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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입었단 이유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답답한 현실

[리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이지 않는 벽을 뚫으며 도전하다

20.10.29 10:53최종업데이트20.10.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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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무엇일까. 누구나 학창 시절을 지나면 취업을 꿈꾼다. 어떤 회사에 소속이 되고 나면 소속감이 생기고 좀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는 그런 과정 안에서 나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더 나아가 내가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회사에 들어가 동기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직장 선후배와 관계를 해 나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안에서 개개인들은 최선을 다해 성장하기 위해 애쓴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회사의 특정 위치를 형성하는 과정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여러 사회환경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고 회사의 사정과 사람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다음 과정에서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때론 그런 여러 과정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단 눈앞에 보이는 것을 해보고 도전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렇게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 보면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태도, 그리고 용기는 그 발전의 초석이 된다. 

직장인들에 대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런 직장인들에 대한 영화다. 생산관리 3부의 이자영(고아성), 마케팅부의 정유나(이솜), 회계부의 심보람(박혜수)은 모두 말단 여직원으로 입사 8년 차의 동기들이다. 배경은 1995년으로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들은 아침 토익 수업을 들으며 커리어우먼을 꿈꾼다. 그들이 꿈꾸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회사에서 커피 타기, 잔심부름 등의 단순한 업무를 도맡아 한다. 대졸 학력이 아닌 그들에게는 그저 그런 잔심부름을 처리하는 존재로 자리를 지키면서 다음 커리어를 준비해야만 한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들은 각자의 부서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 취급을 받고 무시당한다.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직원이 대리로 먼저 진급을 하고, 과장 이상의 직급에서는 커피나 담배 심부름을 하는 존재로만 인식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사내에서 더 높은 길로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아침 토익반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공식적으로 승진의 길로 가는데 대표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자주색 같은 옷을 입은 인원, 특히 여성들이 한 곳에 모여 그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벽은 주변 인물들의 태도에서 직접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들이 똑같이 입은 자주색 옷으로 그 벽이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유독 그들만 똑같은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사내에서 생활한다. 유니폼을 입지 않는 회사 동료들은 남자든 여자든 그 유니폼 입은 동료를 동등한 위치로 대하지 않는다. 자영과 유나, 보람은 자신의 부서에서 본인의 능력을 좀 더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벽이 매번 그 용기를 막아버린다. 

유니폼으로 보이는 사내의 보이지 않는 차별

영화는 자영이 삼진그룹의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이후, 그들의 행동에 주목한다. 그들이 회사 내의 누군가에 의해 그 폐수 유출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영은 그것에 대한 증거를 찾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팀원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추리 과정을 시작하면서 영화의 결말 부분까지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고 믿을 수 없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게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영과 그의 친구들이 하나씩 사실 관계를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영화적 긴장감이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영, 유나, 보람이 일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다. 수많은 실패와 장벽 가운데에서도 자신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를 좀 더 나은 길로 가게 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각자의 부서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일 기회가 없었던 그들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고 주변의 신뢰를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은 회사에 속해있다는 소속감을 느낀다. 또한 그렇게 자신감 있게 도전하면서 자기 자신의 진정한 커리어도 쟁취해 나간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직장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만 볼 수 있었던 여성 차별, 학력 차별 같은 것들을 영화적 긴장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고, 임원의 사내 갑질 등도 영화 속에 보인다. 그 당시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런 차별이나 갑질은 현재까지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행해지고 있는 일이다. 유니폼을 입는 직장인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어쩌면 보이지 않는 투명한 차별의 장벽은 오히려 더 투명해져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세 주인공의 활약에 기분이 좋아지지만, 동시에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과 직장 생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해 씁쓸함도 같이 느끼게 한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기본적으로 세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다. 이들은 자신이 입사한 그 직장에서 커리어를 성장하려 애쓴다. 그들은 주변 인물들로부터 포기하지 않는 정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을 알아가며 자신 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간다. 회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관객 모두는 이들의 활약에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연기로 영화 전반에 강력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이들이 술자리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장면은 여느 직장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친근한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만든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뛰고 있는 예비 직장인과 현재 직장인들은 이들의 활약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삼진그룹영어토익반 직장 고아성 박혜수 이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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