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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 시네마, 극장사업만 남기는 게 최악 시나리오"

[단독 인터뷰]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초창기 멤버 김형희 실장

20.11.22 11:41최종업데이트20.11.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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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1월 26일 오후 1시 10분]

"정말 독보적이었는데 왜 없애려 하는지..."

13년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가 독립영화계에 끼친 영향을 묻는 말에 답하며 그는 묵직하게 힘을 줬다. 안타까움과 애착이 동시에 느껴졌다.

최근 불거진 KT&G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 폐관 및 영화사업팀 철수 논란(관련 기사: "상상마당 시네마, 이렇게 접는다면... 납득 어려울 것")에 김형희 실장은 할 말이 많았다. 2007년 KT&G가 사회공헌사업 예산으로 시작한 홍대 상상마당의 시작과 성장기를 함께한 그는 2019년 12월 말 해직 통보를 받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에 "역시 날 자른 건 나만 노린 게 아니었어"라는 글과 함께 KT&G 영화 사업 철수에 대한 심경을 남기기도 했다. 

16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김형희 실장을 찾았다. 상상마당 영화사업팀의 시네랩(Cine Lab)을 총괄했던 그는 서울 상암동 인근 작업실에 세 들어 있었다. 시네랩은 영화의 후반 작업, 그중에서도 색보정(D.I)이 주 업무인 곳으로 한국독립영화에 한해 일반 작업료의 많게는 10분의 1 수준의 지원을 이어왔다. 김형희 실장을 거쳐 간 한국독립영화만 해도 어림잡아 100편 남짓. 독립영화계에서 그는 '착하고 능력 있는 테크니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정 기업이 한국독립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까지 지원해온 곳은 KT&G 상상마당이 유일하다. 그래서 이곳의 영화사업 철수 논란이 불거졌을 때 독립영화인들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상상마당을 거쳐 간 감독들과 관계자들은 영화사업팀 전원 해고 및 사업중단 백지화를 촉구하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KT&G는 '폐지가 아닌 재정비'라고 해명했다. 아직 사안이 진행 중이기에 소속 직원들은 선뜻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김형희 실장의 말을 더욱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프리랜서로 드라마 일 하나를 하고 있다"며 그가 기자를 맞이했다.

"KT&G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 KT&G 상상마당

 
"전부터 (KT&G는) 시네랩 사업을 제일 회의스럽게 생각했다. 제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으면 이번 사태에 반대 목소리를 가장 강하게 낼 사람이기도 하다. 나이도 있고, 역사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날 자른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 말, 그러니까 12월 끝 무렵에 통보받았다. 시네랩을 2020년 2월까지만 운영할 거라고 하더라. 

표면적으론 절 자르는 게 아닌 사업을 안 하기로 한다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나머지 직원들이 절반은 쉬는 상태로 교대근무를 해왔고, 얼마 전 전원 퇴사 통보를 받았다. KT&G는 아니라고 해명했다는데 우리끼린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같이 위로주를 마셨다. 근데 해명을 잘 봐야 하는 게 극장 사업을 없애지 않는다고 한 거지 정확히 영화사업팀을 유지한다고 한 건 아니었다."


김형희 실장은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해고 통보를 받았던 그는 상상마당 동료 직원들이 KT&G에 단체로 항의한 덕에 위기를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사업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상마당 홍대는 KT&G가 컴퍼니에스에스라는 문화예술 기획 전문 기업을 통해 위탁 운영 중이다. 대행업체가 있다지만 사실상 사업의 보고 및 결정은 KT&G에서 직접 한다. 영화사업팀을 책임지는 자리는 일종의 순환보직이다. 어떤 담당자가 오냐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구조다.

"지금의 영화사업팀이 있던 5층은 처음에 사진 스튜디오였다. 상상마당 플랫폼은 2007년만 해도 온라인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지원하는 사업이었는데 예전 KT&G 부장님이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싶어 했다. 그때 5층에 영화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편집기 등을 놓자고 해서 제가 자문을 하다가 아예 넘어오게 된 경우였다. 지하엔 극장이 있었는데 두 사업이 처음에 따로였다. 그러다 그 부장님이 '왜 KT&G에서 지원하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냐, 배급사업을 하는 게 맞겠네' 해서 위탁 운영 방식으로 시작한 거지.

초기엔 홍대 상상마당 층별로 담당자가 1명씩 있었다. 그러다 직군별로 묶어서 팀을 만들었다. 시각예술, 극장, 시네랩, 배급 등을 묶어 영화사업팀이 됐다. 시네랩은 도중에 상업영화도 맡으면서 규모를 키워놨다. 매출이 되게 잘 나왔는데 (사회공헌사업이고 위탁 운영이라) 오히려 성과급도 안 나오는 구조더라. 당시 시네랩 직원이 6명이었는데 대부분 떠나고 저와 어시스트만 남게 됐다. 

그러다 5년 전 제가 해고 통보받았을 때 어시스트도 떠났다. (직원들 항의로) 제 해고는 번복이 됐는데 후임자를 안 뽑아주더라. 티오(TO, 규정에 의해 배정해야 할 인원)가 없어졌다는 얘길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 색 보정 사무실도 컬러리스트가 혼자 하는 곳이 없는데 그 이후로 혼자 하게 됐다."


최근의 상상마당 시네마 사태는 KT&G의 일관되지 않은 운영 방식, 대행업체의 의지 부족이 결합한 결과로 보였다. 김형희 실장은 결재는 대행업체에 받으면서도 보고는 KT&G에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짚었다.

"상상마당,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원 의미가 있어"

정리하면 지금의 상상마당 시네마 인원은 대행업체 소속이고, KT&G 직원 1명이 그 업체와 사업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런 구조 문제에도 상상마당 시네마가 지난 13년간 이룬 과실은 크다. 제작 지원작인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고, 연상호라는 스타 창작자를 결과적으로 세계에 알리게 했다. <족구왕> <땐뽀걸즈> <반짝이는 박수소리> 등 극영화, 다큐멘터리를 가리지 않고 여러 화제작을 배급하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배급사업 경우 수익 배분이 창작자와 배급사가 7대3 혹은 5대5로 알고 있다. 상상마당 시네마는 9대1이었다. 나중에 7대3으로 바꿘 걸로 들었는데 애초에 돈을 벌겠다는 사업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조각조각 지원사업들이 있는데 배급과 상영, 후반 보정까지 패키지로 다 지원하는 건 상상마당 시네마가 거의 유일하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이렇게 못한다. 그 위상을 KT&G가 가져가고 있었는데 점점 사업을 줄여서 이렇게까지 된 거다. 왜 독보적 지위를 버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회공헌의 목표와도 맞잖나. 너무 오래돼서 그게 체감이 안 됐나 보다. 누군가가 그러더라 상상마당은 존재 자체가 (독립영화계의) 지원이라고."


김형희 실장은 "공식적으로 상상마당 시네마를 접지 않는다고 한 만큼 KT&G가 그걸 지키겠지만, 담당 직원을 다 해고하고 극장 사업만 남기는 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KT&G 입장에선 대행업체를 신경 쓰기 보다는 영화팀 자체가 미운 것 같다. (사업 중단이 아니라는) 뱉은 말을 지키려고 극장 사업을 외주로 주고 영화사업팀을 없앨 거라는 우려가 든다. 공간이 아닌 사람을 남겨야 한다."

김형희 실장은 인터뷰 말미 "만약 기존 사업을 줄이지 않고 꾸준히 했으면 지금의 <기생충>이 올린 성과 버금가게 KT&G가 올렸을 것"이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한편 KT&G 측은 보도가 나간 후 23일 "상상마당 시네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이 임시중단됐으나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더 나은 공간과 콘텐츠로 재정비해 오픈할 예정"이라며 "인력 운용을 포함한 상상마당 운영 전반은 파트너십을 맺은 문화 전문 운영 대행사가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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