천한다. 

전쟁 콘텐츠가 매해 꾸준히 우리를 찾아오는 건, 전쟁의 무용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거기에서 영웅적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 한다고 해도 말이다. 결국, 전쟁은 정녕 모두를 고통으로 밀어 넣는 게 아닌가. 이 작품을 보고서도 부디 궁극적으론 그런 깨달음을 얻어 가길 바란다. 하지만, 전쟁의 무용성 말고도 무용한 전쟁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함은 물론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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