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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고요한 부산국제영화제, 극장 안은 후끈후끈

[현장]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관객의 열정... 영화제 달구는 GV

20.10.27 17:39최종업데이트20.10.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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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 전당 야외에 마련된 관객 쉼터 ⓒ 성하훈

    
밖에서 봤을 땐 한산했지만, 극장 안 열기는 뜨거웠다. 코로나19가 영화제의 풍경을 변화시켰으나 시네필들의 열정만큼은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개막한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찾는 열성 관객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순항중이다. 첫 주말 대부분의 상영작이 매진됐고 상영마다 거의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 GV에서도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외형만 본다면 부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행사장인 영화의전당 주변은 고요함이 가득하다. 19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이래 매해 20만 안팎의 관객이 몰려 북적거리던 게 일상적이었기에 이렇게 조용하게 치러지는 영화제는 처음이다.
 
소수의 출입구를 통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열 체크를 하고 있었으나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거리두기를 위해 1인석으로만 놓여 있는 관객 쉼터도 마찬가지였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빈자리가 많았고, 영화제 때면 밤새 영화인과 관객으로 붐비던 해운대의 식당과 술집도 정적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럴 뿐, 극장 안은 달랐다. 개막 첫날, 이른 아침 첫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예매 전쟁을 뚫고 선택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주말 극장을 찾았던 한 관객들은 "항상 영화의전당에 가면 가슴이 벅찬데, 영화제 기간에 가면 더 두근두근 댄다"거나, "보고 싶었던 영화의 취소표를 구한 것이기에 정말 천운이었고, 가만큼 좋았다"고 평가했다. 50대 중년 관객 부부는 무심코 찾았다가 온라인 예매 외에 현장 매표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는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루 일정으로 찾은 한 관객은 온라인 영화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살짝 의심스러웠던 아침 4시부터 시작된 당일치기 일정 잘 마쳤다"며 "생각보다 영화 사이사이 남는 시간이 없어서 짬짬이 챙겨먹고 쉬고 할 일 하고 엄청 분주했다"고 밝혔다.
 
관객은 극장 감독은 집에서...처음 보는 풍경
 

부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 성하훈

 
차분하기만 한 부산영화제의 열기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은 관객과의 대화(GV)였다. 비대면으로 하는 영화제지만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연결된 감독과 배우를 보며 손을 흔들었고, 감독과 관객들에게 답례했다. 한국영화는 대부분의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 감독과 배우들이었다. 영화 상영 전 영상으로 인사를 하면서 부산에 오지 못한 아쉬움을 표하거나, 다음에는 꼭 부산영화제에 참석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부산영화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베트남 영화 <은밀한> 감독과 배우 ⓒ 성하훈

 
지난 21일 상영된 베트남 영화 <은밀한>은 현지에서 동시에 상영된 후 감독과 배우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계 미국 배우인 캐시 우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CJ CGV 베트남법인이 제작에 참여했다.
 
베트남 CGV에서 부산과 동시 상영된 직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는 부산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한국과 베트남 관객들이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 부산 관객들은 영문 제목의 이유와 베트남 개봉 이후 사랑받은 장면, 영화 속 특정한 설정에 대해 궁금해했다.
 
<은밀한>에 대한 이야기 외에 베트남 관객이 한국영화에 대한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베트남 관객은 "베트남 원작 영화가 부산에서 상영되고 동시에 볼 수 있어 고맙다"면서 "<기생충>이 한국영화지만 아시아영화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줬기에 공감되고 베트남 관객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캐시 우엔 감독은 "부산에 못 가서 아쉽지만 부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베트남 관객과 함께 볼 수 있게 해준 기술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관객과의 대화 질문은 온라인으로 받는데, 한정된 시간 안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이 공감을 많이 하는 질문이 우선 감독에게 전달되는데, 비록 화상이지만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관객에게는 큰 선물과도 같았다.
 

23일 <또 하나의 전쟁>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오바니 알로이 감독 ⓒ 부산영화제

 
23일 상영된 <또 하나의 전쟁> 관객과의 대화를 지켜본 한 관객은 "GV 진행 방식이 영상통화인데도 굉장히 부드러웠고 짧지만 알찼다"고 평가했다. 특히 GV가 잘 진행되던 와중에 감독님의 손이 입으로 향하길래 저건 뭐지 했는데 전자담배였다"면서 "생각해보니 감독님 입장에서는 집에서 GV를 진행하고 있는 거였고, 이런 풍경은 진짜 처음 봤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방식이 재밌는 것 같다. 질문 방식도 이상한 질문을 걸러내기에 좋은데다 진행자 입장에서도 질문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시간이 생기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며, "다만 온라인이라 갈수록 좀 산만해지는 느낌이 있고, '좋아요'를 많이 선택받은 순으로 하다 보니 나중에 올라온 질문은 아무래도 '좋아요'를 받기 어려운 점은 조금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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