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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윤제균 감독, 해운대 아닌 부산 남포동 찾아온 까닭

커뮤니티비프,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 성격 또렷해져

20.11.01 16:27최종업데이트20.11.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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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프 윤제균 감독 <1번가의 기적> 마스터톡에 참여한 배우 하지원 ⓒ 부산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하지원이 찾은 곳은 해운대가 아닌 남포동의 커뮤니티비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무대 행사 등이 취소돼 국내외 영화인들의 초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청작 출연 배우들이 그나마 관객과의 대화에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개봉 상업영화 초청작의 경우 배우들보다는 주로 감독이 관객과 만났다. 일부 감독은 직접 참석하지 못해 온라인으로 만남을 대신했다. 예전 같으면 시간을 냈을 배우들도 대외적인 행사가 취소되면서 부산을 아예 찾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하지원의 등장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원 배우는 윤제균 감독과 함께 2007년 작품인 < 1번가의 기적 > 마스터톡에 참여했다. 마스터톡은 영화를 라이브 해설과 함께 보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온라인 채팅을 활용해 실시간 관객들과 소통했다.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관객 프로그래머들의 선택한 영화
 
부산영화제가 지난해부터 새로운 기획으로 선보인 커뮤니티비프는 올해도 여러 면에서 주목됐다. 부산영화제에 올 일이 없었던 영화인들을 여러 행사를 활용해 흡수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영화평론가 주유신 교수와 함께 임순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름다운 생존: 여성 영화인이 말하는 영화>(2001)에 대담자로 참석했다. <야근 대신 뜨개질> 박소현 감독, <이장> 정승오 감독 등 독립영화 감독들은 이미 개봉했던 작품을 갖고 관객들과 만났다.
 

대학생 여성영화연합 '봄물결'이 선정한 영화 <아름다운 생존: 여성 영화인이 말하는 영화> 상영 후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가운데), 주유신 영화평론가(오른쪽)이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 ⓒ 부산영화제

 
28일 개봉한 <황무지 5월의 고해> 김태영 감독도 개봉 직전에 부산영화제 관객들과 먼저 만났고, 내년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이정국 감독의 5월 광주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 신작 영화들이 중심인 해운대와 달리 작은 단체들이 중심이 돼 상영회를 구성한 남포동 커뮤니티비프는 관객이 직접 만드는 영화제였다. 영화를 선택한 것은 관객 프로그래머들이었다.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이 참여한 상영은 대학생 여성영화연합인 봄물결이 기획한 것이었다.

봄물결은 기존의 영화 제작 및 상영 문화 전반에 의문을 지닌 전공생, 비전공생이 페미니즘과 영화라는 공통점 아래 함께 모인 모임이다. 기존 영화가 답습하던 성별 이분법적인 갈등과 혐오로 가득한 영화가 아닌,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여성학 스터디와 프로덕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비프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어제와 오늘 이야기'를 주제로 <아름다운 생존: 여성 영화인이 말하는 영화> 관람과 함께 '2001 VS 2020 : 여성 영화인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한 대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범보건단체 라포가 선정한 <야근 대신 뜨게질> 상영 후 박소현 감독과의 대화 ⓒ 부산영화제

 
범보건단체 라포가 준비한 박소현 감독 <야근 대신 뜨개질>(2016)도 마찬가지였다. '라포'는 환자와 치료자 간의 치료를 위한 유대관계를 뜻하는 말로 보건의료영역 종사자 및 학생들이 사회적 지지체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관계를 형성하고, 도우면서 미래의 보건의료인이 지역 사회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이들은 당신의 라포로 연대의 실을 뜨개질하다!라는 제목의 상영은 공중보건의사와 라포 관계자들이 직접 진행을 맡아 영화 상영 후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박소현 감독은 "정성스레 많은 것 준비해주신 라포에 감사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배우 변요한의 단편이 집중적으로 상영된 것과 장국영의 <아비정전>과 <창왕>은 팬클럽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영화 선정은 단체나 관객 프로그래머들이 했으나, 관객과의 대화를 위한 감독 등 영화인 섭외는 커뮤니티비프가 담당했다.
 
부마와 광주를 잇다
 

<1979 - 나는 저항한다!>+<오월행>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형식을 빌려 진행된 역사강의 ⓒ 성하훈

 
1979년 10월 부마항쟁과 1980년 5월 광주를 잇는 '원도심 특별전-리멤버부마 2020'도 커뮤니티비프만이 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일반적인 영화제 프로그램과 다르게 TV 다큐멘터리를 상영에 포함했고, 역사강의도 곁들였다.
 
부마항쟁으로 이어진 박정희 군사독재의 종말이 부산영화제 개최 기간과 일부 겹치기도 했고, 당시 항쟁의 중심지도 남포동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2019년 제작된 < 1979 - 나는 저항한다! >와 올해 만들어진 <오월행> 등 두 편의 방송 다큐멘터리 상영됐고, 정치 철학자 김만권 교수의 1979년 부마항쟁과 1980년 광주항쟁 전후에 대한 역사적 의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5월 광주항쟁을 다룬 <황무지 5월의 고해>나 <아들의 이름으로> 상영은 올해 40주년을 맞은 5.18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부산과 마산, 그리고 광주의 평범한 시민들이 한국 현대사의 역사를 바꿨음을 강조한 것이었다.
 
커뮤니티비프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의성 배우의 활약도 돋보였다. 김의성 공동운영위원장은 다큐멘터리 <오월행>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 지난해 배우 친구들인 조우진, 진선규, 박성웅과 실시간 토크 상영을 했던 활약상과 함께 남포동의 매력을 찾아보는 영상 콘텐츠를 보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올해 새로 기획된 커비로드는 부산 원도심 지역의 관광 자원인 야경, 먹거리, 오래된 맛집, 지역 요리사, 지역 예술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부산관광공사와 협력했다.
 
자갈치 시장과 남포동의 노포 방문, 무관객 버스킹 공연, <변호인> 양우석 감독과의 대화 등으로 진행됐는데, 부산관광공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지만 커비로드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커뮤니티비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름다운 부산 원도심 관광지의 모습과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기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커뮤니티비프에서 진행한 부산 원도심 기행 프로그램 '커비로드' ⓒ 부산영화제

 
관객 참여프로그램 안착
 
부산영화제는 올해 커뮤니티비프에 대해 "창의적인 '관객 참여' 프로그램의 안착과 처음 시도한 '청년기획단' 프로그램의 성공 등으로 새로운 세대의 공감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규모가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직접 상영작을 선택하고 뜻이 맞는 단체나 모임이 함께 영화를 보고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는 일반적인 상영보다는 밀도가 깊었다. 2018년 예비행사를 포함해 3년째 진행되면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행사 기간이 지난해 8일에서 올해 4일로 절반이나 축소돼 명맥만 유지한 아쉬움은 있으나, 관객이 직접 만드는 영화제로서 성격은 올해 더욱 또렷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와 여행, 음식 등을 포함해 복합문화축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영화제의 노력 외에 남포동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중구청의 관심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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